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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제 노래가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인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
없음

처음 인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를 만난 것은 2년 전 이맘 때 봄이었다. 어둑해지는 동교동의 뒷골목을 돌아 나오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 ‘좋아하는 마음’의 한 구절은 마음 한 편에 다트처럼 딱 꽂혔다.

“좋아한다는 말보다/좋아하는 마음 먼저/생각한다는 말보다/니가 먼저 생각이 나/보고 싶다는 말보다/우연히 너를 보여줘/그때 반갑단 말보다/좋아하는 마음 먼저 생각해 줘”

평범한 문구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담백하고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거기에 곱고 단정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안녕하신가영’의 여러 노래들이 저장되었다.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등의 노래를 들으며 이 가수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맑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선물하는지 궁금했다.

얼마 후,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다시 그녀의 노래와 마주쳤다. JTBC 뉴스룸이 최순실 태블릿 PC 최초보도를 하던 2016년 10월의 어느 날, 프로그램 엔딩송으로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가 깔렸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뉴스룸 엔딩송으로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나만 아낀다고 생각했던 인디 뮤지션은 이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사진 제공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안녕하신가영(본명:백가영)’은 1987년생(31) 인디 뮤지션이다. 2011년부터 2014년 초까지 ‘좋아서 하는 밴드’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다.

2018년 4월 현재 정규 앨범 1장, 네장의 Ep(Extended Play: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 앨범을 냈다. 최근에는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부암동 복수자들’, ‘애간장’ 등의 OST를 부르며 더욱 대중들에게 가까이 왔다.

2017년 3월엔 ‘언제나 설명이 필요한 밤’이란 제목의 수필집을 냈으며, 2018년 3~4월엔 사진, 가사 전시회 ‘봄의 기억’을 열었다. 다방면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안녕하신가영’을 만나보았다.

지난 9일,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싱어송라이터 ‘안녕하신가영’을 마주했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처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스텝들과 함께 나타났다.

우선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이름 ‘안녕하신가영’에 대해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본명으로 활동하면 뮤지션일 때와 저 자신을 분리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았어요. 기억에 남는 예명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다 만든 이름이고요. 지을 당시에 20대여서 좀 젊은 느낌으로 고민하다, ‘안녕하신가영’으로 짓게 됐어요”

‘안녕하신가영’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저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가장 큰 관심사였어요. 음악 듣는 것 좋아했죠. 그랬더니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보내줬어요. 중학교 들어가서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는 공부만 했어요. 공부하면서도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 때마다 ‘나는 음악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고등학교 때 어느 날인가 제가 어떤 곡을 편곡해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적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베이스를 배우게 됐어요. 지금처럼 작곡하게 된 건 좀 나중이고요.”

음악만 생각하고 걸어 온 그녀,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저는 큰 반대가 없었어요. 막 그렇게 좋아하시지도 않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았거든요.(웃음) 제가 음악하겠다는 말을 처음 할 때, 베이스랑 엠프랑 이런 걸 어디서 구해와서 집에 가져갔거든요.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하고 있어서 못하게 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조근조근하게 할 말을 다하거든요. 부모님이 ‘어차피 할 거 자유롭게 해라’ 이런 분위기셨죠”

벌써 솔로활동 5년차. 2011년에 밴드 활동 때부터 치면 8년간 뮤지션으로 활동했다. 음악을 하며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은 지금, ‘안녕하신가영’은 왜 음악을 할까.

