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우리 목소리를 못 들은척 말라” 17세 청소년 ‘눈물의 삭발식’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르고 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르고 있다.ⓒ임화영 기자

"저는 제 머리카락을 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저는 선거연령하양을 요구하기 위해 삭발을 했습니다. 더는 우리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청소년들의 머리에 바리깡을 대자 머리카락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청소년 3명은 국회 앞에서 '만 18세 이하로 선거연령을 낮추자'고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만 18세 청소년들이 참여하기 위해선 4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양 입법이 통과되야 한다. 삭발은 4월 국회에 전하는 청소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다.

청소년농성단·촛불총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도 시민이다, 청소년도 주권자다, 4월 국회 응답하라"고 목청껏 외쳤다.

기자회견은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구호와 함께 시작됐다. '선거권은 인권이다'라는 붉은 글씨가 써진 하얀 천을 두른 청소년 3명이 등장했다.

단발머리를 하고 있던 청소년들의 머리카락 한 뭉텅이가 바닦에 깔린 흰 천 위로 떨어졌다. 이후 밤톨같은 민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자 청소년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머리카락을 다 밀고 나서도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청소년들도 뒤에서 숨죽여 울고 있었다.

삭발한 청소년들은 꽃을 받았고, 이들의 머리에는 꽃모자가 씌여졌다. 삭발 한 후 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포옹을 받으며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 자리를 지켰다. 국회 앞에선 이들은 이날부터 꽃샘추위 속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한다.

"청소년 참정권 너무나도 절박해 삭발 결심"
"선거연령 하향,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선거권은 인권,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화영 기자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른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른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화영 기자

'탈학교' 청소년인 김윤송(17)양은 "저는 단지 어린 것이 말대꾸한다는 이유로 머리 채를 휘어잡히고 뺨을 맞은 적 짓밟힌 적이 너무 많다"며 "작고 일상적인 것부터 감히 제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위협을 받고 입막음을 당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것은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며 "청소년들의 선거권 박탈은 비청소년들이 청소년들에게 행사하고 있는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김윤송 양은 "청소년들에게 참정권 문제는 너무나도 절박하다"며 "그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삭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어른들 투표하실 때 애들은 끼어들지 말라고요?”>

김정민(17)양은 "청소년 참정권은 늘 '나중에 해도 된다', '기다려라'라고 치부되는 문제이며, 국회의원이나 일부 어른들은 지방선거 때 참여는 물 건너 갔으니 몇 년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다"며 "그런데 이미 19080년 18세 선거연령 하향이 논의는 38년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라고 꼬집었다.

또한 "누군가는 청소년이 삭발하고 농성 하는 것도 어른들에 의해 선동당하고 조정당해 매도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 눈을 똑바로 봐라. 저는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독립된 인격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중이 아닌 지금 존중받고자 요구한다"며 "독립된 인격체로서 참정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경남에서 올라온 권리모(16)양은 "저는 이 자리에, 부모님이 시켜서도 선생님이 시켜서도 아닌 제가 서고 싶었기에 섰다"며 "제가 원해서 참정권을 외치기 위해 삭발을 결심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참정권은 그저 하라는 대로 사는 비주체적인 삶을 강요받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며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더욱 인간적인 삶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죽지 않고 다 같이 살고 싶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다 같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투쟁에 청소년들의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유한국당의 결단만 남았다"
"4월까지 갈 필요 없다, 3월 국회 열려 있다"
"선거에 불리해서 반대하나,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떠나라"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손솔 민중당 공동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손솔 민중당 공동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각당 원내대표들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18세 세 학생이 청소년이 머리를 깎겠다고 나서는데 국회가 4월에 이것을 통과 못한다면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성태 원내대표는 학제개편만 하면 18세 투표권 준다고 얘기했지만, 투표권을 18세에게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학제개편인데, 더 어려운 조건을 붙여서 국민들, 18세 청소년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4월 국회 통과 시키려면 한달이라는 시간 있다. 10초면 통과시킬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4월까지 갈 필요가 뭐 있나 3월 국회가 열려있다"라고 말하자 환호를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권 18세 인하는 선거 유불리의 문제도 아니고 청소년 기본권의 문제"라며 "6월 지방선거가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번째 선거가 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20년 전에 선거연령 20세에서 19세로 연령을 낮추기 위해 헌법소원을 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시험 볼 수 있는 나이가 만 18세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될 수 있는데 투표는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선거에 불리해서 반대하나, 그럼 대한민국을 떠나라"라면서 "국회를 떠나야지, 왜 남아서 투표권을 안 주려고 하냐"라고 목소리 높였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자꾸 자유한국당 탓 하는데, 본인들 탓"이라며 "50대 남성으로서 국회에 앉아 있는 본인들이 권력을 내려놔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 뿐 아니라 정치인으로 길러내야 한다"며 "국회를 차지한 정당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라고 경고했다.

삭발한 청소년들을 비롯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은 국회 맞은 편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농성장에서 24시간 철야 농성에 돌입한다. 이들은 선거권 하향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임시국회가 폐회하는 날까지 농성을 진행한다. 이들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회 정문 앞 연좌농성과 피켓팅, 국회 방문, 자유한국당사 앞 시위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또 이들은 오는 31일 오후 2시에는 선거연령 하양 4월 국회통과 촉구 집중 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한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 청소년의 선거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3차 개헌안'을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이 그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노동 등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공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른 후 연대의 화환을 쓰고 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른 후 연대의 화환을 쓰고 있다.ⓒ임화영 기자

양아라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