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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번째 단식,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이 상상하는 모두가 복직하는 날
13일째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2018.03.13.
13일째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2018.03.13.ⓒ민중의소리

“하죠. 상상합니다. 그래야 즐겁기도 하고 힘이 나잖아요. 암울하면 몸도 마음도 금방 지쳐요.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해요.”

‘회사에 출근하는 날을 상상해본 적 있나’라는 질문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답했다. 그는 “항상 희망을 보고 지난 9년을 버텨왔다”고 했다. 130명의 남은 해고자들이 전원 복직되고, 구속돼 있는 한상균(전 쌍차지부장,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이어 자신이 마지막으로 공장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가끔 한다고 했다. 다시 작업복을 입고 시계탑이 세워져 있는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입구를 들어서는 그 날을.

나무에 새겨진 해고 노동자의 이름

13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13일째 단식농성 중인 김득중 지부장을 만났다. 단식을 시작한 뒤 급격한 체중감량 때문인지 그는 피곤한 듯 천막에 등을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1월 말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봤던 모습에 비해 무척이나 야위어 있었다. 함부로 깨울 수 없어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이 그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 걸어왔다. 그들의 발걸음을 어떻게 들었는지 김 지부장은 뒤척이며 잠에서 깼다. 이들은 오랜 해고생활을 서로 이해하는 듯 별말 없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포옹했다.

단식농성 중인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목판이 눈에 띄었다. 판화가 이윤엽이 놓고 간 목판이다. 약 40cm 폭에 1m 길이의 목판에는 복직하지 못한 해고노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상균, 한채홍, 윤충열, 김정욱, 서진철 등…’ 25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이름들 옆으로 아직 목판에 새기지 못한 이름들이 연필로 쓰여 있었다. 그는 남은 130명의 전원 복직을 염원하며 매일 6~7 명의 이름을 목판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그 이름들은 그가 다시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유였다.

김득중 지부장은 단식농성을 하면서 해고노동자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목판에 새겼다. 2018.03.13.
김득중 지부장은 단식농성을 하면서 해고노동자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목판에 새겼다. 2018.03.13.ⓒ민중의소리

2015년 회사는 노노사 합의에서 ‘2017년까지 해고자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으로 전국에 흩어졌던 해고자 중 일부는 복직의 희망을 꿈꾸며 평택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노조는 합의가 이행되길 믿으며 기다렸다.

결과는 야속했다. 합의 이후 복직은 167명 중 37명(22%)에 그쳤다. 약속했던 날짜가 벌써 반년 이상 지났지만, 추가 복직은 없는 상태다. 희망고문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던 김 지부장은 회사에 130명의 해고자 복직 날짜를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실무교섭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그는 공장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지난 2015년 합의 이후 신뢰를 갖고 우리는 할 얘기를 눌러가며 기다렸어요. 그런데 복직은 이행되지 않았어요. 또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라는 건데, 당사자 입장에선 정말 고통이에요. 임계점에 다다랐어요. 올해 9년이 됐고, 10년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해결되어야 해요. 방법은 찾아보면 있다고 봐요. 해고자의 절박함, 갈등을 넘어서서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새로운 도약의 길로 쌍차가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2018년 3월13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입구 풍경
2018년 3월13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입구 풍경ⓒ민중의소리

4번째 단식

그가 다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다. 이미 여러 차례 단식을 하면서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2012년 5일, 2013년 21일, 2015년 45일, 그리고 2018년 3월1일부터 시작한 단식까지 합치면 84일째다. 그래서인지, 단식을 시작한 뒤로 배탈과 설사로 급격하게 몸무게가 줄었다. 하루에도 급격한 피로감이 수차례 밀려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물과 소금으로 버티며 위험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2015년 노노사 합의 당사자라는 책임감 때문이다.

“2015년 합의를 한 내가 책임을 지고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내 몸을 태워야겠다 생각했어요. 안타깝지만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단식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주변에 불편함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해고자 전원복직’ 외에도 김 지부장이 단식농성을 통해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 게 하 나 더 있다. ‘손배가압류 완전 철회’다. 김 지부장은 “회사가 금속노조와 쌍차지부 간부들 개개인에게 손배가압류를 적용해 왔다”며 “복직과 관련해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철회했지만, 노조에 대한 것은 철회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노사 합의가 이뤄졌던 2015년도엔 민중총궐기 등으로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었어요. 회사는 이런 정세에서 손배를 완전 해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부담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정세가 변화되는 시점에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를 구두로 나눴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금속노조에 대한 손배가 풀리지 않고 있는 거죠.”

국가 손해배상 청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경찰은 2009년 파업 진답 당시 투입했던 헬기·기중기 등이 파손됐다며 쌍용차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6년 서울고법은 쌍차지부 등이 국가에 11억을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고, 그 배상금의 이자가 불고 불어 17억원에 이르렀다. 현재 국가 손해배상 문제는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그는 “이 문제는 저희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대법에서 확정되고 만약 집행된다고 하면, 상상하기 힘들다. 이중삼중 고통을 넘어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3일째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2018.03.13.
13일째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2018.03.13.ⓒ민중의소리
2018년 3월13일 단식농성장을 찾은 하이디스 노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득중 지부장
2018년 3월13일 단식농성장을 찾은 하이디스 노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득중 지부장ⓒ민중의소리

‘희망’

그래도 그는 이 모든 상황이 해결되리라 봤다.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최근 경찰청 내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발생한 국가폭력·인권침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다. 그 중에는 경찰의 쌍용자동차 파업진압도 포함됐다.

“얼마 전 인권침해위원회 조사관이 왔었어요. 향후 5~6개월 동안 2009년 쌍차파업 진압상황과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저희로선 다행이다 싶어요. 이런 내용이 언론에서도 나오자, 조합원 중에는 저를 찾아와서 당시 폭력진압 장면 사진 속에 피해자가 자기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어요. 조합원들이 9년 만에 입을 열기 시작한 거죠.”

2009년 이후 노조 조합원들은 전 정권이 씌운 공안 프레임에 갇혀 당시 상황을 증언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파업에 참여했던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했고, 국가는 해고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경찰도 변화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국가의 손해배상이 타당한지 우리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는 토대는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올해 그의 나이는 쉰 살. 마흔 하 나에 시작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모두가 복직하는 그날을 꿈꾸기 때문이다. 가장 마지막에 복직하겠다는 그가 복직하는 날을 꿈꾸기 때문이다.

“저는 그렇게 지난 9년을 살아왔어요. 17억이 집행될 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버티겠어요. 끊임없이 잘 될 거다, 우리의 진실은 밝혀질 거다 생각해 왔죠. 앞으로도 계속 투쟁을 해야 하니까요.”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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