“음악은 정말 저와 잘 맞아요. 제가 연주자로 활동할 때 연주 자체는 좋아했지만,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똑같은 걸 반복해야 했죠. 그걸 평생 이어갈 자신이 없었어요. 저는 그보다는 창작 활동이 재밌었어요. 새롭게 만들고 써나가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안녕하신가영’은 인터뷰 내내 “재밌어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 좋아서 시작한 음악을 해서 재미있고, 앞으로도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미’를 느끼는 삶이라니 부러웠다.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사진 제공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그녀의 곡이 매력적인 것은 남다른 가사 때문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적어 내려간 듯한 또박또박한 가사. 평소에 가사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어쩌다보니 가사를 쓰게 됐어요. 곡을 쓰는 건 활동하며 중간중간에 했었는데, 가사는 우연찮은 기회에 시작해서 이어가게 됐어요. 하다보니 재밌었어요. 제가 곡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 일단 가사를 완성해 놓고 그 위에 멜로디를 붙이는 거거든요. 그러다보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해 지는 것 같아요. 좋은 가사엔 어느 정도 좋은 멜로디가 숨어있다고 생각하고요. 보편적인 노래 가사들이 사랑을 많이 다루죠. 저도 그런 가사를 쓰고요. 앞으론 그 이상의 것을,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곡을 써보고 싶어요. 제 스스로의 숙제라고 할까요?”

팬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곡들의 가사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좋아하는 마음’의 경우엔 “좋아한다는 말보다 좋아하는 마음 먼저”라는 가사를 가장 먼저 쓰고 나머지를 만들어 곡을 완성했다고 했다. 노래의 핵심 메시지가 그 구절이라고 밝혔다.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는 그녀가 정말 우울했던, 벼랑 끝에서 완성한 노래라고 밝혔다. 팬들에게 그런 자신의 감성이 잘 전해진 것 같다고, 노래 들으며 슬픈 감정을 느꼈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정규 2집에 실리게 될 신곡 ‘2호선’도 팬들이 공감을 느낄 만한 곡이니 들어보라고 기자에게 추천했다.

‘안녕하신가영’은 노래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많다며, “그렇게 확실한 메시지가 있으면 곡도 빨리 써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엔 ‘일상’이 소재가 된다고 답했다.

“음악을 한다고 해서 특별한 일상이 기다리는 건 아니거든요. 길 걸으면서도 순간적인 포착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사색도 하죠. 그러다가 생각의 덩어리가 커지면 거기서 쓰고 싶은 게 생겨요. 멍 때리다가 곡 쓰는 경우도 많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끼적이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게 습작이 되고 습작이 가사가 되더라고요”

누군가의 일기 한 구절 같기도 하고, 때론 시 같기도 한 덤덤한 가사.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사를 쓰는 비결이 궁금했다.

“의식을 안 하고 써서 그런 것 같아요. ‘2호선’, ‘우울한 날들의 최선을 다해줘’ 같은 곡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줬으면, 사람들이 위로 받았으면 하는 의도로 썼다기보다는 제 감정에 충실하게 접근해서 쓴 거 예요. 그래서 더 진정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대중을 의식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생각하는 건 제게는 왠지 불순한 의도 같아요.(웃음)”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던데 ‘안녕하신가영’은 왜 예외일까.

“저는 ‘열심히 해야 돼!’ 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진 않아요. 제 성격이 하기 싫으면 그냥 안하는 성격이거든요. 창작 활동 활동이라는 게 시간 들이는 것에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문득문득 찾아오는 영감의 포인트가 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이 활동 계속 이어나가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예요”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는 그녀의 노래, 어떤 매력이 있어 팬들을 끌어당기는 것 같은지 자신의 생각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가사에 중점을 두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거든요. 그러니까 세게 부르지 않아도 전달이 잘 되요. 많은 분들이 ‘슥’ 들었는데 가사가 귀에 꽂혔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제가 의도한 거예요.(웃음) 제 보컬의 특성상 지르거나 그럴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스타일의 곡들을 만들어왔어요”

‘안녕하신가영’은 자신의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팬들과 소통할 때가 기쁘다고 말했다.

