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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칼럼]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예고된 사회
29일 청년민중당은 이마트 다산점 앞에서 이마트 무빙워크 사고 청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조명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청년민중당은 이마트 다산점 앞에서 이마트 무빙워크 사고 청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조명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청년민중당

3월 29일. 회의 중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이마트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21살 청년노동자가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제주 이민호님 사건이 스쳤다. SNS와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는 소식 속에서 이 청년이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점심은 대충 먹고 사고가 발생한 이마트 다산점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이 왔다. 기자회견이 끝날 즈음 도착해 사람들과 함께 무빙워크 현장으로 갔다. 흰색 가벽으로 현장은 막혀 있고, 어떠한 설명도 없이 무빙워크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안내판만 놓여 있었다. 직원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국화꽃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냈다. 밖으로 나와 고인의 빈소가 있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조문을 하고 고인의 아버님과 이야기하게 되었다. 공고를 다니다 현장실습을 하던 업체에 취업해 1년 반 정도를 근무했다고 한다. 아버님은 CCTV를 통해 10분 간 안전교육을 했다는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됐고, 사고 현장에 이마트 직원은 없었음을 확인했다. 아들을 사고로 잃은 심정이 전해져 고통스러웠다. 고인은 평소에 잦은 야근을 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고 한다.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밝힌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마트에서 사고가 난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운이 나빠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이민호님 사건을 겪으며 수많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목숨을 잃는 사고만 없었을 뿐, 그 현장의 경험은 또 다른 구의역 스크린도어 현장이었고 이마트 무빙워크 현장이었다. 구의역 사고와 판박이로 느껴지는 이마트 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졸업 후에도 그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수많은 특성화고 졸업생의 안전과 인권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3월 30일. 제주도 학생문화원에서는 “직업계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에서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 좌장은 제주도교육청에서 발제한 청소년 근로감독관 제도 도입에 대해 고용노동부 토론자에게 물었다. 고용노동부 토론자는 이렇게 답했다. 현장실습에서 청소년 근로감독관을 두는 것은 맞지 않고, 앞으로 현장실습이 학습으로 되고 실습생을 학생으로만 규정하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청소년 근로감독관’ 제도가 현행 법 제도에서 불가능한 형태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의무는 현재의 법과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부족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수많은 당사자들이 ‘청소년 근로감독관’ 또는 현장실습 시 근로감독의 필요성을 왜 이야기하는지 고용노동부는 모른단 말인가. 비겁하게 현행법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구조가 일으키는 사고는 현장실습을 없앤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제거해야 없어진다.

28일 경기도 남양주시 한 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20대 청년이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마트 측은 무빙워크 이용 중지를 설명하는 팻말을 게시해 놓았다.
28일 경기도 남양주시 한 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20대 청년이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마트 측은 무빙워크 이용 중지를 설명하는 팻말을 게시해 놓았다.ⓒ청년민중당

30년 만에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 대신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며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는 순간이다. 그러나 기본권의 확대는 인간다운 삶의 확대다. 헌법의 용어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포함한 사회적 책임이 전무한 나라에서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나라로 변해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 청년들의 죽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이마트 다산점 무빙워크 앞에 세워진 책임과 추모의 내용 없이 오직 이용불가만을 알리는 팻말과 현행법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고용노동부의 태도를 보며 대한민국이 사회적 책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라임을 느낀다. 또다시 비극이 일어났고, 고인은 돌아올 수 없지만 이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정부는 현장의 노동환경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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