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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최고령 여성복서’ 김정애씨의 도전기 “한계를 뛰어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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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9일 서울 관악구 위치한 대한권투체육관에서 만났다.
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9일 서울 관악구 위치한 대한권투체육관에서 만났다.ⓒ민중의소리

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만났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복싱 체육관에는 불금 저녁임에도 땀을 흘리며 자신을 단련시키는 회원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그중에 단연 눈에 띄는 김정애씨는 현재 아마추어 선수 중 남녀를 통틀어 최고령이다. 오는 17일 두번째 복싱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56세 여성이라는 사전정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직접 만난 그는 격투기에는 위험해 보이는 작은 체구로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된 후엔 그런 것들은 도전에 있어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성취감을 높여주는 요소가 될 뿐이라는 그의 생각에 설득 당했다.

“한계를 뛰어넘는 게 즐거워요. 어느 날은 훅이 잘 안 돼서 2시간씩 그거 하나만 연습해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잘 되고, 또 어느 순간엔 훅도 안 되던 내가 갑자기 어퍼컷도 잘 하게 됐다는 걸 알게 돼요. 그런 나의 성장을 볼 때 희열이 엄청나요. 내가 원하는 걸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죠. 나이나 체력 같은 것도 마찬가지에요”

그는 복싱에 대해 성별과 나이를 주제로 참견이 많을 것 같다는 질문에 “‘여자가 무슨’ 그런 말은 저한테 대놓고 못해요. 내 성격을 아니까. (웃음) 또 내가 20대라면 그런 말도 들을 텐데 지금은 나이가 더 큰 것 같아요. 사람들은 여자, 남자를 떠나서 나이에 더 민감해요”라고 답했다.

실제 주변에서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체력이 되느냐’, ‘그 나이에 다치면 어떡하느냐’, ‘김정애씨! 그냥 등산이나 다녀’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그럴 때 그는 ‘이 나이에는 이걸 해야 하고, 저 나이에 저걸 해야 하고. 그런 게 어딨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은근슬쩍 우월감도 든다며 “너무 잘난 척인가?”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많지만 그 친구들한테 전 완전히 인기 짱! 연예인이에요.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이 나이에 어떻게..’ 라는 생각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저는 도전했다는 자체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닐까요?”

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9일 서울 관악구 위치한 대한권투체육관에서 만났다. 글러브를 착용하는 모습.
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9일 서울 관악구 위치한 대한권투체육관에서 만났다. 글러브를 착용하는 모습.ⓒ민중의소리

김정애씨는 성별이나 나이 등으로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대화를 나눠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몸에 씌여 있다. 다름 아닌 양 팔과 등, 옆구리 등에 자리한 커다란 문신들.

“로드FC 같은 걸 보면 남자 선수들이 문신을 많이 해요. 상대에 대한 기선제압 목적도 있고. 또 그냥 보기에 멋지잖아요. 그렇다고 난 여자라서 더 해야겠다 꼭 그런 건 아니었어요. 남자, 여자 구분이 필요하나요? 그냥 복싱을 더 멋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했어요. 약간 허세? 나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김정애씨는 ‘50대 후반 여성이 온 몸에 문신을 해도 될까?’라는 식의 편견이 없다. 남들의 그 같은 편견을 깨고자 하는 거창함도 없다. 하고 싶으니까 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여름에 버스 손잡이를 잡았는데 사람들이 막 쳐다봐요. ‘왜 쳐다보지? 아 맞다 나 문신했지.’ 그럴 때 정말 재밌고 즐거워요. 전 어차피 보라고 한 거니까. 이렇게 말하면 우리 애들이 저보고 ‘관종’(관심받기를 즐기는 사람)이래요. 같이 다닐 때 ‘엄마, 나랑 떨어져서 걸어’ 그래요. (웃음)”

‘허세’나 ‘관종’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장난스럽게 표현되기도 하는 김정애씨가 지닌 높은 자존감은 문신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한자로 쓰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있다. 불교신자인 그는 “석가모니가 세상에 태어나 하늘을 가리키며 했다는 말”이라며 “내가 없으면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주에서 나보다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것.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심이 아니라 나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9일 서울 관악구 위치한 대한권투체육관에서 만났다. 샌드백을 치는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김정애(56, 여) 아마추어 복싱 선수를 9일 서울 관악구 위치한 대한권투체육관에서 만났다. 샌드백을 치는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상대와 마주섰을 때 두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전형적인 인파이터(상대방에게 접근해 공격하는 유형의 선수)”라며 “원래 그게 내 성향인 것 같아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그러다가 맞으면 어떡해?’예요. 아무것도 안하면 다칠 것도 없어요.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그런 걱정보다는 ‘내가 때려야 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맞으면 또 다시 때려야지라고 생각해야죠.”

도전을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는 앞서 수 년 간의 등산, 헬스, 주짓수 등 운동 경력으로 복싱 대회 출전이 가능한 체력을 마련했다.

그는 주짓수의 경우 흰 띠, 4그랄이라고 한다. ‘그랄’은 주짓수 등급 개념으로 한 띠당 4그랄까지 승급할 수 있다. 이는 수련기간과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하나씩 얻어 자신의 띠에 표식할 수 있다.

사실 주짓수를 더 잘하고 싶어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복싱의 매력에 빠져 주짓수에는 다소 소홀해진 상태다. 이는 주짓수 관장님에겐 비밀이다.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지만, 그의 본업은 보험업이다. 처음 보험회사에 입사한 이후 벌써 24년 차다. 지난 2016년에는 체육시설 배상책임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대리점을 내고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주 고객이 체육관 관장님들”이라며 “저는 제가 반체육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내와 엄마의 역할, 그리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복싱 대회 출전까지 준비하려면 하루가 빠듯하다. 그러나 그는 “체력적으론 힘들긴 하지만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그는 복싱 대회 출전이라는 도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가족들이 ‘도대체 강해져서 어디에 써먹을려고 그래?’라고 하지만…(웃음). 저는 싸워본 적도 없고 싸울 일도 없어요. 남들과 싸우기 위한 게 아니라 제 스스로 나 자신에게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의 목표는 “일단은 코 앞에 닥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이후엔 프로 복서 데뷔 무대를 갖고 싶다고 한다. 복싱 프로테스트는 만 39세의 나이제한을 두고 있어 그의 경우 출전이 불가능하다.

“40대가 프로테스트 무대에 서는 건 전례가 없다고 해요. 하지만 이벤트성으로 데뷔 무대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만약 제가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그러다보니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며 도전의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이 나이에 시작해도 될까?’라는 걱정에 ‘나도 해냈다’고 보여주는 거죠. 남들이 자갈밭이나 높은 산에서 망설일 때 이미 그 길을 가본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제가 길을 터놓으면 사람들이 더 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한편 김정애씨가 출전하는 ‘동작구청장배 제2회 케이비원 전국복싱대회’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본 경기 외에도 입구에서 청년 푸드트럭 페스티벌, 주민 참여 프리마켓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된 축제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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