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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자신감 넘치는 펑크의 에너지로 보내는 응원과 연대
밴드 에고펑션에러
밴드 에고펑션에러ⓒ에고펑션에러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나 비트, 노랫말보다 전체적인 사운드가 더 강렬하게 들릴 때가 있다. 굳이 노랫말을 다 찾아보지 않더라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다 알 것 같은 음악. 사실 음악은 멜로디와 비트, 노랫말로 말하면서 사운드로도 말하는 표현 방식이니 사운드만으로도 대략 어떤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려 하는지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빠르거나 느린 비트의 차이와 부드럽거나 거친, 혹은 자연스럽거나 인공적인, 또는 꽉 차거나 비어있는 사운드의 차이는 한 곡의 음악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충분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폭주를 유쾌하게 즐기게 되는 ‘Ego Fun Show’

밴드 에고펑션에러가 2015년 데뷔 음반을 발표한 후 3년만에 내놓은 정규 2집 ‘Ego Fun Show’는 음반의 타이틀처럼 시종일관 쇼 같은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사운드로 할 말을 대신한다. 그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 불만스러워 자유롭고 싶어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감정을 발산하고 터트리면서 결코 꺾이지 않은 채 질주하려는 에너지의 폭주를 향연처럼 유쾌하게 즐기게 된다. 에고펑션에러가 펑크 록 밴드이니 거칠고 시끄럽고 요란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리지는 말자. 에고펑션에러가 스트링 연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팝 뮤지션이 아니고 펑크 밴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처럼 시끌벅적한 사운드를 사용하겠지만 2집 음반에 담은 이야기들은 바로 지금의 시대와 맞물려 음악 속 분출하는 에너지에 명확한 근거를 만들고 확장시킨다.

밴드 에고펑션에러 정규 2집 ‘Ego Fun Show’
밴드 에고펑션에러 정규 2집 ‘Ego Fun Show’ⓒ더 발리안트

에고펑션에러가 2집에 담은 11곡의 노래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자 뮤지션으로서 동시에 젊음이자 인간으로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들은 음반을 여는 첫 번째 곡 ‘에고펑쇼’에서 초기 록큰롤 같은 리듬을 가진 리프로 “아침 해가 떠오르니 즐겨봅시다 또”라는 노랫말을 불러제끼면서 쇼 같은 음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삶이나 살고 있는 세상이 쇼처럼 유쾌하거나 신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쇼처럼 재밌는 모습만 선별해서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 확연하게 와닿는 음반의 의지는 쇼처럼 요란하게 펼쳐지는 세상, 그 속에서 함께 요동치는 자신의 모습을 쇼라는 단어의 버라이어티함으로 요약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이 음반의 요란한 사운드는 세상의 요란함을 담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세상의 요란함으로 인해 요동칠 수 밖에 없는 마음의 표현이다. 동시에 이 요란함은 쇼처럼 헛되고 부질없어 보이는 세상에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기백과 기개의 표현처럼 느껴진다. 세상에 마음 안 드는 일 투성이고, 마음대로 되는 일도 별로 없지만 이렇게 요란한 세상에서 나는 쇼를 즐기듯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에너지가 음반 전체에 그득하기 때문이다.

음반의 타이틀 곡인 ‘Lazy Cat’은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을 탓하는 고양이와 인간의 목소리를 엇갈리게 담으면서 결국 “필요 없는 조바심/멀미 나는 일들은/이젠 날려 버릴래/바보 같은 일들은 안녕”라는 노랫말로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엄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구체적인 대책을 고민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버리고 돌아서는 모습은 당당하다. 간주의 베이스 연주는 질주하는 리듬감에 밴드 음악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여성이나 젊음에게 보내는 연대와 응원을 느낄 수 있는 앨범

많은 밴드들의 근거지인 서울 홍익대학교 앞의 풍경을 담으면서 발칙하게 노래하는 ‘잔다리보행기’ 역시 질주하는 리듬감과 함께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낸다. 특히 펑키하면서 사이키델릭한 연주의 어울림은 홍대 앞에 깃든 낭만과 즐거움을 흥건하게 담아내며 현재를 즐기고 즐겁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이어간다. 3분 30여초의 짧은 곡이지만 곡의 틈마다 적절하게 출몰하는 연주들은 충만한 에너지를 재현하면서 듣는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부당함을 토로하는 곡 ‘단속사회’에서도 에고펑션에러는 전혀 기가 죽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여성들을 억압하면서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가하는 사회를 경쾌하게 조롱하고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선언한다. 삶을 가로막는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가겠다는 기백은 이 곡에서도 한결같다. 수동적인 자세를 강요하는 상대에게 한 방 먹이듯 후려치며 노래하는 곡 ‘기분’도 ‘단속사회’와 같은 생각을 이어간다. 대화체의 가사 맛을 정확하게 살려주는 멜로디와 록킹하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발언의 강도를 제대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아직 다 드러내지 않은 잠재된 에너지까지 죄다 드러내고 만다. 여성으로 자기 발언은 ‘말괄량이 가시나’에서 펑크의 맛을 살린 경쾌함으로 계속 이어진다.

에고펑션에러
에고펑션에러ⓒ에고펑션에러

그리고 ‘난 모른다오’라고 말하고 있는 곡은 모르겠고, 하기 싫은 마음조차 당차고 발칙하게 선언하는 무한 긍정과 자신감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에너지를 가장 명쾌하게 담아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리듬까지 바꿔가며 연대와 경고의 함의까지 거침없이 나아간다. 지금의 시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엉뚱하게 ‘참다랑어’를 끌어온 노래도 긍정과 응원의 연속이다. 아무말 대잔치 같은 가사가 몰아치는 ‘Psychedelic Love’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면 이전까지의 질주와는 다른 맥락을 가진 ‘비로소, 별’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에고펑션에러의 순정 같은 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음반의 마지막 곡 ‘바보들의 왕’은 이전 곡들과는 달리 묵직한 사운드로 스마트폰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한다.

음악의 당당함이 현실의 당당함으로 완전히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음반 전반의 일관된 낙관과 당당함은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 특히 여성이나 젊음에게 보내는 연대와 응원으로 느껴지기 충분하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논리와 이성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논리와 이성을 초월한 에너지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음악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바로 그것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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