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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 개헌안, 촛불혁명 정신 담아야 성공한다

개헌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국민헌법자문안’을 보고 받고 6월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년 연임제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하자는 제안도 했다. 청와대는 오는 21일 대통령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 개헌 논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통령이 먼저 개헌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대통령도 발의권이 있고, 개헌을 둘러싼 공방은 무성하지만 실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도 있으니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니다.

개헌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은 인정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개헌을 공약했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개헌이 국민에 대한 약속임을 강조해왔다. 대통령안 발의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개헌의 본령에 부합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부를 표방한 만큼, 여기에 걸맞은 개헌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문안이 국민소환제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토지공개념, 선거제도의 비례성 등을 포함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존 논의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못 된다. 자문안이 논의의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대통령안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야 한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나 상시업무의 직접 고용 원칙 등을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 제헌헌법에도 나온 이익균점권을 반영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농업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는 내용도 필요하다. 자문위는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손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헌법 때 들어간 구절을 촛불혁명에 뒤이은 개헌에서 그대로 남겨둘 이유가 전혀 없다. 색깔공세에 대한 부담을 고려했겠지만, 벌써부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좋은 개헌안이 나오기 힘들다. 대통령안에서 바꿔야 한다.

문 대통령이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본권 조항을 비롯한 여러 대목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은 점은 아쉽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통령이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우려된다. 권력구조는 시대와 사회적 배경의 산물이다. 뚜렷한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다. ‘제왕적 대통령을 낳은 5년 단임제’란 주장도, 따지고 보면 정략적 목적에 따라 가공된 통념에 가깝다.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중요한 계기일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개헌 논의에 착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개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어떤 개헌이냐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이 되려면 권력구조나 선거 일정 등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정립하는 논의가 돼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국회도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설 수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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