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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맞은 듯 찢기고 구멍난 세월호··· ‘진실’을 세우다

세월호 참사 후 4번째 봄이 다가옵니다. ‘눈물의 팽목항’, ‘광장의 노란 리본 물결’, ‘물 위로 올라온 찢겨진 선체’···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분노’와 ‘눈물’, ‘기다림’, ‘약속’과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조각을 모아 ‘세월호 4년, 다시 봄’이란 이야기로 묶어봅니다.

[① |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의 증언]
[② | 팽목항을 지키는 사람들]
[③ | 유족에게 보내는 편지]
[④ | 세월호, 진실을 세우다]
[⑤ | 안산의 봄]
[⑥ | ‘4.16세대’의 약속]

9일 세월호 직립을 위해 선체 하부에 수직 빔을 설치 중인 현대삼호중공업.
9일 세월호 직립을 위해 선체 하부에 수직 빔을 설치 중인 현대삼호중공업.ⓒ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4년. 지난해 침몰 3년 만에 겨우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몰골은 처참했다. 녹슨 것은 둘 째 치고 폭격이라도 맞은 듯 깨지고, 찢기고, 곳곳이 뚫려 있었다.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그런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누워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올해 1월 업체를 선정해 그 상처를 애써 봉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정밀조사’를 위해 선체를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용역업체로 선정된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월6일부터 세월호 직립(直立) 공정에 착수했다.

9일 세월호 직립 공정을 보기 위해 목포신항을 찾았다. 이날 현대삼호중공업은 선체 직립 시 필요한 수직 빔을 12개째 배 하부에 설치하고 있었다. 선체 내부에 철재 구조물을 세워 보강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세월호를 일으켜 세울 때 약해진 부위가 무너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수직 빔을 모두 설치하고 보강작업을 충분히 한 뒤 1만 톤급 해상크레인으로 세월호를 일으켜 세울 계획이다. 선체가 땅과 맞닿는 선체측면에 설치된 수평 빔과 현재 설치 중인 수직 빔에 크레인 계류용 밧줄을 연결시켜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9일 평일에도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이 멀리서 세월호 직립공정을 지켜보는 모습.
9일 평일에도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이 멀리서 세월호 직립공정을 지켜보는 모습.ⓒ민중의소리

“다 잘라버렸다”…한 숨 쉬는 조사관

목포역에서 택시를 타고 목포대교를 거쳐 목포신항에 도착하자 멀리 누워있는 세월호가 눈에 들어왔다. 목포신항 주변으로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흔적 노란리본이 철조망에 가득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주말마다 목포신항 일부지역을 개방해 시민들의 세월호 참관을 허용하고 있었다. 다만 세월호 선체를 참관하기 위해선 목포신항 북문 출입초소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교부 받은 후 참관토록 했다. 선체 참관이 안 되는 주중이었던 이날도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멀찍이서 시민들은 철조망에 손을 올려놓고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고개 숙여 기도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선체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목포신항에서 일하고 있는 김형욱 선조위 대외협력관을 만났다. 항만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선지 김 대외협력관의 얼굴은 지난해에 봤을 때보다 더욱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출입증을 끊고 목포신항만으로 들어갔다. 노란리본이 펄럭이는 철조망을 지나 목포신항만에 들어가자 세월호가 토해낸 수많은 적재물과 구조물이 보였다. 고래 뱃속이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 대부분의 적재물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거나 부식돼 있었다. 조사가 끝난 적재물은 회색 부직포와 그물로 덮여 있었다.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에서 잘린 스태빌라이저와 닻 등이 선체 앞에 놓여 있는 모습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에서 잘린 스태빌라이저와 닻 등이 선체 앞에 놓여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그 중에는 세월호에서 잘려져 나온 앵커(닻)와 스태빌라이저도 있었다. 스태빌라이저는 선박 양 측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돼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로,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의 핵심 장치로 지목돼 왔다. 조타수 조모씨는 2014년 9월 광주지법 청해진해운 임직원 등의 공판에서 ‘조타기를 원위치 시켰는데도 선수가 계속 돌아간 이유가 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배의 양옆에 날개(스테빌라이저)가 있는데 거기에 뭔가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2016년 5월 인양작업 중 ‘리프팅빔(받침대) 설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절단을 강행한 것이다.

