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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오래된 음악에 담긴 청춘의 자화상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키스누

어떤 음악 장르도 그냥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 트렌드가 바뀌고, 유행하는 장르의 인기가 치솟는다 해도 세상 모든 음악이 다 유행을 쫓아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해오던 장르를 계속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 장르를 계속 좋아한다. 그리고 이따금 유행은 거꾸로 돌아 지나간 시대의 스타일을 다시 불러낸다.

오랜만에 옛 장르의 스타일을 다시 접하는 이들은 반가움과 추억으로 복고의 매력을 향유하고, 처음 옛 스타일을 접하는 이들은 복고의 생경함을 흥미로운 놀이처럼 향유한다. 새로운 장르의 생경함이 나이 들어가는 세대까지 포섭하지 못하고 어긋날 때 복고의 귀환은 대체제로 유용하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게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상품화하는 전략은 자주 성공한다. 그렇다고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뮤지션이 어떤 옛 장르를 어떻게 복기했는지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중 하나인 키스누의 음악 앞에서는 저절로 걸음이 멈추고 몸이 출렁인다.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키스누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키스누’의 정규 1집

주로 1970~80년대의 신스팝과 뉴웨이브에 기반한 베이퍼웨이브의 어법을 재현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는 송은석과 최상일로 구성된 팀이다. 지난 해부터 싱글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 해 내놓은 EP ‘Overpaint’로 주목받았다. 키스누는 올해 1월 10일 첫 번째 정규 음반 ‘Last of Everything We Were’를 발표했는데, 총 11곡의 노래가 담긴 이 음반에서 키스누는 복고적인 신스팝뿐만 아니라 록의 어법까지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 음반의 매력은 수록곡에 고르게 포진한 인상적인 멜로디와 적절한 사운드 메이킹의 조화에서 나온다. 음반의 인트로 격인 ‘Guns’를 지나 흘러나오는 두 번째 곡 ‘Different’의 도입부를 장악하는 영롱한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이들의 음악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 확인시켜주기 충분하다. 레퍼런스가 될만한 뮤지션들의 이름이 금세 따라오지만 레퍼런스가 명확하다는 사실과 새로운 창작물의 완성도는 무관하다. 키스누는 신스팝의 리드미컬하고 영롱한 사운드를 재현하면서 신디사이저의 리프와 호응하는 근사한 테마로 곡의 흡인력을 담보한다.

역시 레퍼런스들을 떠올리게 하는 곡 ‘Cool Kids’도 깔끔하고 절제된 편곡과 적절한 변화로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매료시킨다. 가사를 모른다 해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리듬과 멜로디, 사운드의 매력은 듣는 이들을 춤추게 만들기 충분하다. 러브엑스테레오와 함께 만드는 곡 ‘Love Gets In The Way'는 신스팝의 사운드를 록킹하게 확장하면서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질감이 일품이다. 신디사이저 연주가 이어지다가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연결해 마무리 하는 순간의 변화는 키스누의 음악 역량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Noise In My Head’ 역시 신스 팝의 공간감과 낭만적인 속도감을 간주 부분의 색소폰 연주로 농염하게 연결하는 솜씨가 매력적이다.

이미 지나간 청춘까지 껴안는 ‘Last of Everything We Were’

모든 곡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특유의 사운드 위에 버티곤 선 탐미적인 멜로디이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노래한 곡 ‘Dead’에서도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고, 또 다른 타이틀곡 ‘No Fiction’으로 다시 이어진다. 퓨처 알앤비 스타일로 변화를 주는 이 곡은 꿈꾸는 듯한 사운드 안에서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 펼쳐진다. 비교적 완만한 템포의 곡인 ‘Name’에서도 관계는 어긋난다.

우리가 우리였던 모든 것의 마지막은 이렇게 우울한 편에 가깝다. 이 같은 정서는 음반의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곡 ‘Last of Everything We Were’로 다시 건너간다. 키스누가 품은 음악의 정서는 ‘Neon Light’에서 비로소 조금 더 밝아지고 단단해지는데, 포스트록의 어법을 빌린 곡은 그만큼의 변화를 곡의 서사로 충분히 드러낸다. 음반에 담긴 사운드는 복고적이지만 음악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히 향수와 추억을 호출하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사운드가 인기를 끌 때 성장하지 않았을 키스누의 멤버들이 이 같은 사운드를 전유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건 젊음을 고백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너와 나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해”라고 외칠 때 젊음은 젊음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그 젊음은 열정과 기쁨만으로 가득 차지 않고, 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키스누는 그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을 오래된 스타일에 담아 노래함으로써 어쩌면 예전부터 그러했을 젊음의 그늘까지 함께 노래했다. 그렇게 해서 키스누는 이미 청춘이 지나간 이들의 기억까지 껴안음으로써 자신들의 노래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영원한 청춘의 노래로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그리움으로 누군가는 후회로 누군가는 고통과 열망으로 가득 찼던 시간이 이렇게 매력적인 노래가 되었다.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
일렉트로닉 팝 듀오 키스누ⓒ키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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