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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벚꽃·개나리도 활짝 폈지만··· 아직 오지 않은 ‘안산의 봄’

세월호 참사 후 4번째 봄이 다가옵니다. ‘눈물의 팽목항’, ‘광장의 노란 리본 물결’, ‘물 위로 올라온 찢겨진 선체’···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은 ‘분노’와 ‘눈물’, ‘기다림’, ‘약속’과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조각을 모아 ‘세월호 4년, 다시 봄’이란 이야기로 묶어봅니다.

[① |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의 증언]
[② | 팽목항을 지키는 사람들]
[③ | 유족에게 보내는 편지]
[④ | 세월호, 진실을 세우다]
[⑤ | 안산의 봄]
[⑥ | ‘4.16세대’의 약속]

2018년 4월7일 안산 단안구 곳곳에 벚꽃과 개나리꽃이 활짝 폈다.
2018년 4월7일 안산 단안구 곳곳에 벚꽃과 개나리꽃이 활짝 폈다.ⓒ민중의소리

다시 4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지난 6일 안산 단원구를 찾았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꽃이었다. 역 창문 너머로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꽃이 보였다. 유원지에도, 단원고로 향하는 ‘단원 소생길’에도 온통 꽃이 흐드러졌다. 봄기운이 만연했다. 안산에도 봄은 오는 걸까?

초지역에서 나와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전철역 창문에서 바라봤던 풍경과는 다르게 이번엔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걸어도 같은 풍경이었다. 초지역에서부터 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미술관 주차장까지 약 1km가 넘는 거리에 공사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높게 올라간 아파트는 아직 공사가 덜 된 상태로 회색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년 6월에 완공 예정인 푸르지오 아파트단지였다.

기대는 점차 불안으로 바뀌어만 갔다. 안산 단원구 고잔동에 사는 한 지인 김모(33)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내년에 완공되는 이곳 푸르지오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최근 한 재개발조합원이 찾아왔다고 했다.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 반대서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르면, 조합원은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이 조성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반대를 종용했다. 김씨는 “물론 내가 산 아파트 집값이 떨어진다면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하고 싶진 않았다”며 “그리고 추모공원이 조성된다고 집값이 왜 떨어지나? 오히려 추모공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은 여전했다. 화랑유원지가 있는 단원구 초지동 일부 주민들이 추모공원 조성에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추모공원을 납골당이라고 잘못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많이 양호해진 편이지만, 단원고 학생들의 등굣길인 ‘단원 소생길’에 위치한 한 빌라 담장엔 여전히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은 새빨간 글씨로 ‘세월호 납골당’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2018년 4월6일 안산 단원구 초지역에 내리자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였다.
2018년 4월6일 안산 단원구 초지역에 내리자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였다.ⓒ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등굣길에 걸린 현수막.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등굣길에 걸린 현수막.ⓒ민중의소리

브루스리 묘, 국립911 추모관, 히로시마 평화공원…
그리고 416안전공원 “희생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곳”

“제가 부모에요. 그런데 제 자식을 혐오스럽고 아프게 기억하게 하고 싶겠어요? 생명안전공원은 납골당이 아니에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의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예술적이고, 아름답게’ 담아내고자 하는 시설이에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김미현 추모사업분과장 (성빈엄마)

합동분향소 앞에 위치한 유가족대기실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민들과 기자들을 만나는 그들의 얼굴은 어딘가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조차 꺼려했다. 오는 4월16일 열릴 영결·추도식 때문이었다. 죽은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영결식 이후 유가족의 심정은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한 유가족은 “그나마 끄나풀 같은 걸로 잡고 있던 기분이었는데, 영결식을 뒤로 아이들을 완전히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치러진 뒤에는 합동분향소도 철거될 예정이다. 그나마 지난 2월 안산시가 발표한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원 사업이 유가족들에게 희망과 위로였다. 추모공원 상황을 자세히 듣기 위해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분과장 '성빈엄마' 김미현씨를 찾았지만, 바쁜 일정으로 만나볼 순 없었다. 대신 가족협의회 측에 부탁해 어렵사리 다음 날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남부럽지 않게 자식을 키웠다”고 자부했던 성빈엄마는 참사 뒤 “대한민국 사회에선 나정도 부모여선 자식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며 자책하고 통곡했다. 참사를 대하는 정권과 언론이 그를 그렇게 자책하도록 만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애들을 죽이고 있는 것을 지켜봤잖아요. 좋게 표현하면 구하지 않은 건데, 국가와 정부 관료들이 어떻게 했고 언론이 어떻게 했는지를 다 봤잖아요. 내가 살면서 배웠던 국가는 거기 없었고, 정의도 인권도 없었어요.”

