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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아직도 노동자만 책임져야 하는가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포토 라인에 선 날, 많은 네티즌들이 기념떡과 과자를 돌렸다며 SNS계정에 인증 사진을 올렸다. 국정농단세력과 덩달아 감옥으로 사라져 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 해야 한다는 여론도 68%(리얼미터, 3월 1일 발표)까지 치솟았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적 울분의 유발자들에게 쏠린 매서운 귀결이다.

돌아보면 가장 큰 고초를 당한 피해자는 노동자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퍼부은 경찰특공대의 잔인한 곤봉세례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자본가 세상을 찬양하며 제 호주머니를 불리다 철퇴를 맞은 박근혜 정부 때는 또 어땠는가. 노동자를 쓰다 버릴 부속품 취급하며 쉬운 해고를 도입하려는 것에 끝까지 저항하다 끌려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마지막 눈빛 역시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가해자들을 정의의 법정에 세워 단죄할 수 있다니 어찌 속 시원하지 않겠는가마는 마냥 박수만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 노동자들은 여전히 피해자 신세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쌍용차 노동자들을 보라. 금속노조 김득중 지부장이 4번째 단식에 돌입한 지 15일을 훌쩍 넘었다. 2015년 노노사 합의에서 해고자의 전원 복직을 약속 받았으나 여전히 13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조에 걸린 국가 손해배상 청구금 17억도 그대로다.

성동조선·STX조선 노동자 1600여명도 14일 정부의 법정관리 및 사업축소·재편 발표에 항의하는 상경 집회를 가지고 정부를 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첫 방문지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선택하며 위기와 재도약을 위한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마련해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노동자들에게 떨어진 건 구조조정 선언이다. 정부당국이 채권단의 입맛에 맞는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해 조선산업을 버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로써 벼랑 끝에 선 건 또 노동자들이다. 지금까지 성동조선·STX조선은 채권단 요구로 조합원의 30%씩을 줄였고, 임금 삭감, 사내복지 축소, 조합원 휴업을 감당하면서까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달려왔는데, 결국 대량해고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쯤 되면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촛불혁명으로 바꾼 것은 대통령 하나뿐이고, 노동자 죽이기는 그대로라고. 노동자를 혹독히 탄압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옥으로 간다고 해서 노동자만 고통스럽게 책임져야 하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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