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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빨갱이와 어버이연합 경계에 서다, 영화 ‘운동회’
영화 ‘운동회’
영화 ‘운동회’ⓒ스틸컷

영화 ‘부산행’에서 열연한 아역배우 ‘김수안’을 포스터 메인으로 내세운 영화 ‘운동회’는 코미디 장르의 진가를 제대로 뿜어내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라 마냥 코미디 같진 않다. 혹은 내용이 너무 적나라해서 오히려 코미디스러운 건지 모르겠다.

작품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할아버지, 아들 내외, 삼촌, 손녀 등 3대가 함께 사는 집에서 이들이 살아가는 일들을 영화는 보여준다. 별 기교 없이, 화학조미료 없이 덤덤하고 생생하게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며느리의 눈치를 보며 사는 듯한 할아버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아빠,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장님에게 마음이 가는 엄마, 반 백수에 가까운 삼촌, 2인3각에서 1등을 하려고 하는 손녀 승희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자신의 위치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간다. 할아버지, 아빠, 엄마, 삼촌은 의도치 않게 서로 말 못할 비밀을 만들게 된다. 할아버지는 “빨갱이 타도”를 외치는 아버지연합에서 활동하게 되고, 아빠는 노조와 사측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노조 곁에 선다. 매일 돈에 굶주리던 삼촌은 집회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영화는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특수한 ‘목적’이나 정치적 ‘구호’ 때문에 아버지연합이나 노조에 가담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각자 원하는 삶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임을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아버지연합의 대장이 된 할아버지는 아들이 속한 노조원을 때리게 되고, 노조원은 집회를 무산시키려는 아르바이트생(삼촌)을 때리게 되는 등 할아버지, 아빠, 엄마, 삼촌 모두 얽히고설키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영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빨갱이’, ‘아버지연합’이라고 손가락질 하며 싸우게 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웃지 못 할 사회적인 구조와 모순을 보여준다.

영화엔 아버지연합, 삼청교육대, 빨갱이, 집회, 해고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정치적인 구호는 없다. 오직 회사에 잘 다녀서 가족들을 잘 보살피고 싶은 가장의 마음, 남에게 인정받고 국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어르신의 마음, 다정하게 위로받고 싶은 아내의 마음, 일한만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싶은 청년의 마음만이 보일 뿐이다. 사회적인 구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부딪히는 이들의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씁쓸하다.

영화는 손녀의 운동회에서 해답을 찾는다. 2인3각을 해내는 손녀의 모습을 통해서다. 젊은 세대와 어르신 세대 사이에 놓인 경계선에 서서 이들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유쾌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진태 감독. 김수안, 양지웅, 이정비, 최혁, 박찬영, 김하영 등이 출연한다. 오는 3월 22일에 개봉된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제18회 부산독립영화제, 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제10회 진주같은영화제 초청작이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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