성빈엄마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건 그해 다른 엄마들이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청와대로 향할 때였다. 미국에 있다가 참사소식을 듣고 입국한 딸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브루스리 묘’를 보게 됐다고 했다. 대형 사전을 펼쳐놓은 모양의 묘였다. 사람들은 그곳을 단순한 묘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곳엔 언제나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데이트하는 연인으로 넘쳐났다. 주변 환경조차 화랑유원지와 비슷했다. 호수가 있었고, 도서관이 있었다.

안산시가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의 예시로 제시한 미국 국립 911 추모관 및 박물관.
안산시가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의 예시로 제시한 미국 국립 911 추모관 및 박물관.ⓒ민중의소리

이를 계기로 성빈엄마는 각종 국내외 사례를 찾고 관련법을 공부하면서 추모공원을 준비해 왔다. 추모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4개 동에서 공청회를 4차례 열고, 2차례의 토론회와 셀 수 없는 간담회를 열어가며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눴다. 성빈엄마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어르신들과도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직접 ‘납골당’이 아닌 아름다운 추모공원 설립에 대해 설명을 하면 반대하던 어르신들도 90%는 “진작 얘기를 해주지 그랬냐”는 반응을 보였다.

추모공원 조성에 대한 성공적인 해외사례는 안산시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미국 ‘국립911 추모관 및 박물관’,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영국 ‘다이애나비 추모분수’ 등이 그것이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지난 2월20일 “추모공원 조성 지연은 지역 내 더 큰 갈등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안산시는 추모공원 조성을 위한 50인 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계획을 짜고 국제공모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그 중에는 유대인 박물관, 911 테러 추모 마스터플랜 등을 디자인 한 세계적 거장 다니엘 리벤스키(Daniel Libeskind)와 노무현 추모공원 디자이너 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봄을 시샘하는 겨울바람… 일부 주민들의 반대
4.16안전공원이 화랑유원지에 조성되어야만 하는 이유

2018년 4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화랑시민행동이란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2018년 4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화랑시민행동이란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막무가내였다. ‘화랑시민행동’이란 단체는 11일 국회정론관과 청와대분수대 앞에 나타나 “집단최면에 빠진 채 ‘세월호 납골당’을 조성하려는 화랑유원지는 비열한 정치꾼들이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호국의 땅”이라며 안산 화랑유원지 내 공간이 6·25 참전 용사가 살던 곳임을 강조했다. 또 세월호를 ‘돈 잔치’에 비유하며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것도 지원하지 마라”라고 소리쳤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6월2일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선 추모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나타나 고성과 막말을 내뱉고 단상을 점거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누구 마음대로 토론회를 진행하느냐”, “죽은 사람은 뒷산에 가라” 소리를 질렀다. 강당 위에 올라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실랑이를 벌이는 이도 있었다. 이로 인해 심포지엄은 작은 회의실로 옮겨 간소하게 진행해야만 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요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 ‘납골당’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화랑유원지엔 안 된다는 것, 세월호와 관련된 공원 조성하는데 국민 세금이 쓰이는 게 싫다는 것, 그리고 ‘납골당’이 들어서면 집값 떨어진다는 것 등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추모공원 조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심포지엄에 참여했던 한국지역진흥재단 공동체발전센터장 전대욱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단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서, 추모시설을 만들게 돼 있다. 그렇기에 추모공원의 필요성을 논하기보단, 만드는 것을 기정사실로 구체적으로 어떤 입지에 어떤 기능을 넣어서 조성해야 하느냐 방향으로 토론되어야 마땅합니다. 또 추모공원이라는 게 슬프고 비극적인 사건을 기념하면서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게 주된 목적·가치인데, 그런 면에서 추모공원은 접근이 어려운 외각보단 접근성이 좋은 곳이어야만 합니다. 화랑유원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징성도 갖고 있고, 접근성 측면에도 사용가치가 높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화랑유원지 내 빈부지 7천평에 산업박물관과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화랑유원지 내 빈부지 7천평에 산업박물관과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민중의소리

