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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월의 봄, 광장에 기억의 씨앗 뿌리는 ‘4·16 세대들’

세월호 참사 후 4번째 봄이 다가옵니다. ‘눈물의 팽목항’, ‘광장의 노란 리본 물결’, ‘물 위로 올라온 찢겨진 선체’···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분노’와 ‘눈물’, ‘기다림’, ‘약속’과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조각을 모아 ‘세월호 4년, 다시 봄’이란 이야기로 묶어봅니다.

[① |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의 증언]
[② | 팽목항을 지키는 사람들]
[③ | 유족에게 보내는 편지]
[④ | 세월호, 진실을 세우다]
[⑤ | 안산의 봄]
[⑥ | ‘4.16세대’의 약속]

시민들 가방, 지갑 등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달려있다.
시민들 가방, 지갑 등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달려있다.ⓒ정병혁 기자

누군가의 가방에 달린 '노란리본'을 볼 때, 우리는 '세월호'를 떠올린다. 기억은 일상 속에서 숨어있다가 우연히 만난 무언가에 모습을 드러낸다.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의 헬멧에 새긴 노란리본이 전해준 울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이처럼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혀질 수 없는 힘이 있다. '너'와 '내'가 외면하지 않고 마주한다면 기억은 우리를 단단하게 연결해 줄 것이다.

여기 '기억의 씨앗'을 뿌리는 청년이 있다. 단원고 희생자 학생과 같은 또래인 이른바 '4.16 세대'들이 세월호를 '살아있는 기억'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광화문 광장에 '기억비 1호'를 세우기 위해 모였다.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를 구성한 김유진(28) 운영팀장을 29일 오후에 만나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노란리본이 박힌 나비 나무 조각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진도 팽목항 인근에 있는 분향소를 지키는 단원고 희생자 우재군의 아버지인 고영환씨가 손수 나무를 깎아 만들어 준 목걸이었다.

그에겐 '세월호'라고 말하면 딱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2014년 4월 19일 밤 세월호 가족들이 "아들 딸 살려내라", "정부는 살인마다" 외치면서 진도에서 행진하는 모습이다. "너무 먼 곳이잖아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언론이 다인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아들 딸들이 배 속에 잠겨 있는데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도한 부모님들의 울부짖음이 당시 현장 상황을 알려주셨던 거 같아요."

기억 동행, 안산-진도 팽목항-목포신항

김유진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 운영팀장이 29일 오전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김유진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 운영팀장이 29일 오전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의 현안은 많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김씨는 세월호의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진실규명에 힘을 실고 싶었다. 304명 만의 '추모비'가 아닌, 국민들의 '기억비' 건립이 그 행동에 시작이었다.

김씨는 기억비를 처음 구상했을 당시 가장 먼저 세월호 가족들에게 찾아갔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학생들의 마음에 고마워하면서도 "너희들의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우리가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대학생 30여명이 모여 지난 1월 중순부터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기억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월 23일부터 24일까지 1박 2일간 가족과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 단원고 기억교실, 진도 팽목항, 기억의 숲 그리고 목포신항을 다녀왔다. 학생들은 기억의 공간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끝도 없이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셀수 없이 많은 영정사진을 보면서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304명 희생, 한명 한명의 우주들이 깨어져 버린 일이잖아요. 그런데 잊으라고 하는 건 폭력이더라고요. 사실 세월호 진실을 밝혀야 된다 하는데 원래는 국가가 알려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국민이 밝혀야 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정상적으로 됐어도 우리끼리 싸워서 부딪히는 일은 없었을 거 같아요."

기억 행동,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참사 기억비를"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모습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

김씨는 대학생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기억비 건립에 참여하는 시민추진위원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기억비를 안산이랑 팽목항에다 세우지 왜 광화문이냐"라는 시민들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 질문에 한 친구가 '왜 피해자 가족들만 기억해야 하냐'라고 답하더라고요. 안산이나 팽목항은 참사의 현장이기도 하고 가족들분과 관련된 곳이기도 하니까요." 김씨는 '우리는 기억하면 안 되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천만 촛불의 시작이었던 천만 리본의 물결은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됐다고 믿는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외면 받았던 세월호 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노숙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던 곳, 천만 촛불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세월호를 끌어 올렸던 바로 그곳이 기억비 1호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 국민들이 세월호도 많은게 해결된 거 같이 보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제까지는 진실규명이라기 보다는 끊임없이 방해·은폐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가족들이 어떻게든 세월호를 지키려는 싸움이었죠. 우리가 아무리 기억해도 모자라지 않고 진상규명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봐요"

기억 이음, "나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가 활동하는 모습
대학생 세월호참사 기억비 건립 프로젝트가 활동하는 모습ⓒ김유진 제공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김씨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기억은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 잊지 않으려면 행동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김씨에게 기억은 곧 '행동'과 '실천', 살아있는 움직임을 의미했다. 김씨는 "기억비를 세우는 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416세대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기억비에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의미가 담겨있다. "기억비라는 것 자체가 과거의 304명의 죽음과 희생을 기억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 젊은 청년인 내가 행동함으로써, 기성세대가 됐을 때 미래의 아이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면서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이제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세월호 참사처럼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을 마주했을 때 내가 세웠던 기억비를 떠올리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대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는 오는 4월 14일에 열리는 전국대학생 대회에서 기억비 건립을 선포할 예정이다. 이들은 5주기 이전에 기억비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씨는 기억비 1호를 세우고 난 후 전국에 기억비를 건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4주기에 맞춰 프로젝트 활동을 마무리되지만, 서울지역 대학생 동아리 '기억이음'을 통해 앞으로 제2, 제3의 기억비 건립운동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416세대들은 살아있는 기억비를 심기 위해 노란리본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는 16일 안산 정부합동분향에서는 '합동영결식'이 진행된다. 이에 김씨는 이렇게 다짐한다. "합동영결식이 주는 느낌이 이별, 아이들의 장례식인데, 그렇게 해서 세월호 참사가 종결되는 국면을 바라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올해 4월 14일에 광화문 광장에 열리는 촛불집회가 '다짐문화제'라 들었어요. '나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다짐을 하면서 4주기를 맞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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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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