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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칼럼]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자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른 후 연대의 화환을 쓰고 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른 후 연대의 화환을 쓰고 있다.ⓒ임화영 기자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소년 선거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국회의 공직선거법 개정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에 청소년들이 시민사회와 함께 농성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청소년 선거권을 반대하는 정치인과 시민들께 드리는 편지 형식으로 썼습니다.

지방선거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건물에 걸린 예비후보의 현수막을 볼 수도 있고, 명함을 돌리고 있는 예비후보자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투표해야 하는 사람도 많고, 촛불혁명으로 세상이 뒤집어진 뒤라 우리 동네엔 어떤 사람이 후보로 나왔나, 관심이 많으시죠?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개헌 가능성까지 있으니 내 한 표가 참 중요하다 느껴지는 선거입니다. 국민들이 가장 대접받는 시기이니 정치인들 앞에서 어깨에 힘도 주고 도장을 누르는 손에도 힘이 들어갈 만 합니다. 그런데 그걸 입 꾹 다물고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입니다.

정부가 오늘 18세 선거권을 담는 개헌안을 발표 했습니다. “청소년의 정치적 역량과 참여의식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며 선거연령 하향이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정부 발표 헌법 제25조에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는 조문은 자칫 18세 미만 국민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취지를 살리려면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의 의무는 참정권의 최대 확대이고 그것이 헌법 정신이니까요.

정부도 이렇게 나서고 있는데 자기 책임과 역할임에도 궁색한 변명으로 18세 선거권을 가로막고 있는 정당이 생각납니다. 자유한국당이죠. 오직 ‘권력’ 두 글자에만 집착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는 이들이 국민의 대표라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이런 민주주의 파괴범들이 국회로 가지 않으려면 학교부터 정치판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이익보다 자기 권력을 위해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구태 정치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어렸을 때부터 정치를 알고,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할 줄 알아야 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시험 문제 잘 푸는 교육이 아니라 정치의 주인이 되는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면 학교가 정치판이 되어서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정치와 담 쌓고 살다가 선거권이 주어졌을 때, 박근혜와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치른 비싼 수업료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 및 삭발식’이 끝난 후 바닥에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 및 삭발식’이 끝난 후 바닥에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임화영 기자

민주사회 구성원이면 누구나 갖는 권리

어떤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아직 미성숙해서 자격이 안 되고, 정치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선거권을 가진 그 누구도 선거권 자격 시험을 거치진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선거권을 부여할 때 그것을 가질 자격이 되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투표장에서 확인하는 것은 신분증이지 선거 자격증은 아니죠. 또한 정치적 훈련을 거쳐서 수료증을 받고 선거권을 가지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나 갖는 권리이기에 우리 모두 갖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아직 선거권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 몇 년 간 준비를 잘 해서 주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아무도 그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선거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낮아졌을 때 몇 년 준비해서 법을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 이후 첫 선거를 치러야 했을 때 선거권을 처음 행사하는 국민들을 위해 수년 간 준비했던 역사도 없습니다. 공직선거법 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다루는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그 권리를 누릴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기준은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혹시 왜 지방선거 코앞에 두고 이제서야 떠드는 거냐고 하시는 건 아니죠? 가장 가능성이 큰 18세로 선거연령 낮춰야 한다는 요구는 선거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낮아졌던 2005년 이전부터 있었던 걸 애써 외면하시는 건 아니겠죠. 최소한 13년 이상 줄기차게 요구해 온 청소년 선거권이 촛불혁명을 거친 이제는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세계 여러 나라가 16세 선거권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너무 뒤쳐지진 말아야죠.

촛불혁명에서 국민들의 무기였던 헌법을 들여다보면 제37조 2항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아무리 살펴보고 뜯어봐도 청소년이 선거권을 갖는 것이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협하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청소년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선거권 제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요?

내가 이미 권리를 가졌다고 그 권리에서 소외된 이들을 외면한다면 실질적 민주주의와 공동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이 때, 차가운 길거리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연대와 국회의 응답이 우리가 들었던 촛불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르고 있다.
삭발 결의를 한 청소년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삭발식을 치르고 있다.ⓒ임화영 기자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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