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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 광장’은 폭력에 무너지지 않는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3.1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연 극우단체 회원들의 세월호 광장에서의 폭력, 방화 행위 처벌을 촉구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3.1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연 극우단체 회원들의 세월호 광장에서의 폭력, 방화 행위 처벌을 촉구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나는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다.

2014년 4월16일 그 날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고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안절부절했고 무기력한 날들을 보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생학생 어머니의 인터뷰를 듣게 되었는데 내 아이들한테도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250명이나 아이들이 제대로 구조 받지 못하고 죽어야 했는지 알아야했고 왜 그 큰 배가 그렇게 빨리 침몰했는지 알고 싶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슬퍼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엄마의 노란 손수건이란 온라인 까페를 알게 되었고 그 곳에서 엄마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동참을 했다.

그 후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가 자연스레 광화문 당시 세월호 농성장 서명대에서 활동(흔히들 자원봉사라고 하는데 나는 이 낱말이 불편하다.)을 하게 되었고 2015년 8월 리모델링 후 광화문 4.16광장 진실마중대에서 매주 수요일,토요일 시민들을 만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며 서명을 받고 있다.

나와 같은 서명지기들을 포함하여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4년 동안 많은 수난을 겪었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유민 아버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을 때 일베들의 폭식투쟁과 어버이연합이 짜장면을 먹으며 하던 조롱 단식은 많이 알려진 일화다.

소위 어버이 연합, 박사모, 태극기 부대라 일컫는 무리들은 수시로 광장에 있는 사람들한테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을 하고 손가락 욕을 하고 깃대로 천막을 치며 위협을 하곤 했다.

지난 1일 극우보수 단체는 세월호참사 추모전시물 및 촛불조형물을 파손·방화했다.
지난 1일 극우보수 단체는 세월호참사 추모전시물 및 촛불조형물을 파손·방화했다.ⓒ4.16연대

여자 서명지기가 혼자라도 있는 날이면 길 건너에서 마이크로 “저 빨갱이 저런 년은 죽여버려야 한다” 라고 위협적인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해댔다.

“지겹다 그만해라 빨갱이!!”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시체팔이, 얼마나 받아쳐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니?, 죽은 자식 팔아 돈 그만큼 받아쳐먹었으면 됐지 뭘 더 해 달라는 거냐?” 4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저 말들은 피해 당사자가 아님에도 너무 아프다. 그래도 지나가면서 하는 언어폭력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2015년도 가을엔 몇 명의 무리가 광장에 난입해 시설물 등을 부수려고 해서 말리던 당시 상황실 당직자를 폭행하기도 했고 서명지기를 밀치고 꼬집기도 했었다.

기억의 문에 달아놓은 아이들 사진이 들어 있는 별모양 아크릴 판을 떼어내 바닥에 던져버리고 분향소 유리문을 발로 차고 심지어 오줌을 누기도 했었다.

수감 중인 박근혜 생일에는 갑자기 서명대로 달려들더니 노란리본을 한주먹 쥐어 잡아 뜯기도 하고 서명하는 척하면서 서명판에 욕을 휘갈겨 써 놓기도 했다.

지난 삼일절에는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이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났다. 심지어 희망촛불 조형물을 넘어뜨리고 노란리본을 잡아떼고 불까지 질렀다. 영상을 보면 세월호 천막을 불태우자는 선동적인 말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4.16광장 분향소 앞에 있던 전시물을 짓밟아 파손시켰으며 해외 4.16연대 회원들이 손글씨로 게시했던 현수막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고 말리던 광화문 상황실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들은 304명의 억울한 죽음을 모욕하고 유가족들 가슴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416광장을 지키는 시민들 중 몇몇은 광장이 훼손되고 유가족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조마조마하고 수치심이나 모욕감에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괜찮냐고 다친데 없냐고 물어 오는데 난 당시 떨리고 두렵던 마음을 숨기고 한마디로 대답했다. “문제없어~~~!!!” 그리곤 마음 속으로 참사 이후 수 없이 불렀던 노래를 부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토요일에 또 서명대에 나가서 욕을 배부르게 먹었다.

3년이 지난 이번 삼일절에도 폭력적 행위는 변함없었다. 그들은 당연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먼저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 4년간 우리는 온갖 폭력과 비방, 조롱에 맞서 진실을 위해 싸웠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결코 폭력에 무릎꿇고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헛수고들 하지 말기 바란다.

안순호 4.16광장 진실마중대 서명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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