배를 세울 때 쓰는 닻도 검증 대상이었다. 해수부는 닻의 무게가 선체이양에 방해된다며 유가족 측에 알리지도 않고 잘라버렸다. 이 사실을 몰랐던 가족들은 2015년 수중 촬영 중 알게 돼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수부는 닻과 스태빌라이저 외에도 자동차와 화물이 드나드는 통로에 달린 출입문인 ‘램프’도 절단했다. 옆에 있던 선조위 관계자는 “다 잘라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직립을 해야만 하는 이유

안전모 등의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세월호 선체에 다가갔다. 세월호 선체의 처참한 상처가 드러났다. 인양실패로 와이어줄이 움푹 들어가면서 찢긴 선수 부분, 인양업체가 에어백을 설치하겠다고 곳곳에 뚫어 놓은 커다란 구멍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상처들 밑으로 흘러내린 녹물과 뻘 자국은 핏물처럼 선명했다. 상하이샐비지가 애초 제시했던 인양 공법이 모두 실패하면서 생긴 상처들이다. 이로 인해 인양은 지연됐으며, 미수습자 유해 유실 가능성은 커졌다.

인양과정에서 찢긴 세월호 선수부분, 현대삼호중공업이 직립 과정에서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양과정에서 찢긴 세월호 선수부분, 현대삼호중공업이 직립 과정에서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강 작업을 진행 중이다.ⓒ민중의소리
학생들이 머물던 객실이 위치한 세월호 좌측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는 모습
학생들이 머물던 객실이 위치한 세월호 좌측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선체 앞쪽과 뒤쪽으로 조사관이나 작업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보였다. 약해진 선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철골 구조물로 빼곡하게 보강작업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김형욱 대외협력관은 “작업자들이 선체 위에서 보강작업 중이고, 언제 구조물이 낙하할지 모르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늘로 향한 세월호 우측 꼭대기에선 작업자들의 용접불빛이 반짝였다.

땅과 맞닿은 세월호 좌측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단원고 남학생들이 머물던 객실이 위치한 곳이다. 추가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이 큰 곳이다. 문제는 안쪽으로 밀려들어 온 객실 격벽이었다. 조사를 위해 격벽을 제거할 경우 붕괴의 위험이 있어 그대로 놔두고 있는 상태라고 선조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곳 말고도 선체 직립 후 반드시 조사해야 할 곳은 선체 하부에 위치한 기관실이다. 현재 기관실은 구조물 낙하 위험 때문에 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기관실 또한 객실과 함께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 큰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9일 직립 작업을 진행 중인 삼호중공업 직원들 모습
9일 직립 작업을 진행 중인 삼호중공업 직원들 모습ⓒ민중의소리

세월호 직립의 필요성에 대해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은 크게 4가지를 강조했다. “정밀한 조사를 하려면 직립을 해야만 합니다. 또 아직도 미수습자 다섯 분이 남아있습니다. 반드시 찾아하고, 아이들의 유품도 찾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월호를 보전하려면 직립을 해야만 합니다.”

세월호 직립 완료 예정일은 5월31일이다. 선조위 조사기간이 5월6일까지지만, 활동기간이 8월6일까지이므로 미진한 점에 대해선 선체 직립 후 추가조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시는 이 땅에 우리 아이들과 같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유가족,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았다. 세월호 보전에 대한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은 말했다. “직립 후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보전을 잘 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방향으로 선체가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 [세월호 4년, 다시 봄 ①] 세월호 생존자가 말하는 ‘박근혜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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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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