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만민보]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없음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게임사 대표들과 게임비평가, 그리고 게임 관련 정부기관 책임자를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 속 잔인한 장면을 모은 영상을 틀었다. 영상이 끝난 후 트럼프 참석자들과 함께 감상한 후 “폭력적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고 총기 난사 사건에 때도 지적됐던 게임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국제단체인 ‘게임즈 포 체인지(Games for Change, g4c)’는 영상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했다. 공개된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과 달리 아름다운 풍경과 도전하는 모험가의 모습 등 게임 속의 아름다운 장면들로 이뤄졌다.

게임으로 사회를 바꾼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g4c’는 이 영상과 함께 “게임은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배우고, 교류하고, 여행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g4c’의 주장처럼 정말 게임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뀌게 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게임 ‘애프터데이즈’를 개발한 겜브릿지의 도민석 대표를 만났다.

지진으로 인한 네팔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임 ‘애프터데이즈’

지난해 4월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이어 올해 2월 앱스토어에 출시된 겜브릿지의 ‘애프터데이즈 EP1 신두팔촉’은 지난 2015년 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네팔 신두팔촉 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디게임이다. 게임 수익의 일부는 네팔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되는 사회공헌게임이기도하다.

애프터데이즈 EP1 신두팔촉
애프터데이즈 EP1 신두팔촉ⓒ겜브릿지

이 게임은 시작부터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지진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들것을 만들고 옮기는 첫 미션에서 주인공 캐릭터의 이동 속도가 느려 답답함을 유발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 부상당한 아이를 업고 산을 내려오는 장면에서는 단지 걸어서 산을 내려오는 것뿐인데도 긴 시간이 걸린다.

플레이어의 흥미를 끌기 위해 초반부터 자극적인 요소와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재미 대신 답답함을 먼저 느끼게 된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답답함은 일부러 기획한 요소다. 실제로 지진 당시 해발 2000m 산간지역에서 고립된 신두팔촉 사람들이 걸어서 산 아래 병원으로 환자들을 옮길 때 느꼈던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플레이어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고려를 많이 했어요. 그분들(네팔 사람들)의 절박함이나 답답함, 자연적인 재앙을 인간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저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디자인하게 됐죠”

애프터데이즈의 게임화면. 산을 내려가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애프터데이즈의 게임화면. 산을 내려가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겜브릿지

기획 단계에서 안팎으로 우려도 많이 들었다. 일부러 답답하게 만든 게임이라니, 누가 들어도 반대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도민석 대표가 끝까지 이런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은 게임 제작을 위해 네팔 현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고 왔기 때문이다.

“저희가 직접 네팔에서 인터뷰한 내용으로 만들다 보니까 재미를 위해서 속도감을 좀 높인다든지 뭔가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기 힘들었어요. 저와 팀원들이 네팔에 직접 가서 지진 당시 한 달이나 고립됐던 네팔 커피 농부들, 직접 목숨을 걸고 아이를 업고 산길을 헤쳐 내려간 주민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말하는 표정을 보고 오니까 거기다가 기교를 넣는 게 양심에 걸렸죠”

제작 기간이 평균 한 달 걸린다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게임 개발을 위해 네팔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 과정을 넣은 것도 드문 일이다.

“그래픽에서 네팔 현지 분위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한국에서 전해 듣는 이야기가 내용이 다른 것도 있어서 확인도 필요해서 가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팀원이 현장감을 느끼고 온 게 큰 수확이 됐죠. 게임 분위기도 더 생생하게 잘 나온 거 같아요. 앞으로도 게임을 만들 땐 현장 조사는 필수 과정으로 정해놨습니다”

네팔 현지에서 주민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도민석 대표
네팔 현지에서 주민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도민석 대표ⓒ겜브릿지

네팔 현장까지 가서 취재한 덕분에 게임은 네팔의 분위기를 더 생생하게 전할 수 있게 됐다. 앱스토어 평점은 1점 아니면 5점으로 극과 극으로 나뉘지만 이러한 제작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비평가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이달의 우수게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착한게임상’을 받았으며, 게임인 재단에서 선정하는 ‘힘내라게임인상 Top List’에도 선정됐다.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된 게임 중 뛰어난 작품을 꼽는 ‘메이드 위드 유니티 코리아 어워즈 2018’의 ‘베스트 임팩트’ 부분에도 선정됐다.

비록 다운로드 수가 많지 않아 흥행한 게임은 아니지만 도민석 대표는 클라우드 펀딩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수익금을 네팔 피해 복구를 위해 내놓았다. 처음 계획했던 것은 수익의 20%를 기부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수익 100%와 상금까지 보탠 300만원을 지난해 12월 아름다운 커피 재단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아름다운 커피 네팔 센터에로 전달해서 그곳의 사업비로 집행됐어요. 아름다운 커피에 따르면 저희가 기부한 300만원으로 네팔 커피농가 300가구의 연소득이 10% 상승했다고 하더라고요. 다운로드 성적이 너무 안 나와서 걱정했는데 기부한 것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죠”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민중의소리

“‘게임으로 이타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제 가설 증명하고 싶어요”

도민석 대표에게는 게임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통해 인간의 이타심을 강화시키고 그 강화된 이타심을 통해서 이타적 행동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도민석 대표가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던 시절 연구 주제이기도 했다.

도민석 대표도 처음에는 전자공학도로서 대기업 전자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정신건강상담센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로 바뀌었다.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겜브릿지의 이름도 게임으로 유저와 세상을 잇는다는 의미로 ‘게임+브릿지’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게임을 만들자가 저희의 미션이고, 그런 게임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 두번째 미션이에요. 궁극적으로 게임을 통해 게임수익으로 국제개발에 쓰이는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게 비전이죠. 겜브릿지 게임의 목표가 제 인생목표이자 연구목표인 셈이죠”

겜브릿지가 만드는 차기작도 곧 만날 수 있다. ‘애프터데이즈’ 후속작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지만 먼저 ‘애프터데이즈’의 주인공 ‘아샤’가 등장하는 캐주얼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고 있는 네팔 현지의 분위기에 반영한 것이다.

“차기작 때문에 네팔에 연락했더니 이제 주택이나 문화유산 복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4월이 히말라야 트레킹 시즌이라 관광객이 많이 오는 시기인데 이제는 네팔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모바일 게임 외에 PC 게임도 제작 중이다. 이번에는 주거빈곤퇴치사업을 펼치는 ‘헤비타트’와 함께 슬럼가를 개발하는 도시운영 게임이다. 연말에는 ‘스팀’에 얼리엑세스 형식으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도민석 대표는 자신의 가설을 입장하기 위한 스스로도 노력할 계획이다.

“저도 많이 공부해야 할 것 같아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또 게임을 만들면서 가설을 입증하는 일을 병행할 것 같아요. 제 인생목표와 연구목표가 겜브릿지 게임의 목표인 셈이죠”

김백겸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