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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세월호 참사 그 후 4년을 끈질기고 빼곡하게 담아낸 역작
이선지 5집 'Song Of April'
이선지 5집 'Song Of April'ⓒ이선지

지난 4년 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 2014년 4월 세월호가 침몰한 후 우리는 절대로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처참하게 드러난 정부의 민낯.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고 국민은 구조되지 못했다. 정부는 편을 가르고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외면할 때만 유능했다. 덕분에 아직도 진실은 다 밝혀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4년 사이 한국은 대통령이 바뀌었고,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결국 구속되었다. 세상은 오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변할 수 있는 것은 어느 한 사람 덕분이 아니다. 끝내 가만히 있지 못하고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이들이 없었다면 절망은 계속되었으리라.

지난 4년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선지 5집 'Song Of April'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의 정규 5집 'Song Of April'은 우리가 함께 견디고 지켜보고 움직였던 지난 4년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음반의 타이틀 속 4월이 어느 해에나 있는 4월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 도종환의 싯귀처럼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 4월은 그 옛날의 4월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는 2014년 4월 이후의 4월을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로, 그리고 한 사람의 예술가로 자신이 겪은 4년의 시간을 음반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것은 이선지가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현실참여적인 뮤지션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강력한 친미보수반공체제가 지배한 한국사회에서는 현실의 문제점을 담은 예술작품을 발표하면 곧바로 비판적인 예술가, 진보적인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 누구나 현실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할 수 있고, 예술가라면 그 불만을 작품에 담을 수도 있는데, 지배체제는 금지곡을 정하고 활동을 정지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현실 비판을 가로막아버렸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처벌과 불편을 감당해야 했고, 특정한 태도와 편에 서야만 했다. 그 결과 작고 사소한 의견도 쉽게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예술가들은 위축되었다. 반면 기꺼이 탄압을 감당한 예술가들의 고난과 예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들 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누구나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현실이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사회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는 예술로 표현하면 안되는 금기가 되어버렸고, 특정 예술가들만의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되어버린 것이다. 현실에 대한 예술의 대응은 강력한 비판이 아니면 침묵으로 양분되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수만큼 각자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의견과 감정을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이선지 5집 'Song Of April'
이선지 5집 'Song Of April'ⓒ이선지

다행히 민주화 이후 예술은 좀 더 자유로워졌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어느 사건보다 많은 음악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회 현실 표현에 대해 오래도록 자연스럽거나 자유스럽지 못했던 한국의 분위기는 사건 초기 만들어진 추모와 분노 이상의 작품들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예술은 세상과 사람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처럼 우리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버린 사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예술적 발언들이 꾸준히 이어져야 함에도 정작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사람들, 시간들을 껴안고 천착한 작품은 드물다. 이는 예술 혹은 예술가가 얼마나 현실비판적이거나 참여적인지와 무관하다. 예술은 비판과 긍정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우리 삶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응답하고 대응하는 예술가의 태도이자 발언이고 실천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정부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밝히는 역할을 언론과 정부, 학계가 해야 한다면, 예술은 또 예술의 영역에서 왜 그러한 일이 생겼고,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무너졌으며,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계속 짚어야 한다. 모든 예술가가 다 세월호에 대해 쓰고 노래하고 그리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4년 뒤, 5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도 세월호를 쓰고 노래하고 그려야 한다. 예술가는 누구보다 오래 지켜보는 사람이고, 누구보다 먼저 기록하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껴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가 4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과 그 밖의 4월과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가 함께 살아온 4년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각별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성취는 시선의 방향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새 음반 [Song of April]에 담은 곡들로 말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나 그 후 우리 사회의 대응방안이 아니다. 그것은 음악의 역할이 아니고, 노래가 없는 연주음악으로는 더더욱 말하기 어렵다. 그녀는 제 책임을 다하지 않은 뻔뻔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는 제주로 향하는 배가 가라앉으면서 이미 가라앉아있던 한국의 실체가 드러났던 그 날들 앞뒤에 쌓인 시간들을 응시하고 기록한다. 처참하고 잔인했으며 죄스러웠던 시간, 분노와 슬픔과 절망이 교차하고 체념과 모욕을 견뎌야 했던 시간, 그리고 끝내 버리지 않은 희망이 되살아났던 시간을 이선지는 자신의 재즈 언어로 옮겨 담았다.

