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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매각 저지’ 배수의진 친 금호타이어 노조, 이유 있는 ‘총파업’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한다. 노동조합은 배수진을 치고 ‘해외 매각 저지’에 나섰다. 금호타이어 주요 생산공장이 있는 광주와 곡성 등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도 노조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하나다. 해외 매각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 아니라 죽이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4년 전 상하이자동차와 채권단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처럼 더블스타타이어와 채권단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 노동조합과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의 한결 같은 우려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제공 : 금호타이어지회

기술유출 유려 커지는 이유...상하이자동차와 더블스타는 '닮음꼴'

“동종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데다 중국시장 공략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4년 전인 지난 2004년 7월, 상하이자동차 후마오위안(胡茂元) 총재가 한 말이다. 그는 당시 조흥은행 등 채권단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쌍용자동차 매각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호언장담했다. 그는 “두 회사는 라인업 등 상호 보완 측면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도 했고 “세계시장 확보 방안을 공동 모색하고 연구개발(R&D) 등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조흥은행 등 채권단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국내 유치가 중국 시장 공략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라며 “이 점이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 인수대상자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더블스타는 중국 전체 타이어 업체 로컬 5위로 중국판매 네트워크를 활용 및 현지 카메이커 앞 수주 지원을 통해 금호타이어 중국 내수 판매 확대가 가능하다”

지난 2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중국의 타이어기업 더블스타 매각 방침을 밝히며 내세운 논리다. 금호타이어의 부실의 원인은 중국시장 부진에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업체로 매각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를 투자유치할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국내 R&D 투자 확대, 시설 업그레이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운영 효율화 등으로 글로벌 Top5 진입이 목표”라고 장밋빛 청사진도 내놨다.

14년 전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상하이자동차와 매각을 추진했던 채권단이 했던 약속과 판박이다.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었다. ‘기업 구조조정을 회계 실사의 숫자만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나 ‘기업 회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던 노무현 정부나 ‘중국으로의 매각’이라는 결론은 같았고 이를 합리화 시키려는 논리도 닮았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든 이유는 무엇보다 자동차 독자 개발을 위한 기술 확보였다. 14년 전, 상하이자동차는 ‘제너럴모터스’와 ‘폴크스바겐’ 등 외국 유명 자동차 회사들과 적극적인 합작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이들의 차량을 조립하는 생산 하청 수준에 불과했다. 독자 자동차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상하이자동차의 가장 절실한 요구였고 특히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에게 매력적인 기업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쌍용자동차를 사들였던 상하이자동차 후마오위안 총재의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채권단과 상하이자동차의 장밋빛 청사진은 최악의 참사로 귀결됐다. 상하이자동차는 핵심기술을 확보한 4년 뒤 쌍용자동차를 법정관리에 넘겨 버렸고 3천명에 육박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상하이자동차와 함께한 4년 동안, 시간이 멈춘 듯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해야 유지·발전 할 수 있는 완성차 회사가 이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하이자동차에게 쌍용자동차가 매력적인 기업이었던 것처럼 더블스타에게도 금호타이어는 탐나는 기업이다. 중국 내에서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에 장착되는 타이어를 만드는 기업이 더블스타다. 상용차 타이어 제작에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승용차 타이어 제작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다. 승용차에 장착하는 타이어는 노면의 충격을 줄여 승차감을 높이면서도 안전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승차감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경제성이 핵심인 상용차 타이어 기술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현대·기아 등 4대 완성차는 물론 다임러(벤츠)와 폭스바겐·BMW 등 글로벌 기업에도 승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승용 타이어 기술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F1 경주용 시제품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난해까지 f3 대회에 15년 연속 공식 타이어로 선정됐다. F16전투기, T-50 훈련기에 장착되는 타이어 기술은 국내에선 금호타이어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보유 특허수는 800여개고 글로벌 특허도 50여건에 달한다.

금호타이어가 가진 기술을 흡수해 승용차 타이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중국 칭다오(靑島)와 시안(西安)에 공장이 있는 더블스타가 중국 정부의 공장 건립 제한 정책에 막혀 신규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난징(南京)·톈진(天津)·창춘(長春) 공장을 운영하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하면 한국 공장 정리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도 구체화 되고 있다.

산업은행 이대현 수석부행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은행 이대현 수석부행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채권단 "매각이 최선의 대안" 강행 의지...노동조합은 "총파업"
입다문 문재인 정부

더블스타에게 매각하려는 채권단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시민사회·지역 정치권 양측의 대립은 점차 첨예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오는 이달 말까지 노사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고 노조는 해외매각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14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13일까지 “매각 철회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채권단은 하루 전인 12일 공문을 보내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경영정상화가 최선의 대안”이라며 “더블스타 자본 유치를 추진중”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채권단은 공문에서 “노조와 원만한 협의를 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노사 대화를 촉구했지만 ‘해외매각 철회’를 대화 재개의 첫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노조와 타협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이외에 다른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언급을 일체 삼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산업은행이 해외 매각 드라이브를 걸수 있는 것은 청와대 등 정권 차원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업계의 분석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이 국회에서 벌어진 한 토론회에 나와 “인수기업이 있으면 국내 기업 매각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금호타이어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 (매각이)마땅한 기업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 것도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해외 매각을 승인 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관계자는 “채권단이 회계 논리만으로 해외 매각을 강행하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여기에 동화되는 것 같다”며 “‘일자리 정부’라는 당초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청와대 등 정책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채권단과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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