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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장덕철의 ‘그날처럼’을 들으며

최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에는 낯선 이름이 있다. 장덕철이다. 장덕철의 노래 ‘그날처럼’은 2월 28일 오늘도 멜론 차트에서 장르 종합 3위에 올라있다. 로이킴, 레드벨벳, 멜로망스보다 높은 순위다. 이 노래는 온오프라인 차트를 종합하는 가온차트에서 지난 달 종합 1위를 차지했을 정도이다. 1월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모바일 차트와 노래방 차트에서도 3위권 안에 오를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날처럼’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에 발표한 싱글인데, 발표 직후부터 차트 100위권 안에 진입했고, 천천히 순위를 올려가며 인기를 얻었다. 멜론 차트 기준 12월 셋째 주에는 64위, 넷째 주에는 52위에 올랐으며, 2017년 마지막 주에는 27위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1월 첫 주에는 결국 4위까지 차지했다. 그 인기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장덕철은 사실 한 사람이 아니다. 장덕철은 남성 3인조 보컬그룹으로 장중혁, 강덕인, 임철 세 명의 팀이다. 2015년 1월 싱글 ‘그때, 우리로’를 내놓으며 데뷔했는데, 멤버 중 강덕인은 힙합을 하면서 쇼미더머니에 지원하기도 했다. 임철은 싸이더스 HQ의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장중혁은 JYP의 연습생 출신이다. 우연히 만나 팀을 결성한 이들은 ‘그때, 우리로’부터 계속 싱글을 발표하면서 버스킹과 행사 무대를 겸해 활동해왔다. 그런데 데뷔곡을 발표한지 2년 이상 지난 2017년 돌연 데뷔곡 ‘그때, 우리로’가 뒤늦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역주행 한 것이다. ‘그 때, 우리로’가 뒤늦게 인기를 끌면서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장덕철이 거의 2년만에 발표한 신곡 ‘그날처럼’이 더 히트하면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보컬그룹 장덕철
보컬그룹 장덕철ⓒ리메즈엔터테인먼트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차트 역주행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시즌송으로 사랑받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비롯, 최근에는 윤종신의 노래 ‘좋니’가 역주행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장덕철의 경우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 뮤지션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들의 인기는 ‘그때, 우리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교두보를 쌓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그날처럼’을 더 히트시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 시대,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컨텐츠를 공유하는 시대에는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가 남다르거나 독창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더 눈여겨 볼만하다. 이들이 구사하는 음악은 슬로우 템포의 팝으로 국내에서는 발라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장덕철은 고전적인 발라드와는 조금 다르게 알앤비 창법을 가미해 부르고 있는데, 이들의 보컬이 특별한 개성이 있다거나 팝의 중요한 조건인 강력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장덕철의 보컬은 보편적이며 노래의 서사도 발라드의 기본 정서인 사랑과 이별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컬그룹 장덕철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모습
보컬그룹 장덕철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모습ⓒ방송캡처

이들이 구사하는 노래가사는 “아직도 니 생각을 해”라거나 “그때 우리로 돌아간다면/돌아갈 수만 있다면/내 진심을 알아줄 수 있게/너에게 더 잘해줬을텐데”라는 이별 후의 그리움과 후회에 가깝다. 상대인 너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자기가 잘하지 못해서 헤어졌지만 나는 진심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고백하는 노래의 서사에서는 미안함을 앞세운 자기 연민이 돋보인다. 진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잘하지 못한 자신, 그러나 헤어진 뒤에도 여전히 미안함과 그리움을 품고 있는 자신의 순정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가 첫 히트곡 ‘그때, 우리로’의 주된 서사이다. 이 같은 자기 인식은 기실 장덕철의 젠더인 남성의 자기 인식과 발언이기 마련이고, 노래를 듣는 이들도 남성의 관점에 자신을 투사해 호응하기 마련이다.

발라드 음악에서 이처럼 남성들이 그리움과 미안함을 노래하면서 자신을 연민하는 태도는 이미 오래되었다. 특히 헤어짐의 주체인 자신이 헤어지자고 하거나, 헤어짐을 당하거나 어느 경우이건 자신의 태도를 옹호하는 경향은 남녀 모두 흔하다. 이 같은 태도가 노래가 되는 방식은 발라드에서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연애의 상대가 “비어있는 지갑에/음식점을 서성이면/월급날이라며 손잡아 이끌어주던/만원짜리 커플링/고맙다며 펑펑 울던” 이였다는 사실은 특기할만 하다. 이는 단순히 연애의 상대 중 남성의 처지가 좋지 않고, 그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주는 여성이라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청년실업 등으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최근 현실 속 남성들의 모습을 반영한 가사일 수 있다. 실제로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화로 인한 가난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남성으로서 자신은 기득권자가 아니고, 오히려 여성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의도치 않은 무능력과 낮아진 자존감을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상대를 찾기 마련이고, 그러한 태도를 투사하는 작품 앞에서 반응하기 마련이다. 만원짜리 커플링에도 펑펑 울고, “끝까지 이기적인 내”게도 끝까지 다정하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아름답던 우리 그날”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현재 젊은 세대의 어려움은 남성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더군다나 여성의 경우에는 성차별적 문화로 인한 폭력과 불평등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어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현실의 불합리함에 맞서 자신의 몫을 찾으려 하지만 아직 권력은 여전히 남성들에게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날처럼’의 노랫말처럼 행동할 수 있는 여성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아직도 자신의 욕망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를 더 배려하는 이전 시대의 여성상을 찾고자 하는 이들은 현실의 상대를 찾지 못하고, ‘그날처럼’의 노랫말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여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러한 여성상을 담은 노랫말의 노래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그 인기가 드러내고 있는 욕망이 중요하다. 이들은 “끝까지 이기적인” 자신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상대를 원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줄 상대를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혼자서만 좋았던 날들도 “아름답던 우리 그날”이라고 우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음악적 매력을 발견하기 어려운 진부한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은 진부하고 이기적인 욕망마저 진실하고 간절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이 노래의 인기가 단지 가사 때문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하지 않은 멜로디와 평이한 보컬을 가진 상투적인 노래가 인기를 끈다면 노랫말의 태도와 정서, 그리고 그 정서에 반응하는 대중의식에 혐의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시대가 변한다고 모든 이들이 시대가 왜 변하고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는 못한다. 모두가 변화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엄밀하게 구분해서 더 나은 변화를 일구려 애쓰지도 않는다.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들이 더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한 꿈이다. 퇴행이다. 사실 팝 특히 발라드라는 장르 자체가 퇴행적인 어법과 태도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은 장르이다. 어쩌면 매우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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