이선지 5집 'Song Of April'
이선지 5집 'Song Of April'ⓒ이선지

세월호 사건을 담은 음악 작품들사이에서 선명한 차이를 가진 음반

음반에 수록한 곡은 총 10곡. 이선지는 우리가 갑작스럽게 마주해야 했던 참사의 시간을 복기하는 곡 ‘Silent Affair’로 음반을 시작한다. 슬픔과 변화와 긴장을 변화무쌍하게 연결한 곡은 문자언어가 아닌 음악언어로 현실을 핍진하게 재현하려는 이선지의 작가의식이 돋보인다.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았고,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바랐으나 결국 무너져버린 당시의 참담한 중구난방을 이선지는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담았다. 현실의 기록으로 거울 같은 곡은 시간이 흘러도 생동감을 잃지 않을 만큼 개성 있는 표현이 돋보인다. 음반의 다른 곡들과 함께 이 곡은 예술이 현실을 담을 때 견지해야 할 냉정함과 끈질김에 예술언어의 개성과 완성도까지 겸비함으로써 이 음반이 이선지의 발언이자 작품집임을 분명히 한다. 또한 세월호 사건을 담은 음악 작품들 사이에서 선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곡 ‘Song of April 1’은 그 뒤 우리가 함께 만들어냈던 4월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그 때 뻔뻔하게 나 몰라라 했던 이들이 있었고, 숨죽여 울어야했던 이들이 있었다. 이선지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현악 앙상블 연주를 가미해 우리 사회에 떠돌았던 서로 다른 공기를 세밀하게 담는다. 선명하고 명확한 정의의 편에 서기보다는 현실의 실체를 파고드는 관찰자이자 기록자 역할에 더 충실하려 하는 이선지의 꿋꿋하고 견결한 태도는 외면하거나 비판하고 싶었던 현실까지 숨김없이 드러낸다. ‘Dear Winter’로 이어지는 곡에서 이선지는 아무리 비판하고 부정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았던 악과 그 앞에서 무너져 내렸던 연약하고 참담한 마음들을 끈질기고 섬세하게 담아 복기하게 만든다. 고통과 슬픔을 재현하는 이선지의 피아노 연주는 연주의 아름다움으로 그 감정에 육박한다. 그 치밀한 아름다움 덕분에 시간이 흐르며 잊혀지고 무뎌질 뻔했던 감정은 시간을 거슬러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다시 오늘로 와서 닿는다.

그리고 ‘Blues For Spring’은 그날 이후 달라진, 아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어떤 마음들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죄스럽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마음은 자신이 아는 순간만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움직였다. 그 변화와 역동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반성과 질문이 만들어낸 변화였으며,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죽음들에 대한 남은 이들의 대답이었다. 이 응답과 변화의 역동을 담아냄으로써 이선지는 현실의 기록이자 관찰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무게를 더했다.


그런데 이선지는 음반의 중반부부터 이어지는 ‘Song of Bird 1, 2, 3’ 연작에서 이미 알고 있는 ‘새야 새야’를 빌어 연주함으로써 이 땅의 시간과 삶을 더 넓고 깊게 파고들어간다. 안타깝고 슬프고 분노 치미는 일들이 어디 4년뿐이었을까. 진도 앞바다에서 뿐이었을까. 이 곡들을 자유롭게 연주하면서 이선지는 더 많은 시간과 이야기를 끌어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음악 어법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충분히 펼쳐 보인다. 시선의 깊이에 조응하는 음악의 방법론은 신문기사처럼 사실 관계를 그대로 옮기는 논리적 언어와 예술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확장할 수 없는 논리 언어가 아닌 재즈의 음악 언어는 자유로움으로 얼마든지 확장하고 풍성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 음반이 담은 2014년의 4월이 더 많은 4월, 더 많은 이야기로 날아오르는 순간이며 이선지의 작가 정신이 만들어낸 성취이다.

한편 ‘Song Of Light’의 역동과 맑은 질감은 곡의 제목과 함께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빛의 시간들, 그 희망의 가능성을 가리킨다. 광장의 불빛과 구호만으로 담을 수 없는 마음과 마음이 만들어낸 변화가 소리와 소리의 화려한 어울림으로 담겼다. 이 곡은 완전히 희망에 정착했다고 안심할 수 없지만 끝내 만들어낸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꾸게 한다. 이선지는 한국대중음악의 변방처럼 보이는 재즈에서 이렇게 단단하고 풍부한 작품으로 다른 장르, 다른 예술가들이 아직 하지 못한 자신만의 기록을 완성했다. 어떤 작품은 지나간 시간을 멈추지 않게 하고, 오늘도 살아있게 만들며, 비로소 생각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동시에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탐닉하게 만들지만 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해내는 작품은 드물다. 드물고 값진 성취가 이선지의 손끝에서 피어났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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