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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출장작곡가’ 김동산 “당신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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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단돈 천원에 노래를 만들어 주는 작곡가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회성 이벤트 인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니면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들에 대해서만 노래를 만들어주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터무니없는 적은 금액이라 ‘장난이 아닐까’ 하는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노래를 만들어주고, 의뢰인의 삶을 노래에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고 나니 ‘왜 다른 사람들에게 노래를 만들어주기 시작했을까’, ‘왜 하필 천원일까’, ‘그동안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까’ 등 많은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다.

9일 오후 천원에 의뢰인 단 한사람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주는 작곡가 김동산(39)씨를 만나기 위해 수원시 팔당구 화서문로에 위치한 ‘롱 플레이어’를 찾았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롱 플레이어’는 김동선 작곡가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되살림가게다. 되살림가게란 말 그대로 남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판매하는 곳이다.

처음 만난 김동산 작곡가는 예술가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청바지에 빨간색 체크 남방, 그 위에 녹색 바람막이 자켓을 입은 그는 특유의 친근한 미소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민중의소리

우연히 얻은 ‘워크맨’, 새로운 음악 세계 열여줘

어린시절 부모님이 헤어져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김동산 작곡가 유일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건 TV였다. 매일 보던 TV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은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연히 얻게 된 구형 ‘워크맨(카세트 플레이어)’은 그에게 새로운 음악 세계를 열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 때 쯤? 할머니가 월세를 놓으셨는데 세들어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면서 워크맨하나를 놓고 갔어요. 테이프 몇 개랑 함께요. 아마 그게 제가 음악에 빠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걸로 음악을 들었는데 처음 들었던 게 소피마르소가 나오는 영화 ‘라붐’의 OST였어요. 그리고 김흥국 아저씨의 1집도 있었죠. 신세계였어요. 음악테이프와 레코드 등의 세계를 알게 됐죠.”

음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그는 중학생이 된 후 고 김광석의 노래에 빠졌다. 그래서 기타를 샀고,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스쿨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음악에 빠지면서 해외 음반을 많이 들었어요. 특히 에릭 클랩턴이나 닐 영, 밥 말리 등의 음악을 들으면서 블루스를 좋아하게 됐죠. 그래서 수원 친구들과 블루스 밴드를 하기도 했어요.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가 노래하는 모습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가 노래하는 모습ⓒ김동산 씨 영상 캡쳐

"좀 더 가볍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사실 김동산씨가 사회에 나와 처음 시작한 일은 노래나 작곡이 아니었다. 대학시절 철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장은 서울내러티브연구소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적 치료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곳이다. 하지만 자신과 연구업무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2006년 일을 시작한지 4개월만에 연구소를 그만두게 된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4개월이지만 연구소에서의 경험 역시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드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연구소에 있으면서 배운 게 많아요.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죠. 자신의 힘든 상황이나 감정을 등을 이야기할 때,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그렇죠. 그런 점이 지금 제가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죠.”

환경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구소를 그만 둔 후 그는 수원환경운동센터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넘게 환경운동센터에서 근무한 그는 당시 4대강 반대운동과 반핵운동,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의 기획 일을 했다. 그렇게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는 음악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환경 노래를 만드는 거였죠. 그리고 무대에서 만든 노래를 불렀죠. 2010년 환경운동 행사에서 환경 노래를 불렀는데 솔직히 호응은 별로였죠. 관객들의 공감은 있었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환경음악만으로는 관객들의 대중성과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좀 더 가볍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김동산 작곡가가는 즉석에서 작곡을 해 노래를 만들어주는 지금의 ‘1천원 출장작곡’을 시작하게 됐다.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가 운영하는 롱 플레이어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가 운영하는 롱 플레이어ⓒ민중의소리

"즉석작곡이요?... 힘들기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커요"

김동산 작곡가는 자신만의 노래를 원하는 의뢰인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 노래를 만들어 준다. 단, 의뢰인만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20~30분 정도의 대화는 필수다. 대화 내용을 토대로 노래가 만들어지기까지 보통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의뢰인은 노래의 장르라든지, 분위기, 빠르기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작곡하는 거요? 쉽지는 않죠. 하지만 원래 즉흥성에 기반을 두고 감각적인 흐름에 따라 연주하는 걸 즐겼어요. 오히려 계획된 연주보다 즉흥연주에서 오는 감정몰입과 짜릿함이 더욱 좋았죠. 그래서 힘들기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커요.”

사실 그가 출장작곡을 시작한 것 역시 즉흥적인 부분이 컸다. 큰 그림이 있었다기보다 사람들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과감한 행동으로 옮겨진 결과다.

“작곡 비용을 천원으로 정한 이유는 의뢰인도 저도 너무 부담을 갖지 말자는 거였죠. 어쩌다 보면 저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무심결에 따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5천원으로 올렸어요. 몇몇 사람들이 천원이라고 하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비용을 올려봤어죠."

그가 벌써 작곡한 노래가 100곡이 다 되어간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사연을 들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남궁순 할머니의 노래다.

“기억에 남는 노래요? 많죠. 다들 사연이 있으니 다 기억에 남아요. 첫 손님이었던 꼬마 친구도 기억나요. 그중에서 남궁순 할머니 노래가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아요. 원래 어르신들은 힘들었던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유일하게 할아버지와의 행복했던 연애 얘기를 해주신 분이죠. 제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직접 노래를 불러드리기도 했죠. 그런데 건강하던 할머니께서 노래를 만들고 2년 정도 됐을 때 돌아셨어요. 안타까운 마음 때문인지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기 때문일까. 음악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현재 '롱 플레이어'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가 음악으로 돈을 버는 건 역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롱 플레이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특히 제가 뮤지션으로서 하고싶은 음악을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어요."

김동산 작곡가의 뮤지션으로서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때론 주변사람들의 우려섞인 시선들이 부담이지만, 그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
출장 작곡가 김동산 씨ⓒ민중의소리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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