또 전 박사는 당시 심포지엄에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발표자료에서 그는 ‘회복력 있는 도시’로서의 지역정체성이 강화돼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봤다. 즉 더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로 인식되고 이용되면서 경제적 효과도 볼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안산시는 추모공원을 화랑유원지 내 산업박물관이 들어서기로 한 빈부지에 조성할 계획이다. 이 빈부지는 약 7천 평 크기인데, 전체 화랑유원지 면적에 비하면 25분의1 정도다. 사실상 나대지인 이곳에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기로도 한 걸까. 안산 단원구에서 만난 개인택시 운전자 황모씨는 말했다. “화랑유원지 바로 옆에 살고 있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추모공원을 왜 반대하는지 저로선 의아해요. 혐오시설이라고 인식해서 그런 듯한데, (주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주동세력이 있지 않을까요?”

안산을 찾는 아이들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안산에는 서울 여의도보다도 벚꽃이 많았다.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은 녹지에도 벚꽃나무와 개나리꽃이 만개해 있었다. 화랑유원지 주차장에서 택시를 타고 10여분 달리자 단원구 고잔동 안산교육지원청이 나왔다. 벚꽃 사이로 교육지원청에 걸린 ‘단원고 기억교실’이란 커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그 앞에는 경기도 광명시 운산고등학교에서 나온 학생들 30여명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다. 운산고 학내 자율동아리 ‘시선’에서 세월호 참사 4주년을 주제로 준비한 안산기행에 참여한 학생들이었다.

2018년 4월7일 벚꽃이 활짝 핀 안산 단원구 기억교실 앞에서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18년 4월7일 벚꽃이 활짝 핀 안산 단원구 기억교실 앞에서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민중의소리
7일 안산 단원구 기억전시관을 찾아 전지 '곶안, 배가 닿는 곳'을 관람하고 있는 타 지역 학생들.
7일 안산 단원구 기억전시관을 찾아 전지 '곶안, 배가 닿는 곳'을 관람하고 있는 타 지역 학생들.ⓒ민중의소리

학생들과 기억교실을 둘러보고 기억전시관에서 참사 4주년을 앞두고 새롭게 오픈한 전시 ‘곶안, 배가 닿는 곳’을 관람했다. 학생들은 전시장 천장에 설치된 단원고 학생들의 유품과 유가족들의 사투가 담긴 사진 앞에서 오래토록 서 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안산에 왔다는 운산고 2학년 박민주양은 말했다. “올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요.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전 중학교 1학년 이었어요. 그땐 단순히 단원고 언니오빠들의 암울한 사건으로만 보였는데, 언니오빠들과 같은 나이가 되어보니 그렇지 않거든요. 이제 한창 꿈을 찾아갈 나이에 바다 속에 잠겨 하늘나라로 갔다는 생각에…”

박민주양도 추모공원에 대해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분향소가 없어진다고 들었어요. 분향소가 사라지면, 추모공원이 생길 텐데, 꼭 필요하다고 봐요. 분향소라는 공간보다는 공원이라는 밝은 공간을 조성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보고 그때 학생들이 우릴 대신해 희생됐구나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어 같은 동아리 친구인 최현욱군이 덧붙였다. “추모공원이 유가족과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서만 세우는 거라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합동분향소에선 인천 연수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교수업을 모두 마치고 잠시 짬나는 시간을 타 담임 선생님을 따라 왔다고 했다. 학생들은 분향소에 있는 수많은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일일이 바라보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분향소에 올려 진 부모의 편지를 보고 눈시울을 적시는 친구도 있었다. 연수고 임세혁군은 말했다.

“겪어 본 사람만 알 것 같아요. 겪어보지도 못한 제가 분향소에서 그렇게 속상했는데, 유가족들은 어땠을까 싶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이제 그만하라’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 자기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말 못 할 거에요. 공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요. 세월호가 인재잖아요. 계속해서 기리고 기억해야 할 부분인데, 공원조성을 반대한다니요. 잘못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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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4년, 다시 봄 ④] 폭격 맞은 듯 찢기고 구멍난 세월호··· ‘진실’을 세우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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