“제가 직장인과 취준생(취업준비생) 팬들이 많아요. 특히 취준생들이 제 노래에 위로를 많이 받으셨는지, 공연 때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가요. 그러다가 직장에 들어가면 축하해 달라고 하세요. 그때 너무 기쁘더라고요. ‘저 입사했어요’하고 너무 기쁘게 이야기해서, ‘그 마음 오랫동안 간직해주세요’ 했어요. 막상 직장을 다니면 힘들 거 잖아요. 입사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해서요. 팬들이 삶의 변화가 생겼다고 말해줄 때 기뻐요”

솔로 활동이 4년차에 접어들자 의외의 연령대 팬들이 생겼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공연에 간혹 10대 학생들도 있고요. 부모님 모시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최근엔 30대 후반의 부모님이 초등학생 자녀하고 오셨더라고요. 애기가 막 노래를 따라불러요. 제가 ‘넌 엄마 따라 왔구나?’ 했더니, 부모님이 ‘얘가 더 좋아 해요’ 하셔서 뿌듯했죠. 이 친구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절 좋아해주겠다는 생각에요.(웃음). 신기했어요. 제 곡이 다양해지면서 팬층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JTBC 뉴스룸 제작진 중에도 누군가 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차례 프로그램 엔딩곡으로 쓰인 것을 아는지 물어봤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 하는 건 처음이라며 몹시 멋쩍어 했다.

“저도 어떤 뮤지션 분께 넘어서 넘어서 들었는데요. 손 사장님이 그 분께 ‘안녕하신가영’ 음악 좋아한다고 먼저 이야기 하셨데요. 그 분이 제 이야기를 한 적도 없는데요. 신기했고 한편으론 감사했죠. 인사를 직접 드리진 못했어요. 연락처가 없어서.(웃음)”

“되게 중요한 날 많이 틀어주시더라고요. 가사랑 연결해서 엔딩 멘트 하실 때 있었어요. 제 노래를 분명히 알고 트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날 밤에는 JTBC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잠을 자죠.(웃음) 친척들이 새 앨범 나오면 감사의 CD라도 보내드리라고 하는데 부끄러워서 못했고요,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며 봅니다”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
가수 '안녕하신가영' 프로필 이미지ⓒ사진 제공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를 듣고, 공연장을 찾는다. 그렇지만 방송에서 만날 기회가 드물다. 출연 하고 싶은 방송이 있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는 대답을 했다.

“‘맛있는 녀석들’이요. 가서 노래 안 하고 먹으면 안 될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정말 슬플 때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출연자 네 분의 케미가 좋고, 맛있는 걸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웃음)”

“사실 제가 TV에 적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방송 출연은 크게 생각을 안 해봤어요. 그래도 뮤지션으로 나간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보고 싶네요. 가장 서고 싶은 무대예요”

최근에 책을 내고 작가로 활동하고, 사진 전시회를 열어 본 소감은 어땠을까.

“책 내는 게 재밌었던 게 음악활동의 스트레스를 풀 수가 있었어요. 가사를 쓰는 건 운문이지만, 에세이는 산문이잖아요? 가사 쓸 때 제약이 있었던 걸 자유롭게 풀어서 정확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 내면서 출판사 분들과 소통하는 것도 저한테는 처음하는 경험이라 재밌었죠. 1년 넘는 기간 동안 책을 만들고 발표하고 나니, 음악을 이어나갈 힘이 생겼고 초심도 다지게 됐어요. 책을 내고 나니, ‘나는 정말 음악하는 게 적성이 맞는구나’하는 확신이 생겼어요. 앞으로 음악하다 지칠 때는 또 책을 쓰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사진 찍는 건 취미 활동의 하나였어요. 평소에 많이 찍지는 않는데, 여행가면 사진 많이 찍게 되잖아요? 그런 게 쌓이니까 전시 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의도하면서 사진 찍진 않았지만 많은 분들께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던 작업이예요”

음악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안녕하신가영’에게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람들이 제 곡을 들으면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 노래가 슬프더라도 더 슬퍼지시면 제가 슬프거든요. 좀 다독다독 해주는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모두들 노래를 들으시고 ‘안녕’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안녕하신가영’은 그간 준비해 온 정규 2집이 6~7월 경에 나온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새 앨범을 들려준 지 1년이 넘었다며, 그 동안 쓴 곡을 추리고 다듬어서 열심히 작업중이라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올 여름엔 그녀의 신곡으로 또 다른 버전의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안녕하신가영' 앨범
'안녕하신가영' 앨범ⓒ임화영 기자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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