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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와 시진핑의 진짜 속내

미국과 중국의 무역·통상 갈등이 고조 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이 곧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국 간의 무역전쟁은 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치(數値)와 수치(羞恥)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시기부터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최우선 정책으로 역설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후 실제로 TPP 탈퇴를 선언했고 NAFTA, 한미FTA 등에 대해 미국에게 불공정한 협정으로 규정하고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작년 연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군사 및 통상 갈등의 가장 위험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연이어 발표된 신년 국정연설에서 또다시 중국을 주요 경쟁국으로 언급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며칠 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

올해 2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첫 해인 2017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0억달러(약 615조8,000억원) 규모이다. 2016년 대비 12.1%가 증가한 수치이며, 이는 2008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이다. 이중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3,752억달러(약 405조6,000억원)로 미국 전체 무역적자 규모 중 약 66.3%에 이른다. 이것은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상 역대 최고치에 이르는 수치(數値)이며, 오바마 행정부를 무능한 행정부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 오던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매우 수치(羞恥)스러운 결과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잃은 체면을 다시 살리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AP

“한 나라(미국)가 거의 모든 나라와의 비즈니스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을 때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쉽게 이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하여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제품이 미국의 안보와 산업에 직접적 위협을 초래할 경우 무역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 나라(미국)가 거의 모든 나라와의 비즈니스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을 때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쉽게 이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식 말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9일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고, 22일에는 미국 통상법 301조에 근거하여 464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국 투자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4월 3일에는 통상법 301조와 관련하여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333개 품목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이에 대응하는 조치들을 즉각 발표했다. 22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발표되자마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맞서 중국도 2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단계는 1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120여개 품목(콩, 과일, 와인 등)에 15% 관세 부과, 2단계로 20억 달러 상당의 돼지고기, 알루미늄 등의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4월 3일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품목 발표에 대한 맞대응으로 다음 날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대두, 옥수수, 소고기, 면화, 담배 등 농축산물과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미국산 수입품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 하겠다고 경고 하면서,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해서는 향후 미국의 조치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말 그대로 장기판의 장군과 멍군을 주고 받는 형상이다.

그러나 전면적 무역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임기 시작 후 2017년 4월과 11월 두 번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무역통상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의견만을 교환했다.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이른바 ‘100일 계획’을 통해 양국 간의 무역불균형 문제 개선을 추구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큰 진전은 없었다. 그리고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 된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양국 간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제기 했으나, 중국과의 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 구매 및 투자계획 합의로 또 다시 무역불균형 문제는 다음 라운드로 이월됐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또 다시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강력한 압박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의 반응이 이전과는 같은 듯 다른 양상이라 미국 역시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이전까지의 양국 간의 무역통상 관계에서 중국의 입장은 무역전쟁에서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기 때문에 서로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도발에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지만 중국에게 무역전쟁을 강요한다면 두려워하거나 숨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교부 논평을 통해 “이번 미국의 조치는 40년 중·미 경제 무역 협력을 무시하고 양국의 소비자 및 기업의 이익과 국제 경제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WTO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행위로 WTO분쟁해결 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중국은 이번 미국의 조치와 동일한 규모의 보복 조치를 준비할 것이다”라고 맞대응 했다.

그러나 양국 간의 갈등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통상법 301조에 의거한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2달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결정한 품목에 대해 실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30일 동안 미국 내 해당 분야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공청회를 진행한 후 최종결정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 역시 미국의 조치에 대한 맞대응 보복 조치에 대해 미국의 추위에 따라 그 시기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현재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국은 갈등이 고조되는 속에서도 꾸준히 물밑 접촉을 진행해 왔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모두 이번 제재와 보복 조치가 실행으로 이어질 경우 서로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고 나아가 전 세계 경제 질서를 휘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무역전쟁의 전운은 말 전쟁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베이징 인민대회상에서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상무위원 인선을 마무리한 뒤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베이징 인민대회상에서 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상무위원 인선을 마무리한 뒤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시스/신화

그리고 결국 갈등 봉합의 말풍선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4월 10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岛) 보아오(博鳌)에서 열린 2018년 연차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은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은 낡고 뒤쳐진 것이다”, “중국 인민은 개방을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호혜공영의 개방 전략을 굳건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과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에 대해 비판했다. 그리고 “중국의 개방의 문은 절대로 닫히지 않을 것이며, 개방의 문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다”, “중국의 발전이 어느 누구를 위협하거나 국제질서를 흔들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중국은 미국처럼 자국만의 안위를 위해 일방적인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시장 진입 규제 완화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능동적인 수입 확대 등 4가지 분야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이 내용에는 금융업에 대한 외자 투자 제한 완화 등 금융시장 확대, 자동차 업종에 대한 외자 투자 제한 조치 완화와 수입 관세 인하,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했던 내용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세와 자동차 무역 장벽에 관한 시진핑 주석의 사려 깊은 발언과 지식재산권 및 기술 이전에 대한 그의 깨달음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함께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 간의 고조되었던 통상마찰은 소강상태를 거쳐 봉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임시적인 봉합의 단계이다. 중국은 이번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이 밝힌 바와 같이 중국 시장 개방 확대와 세계화의 조류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그리고 태평양과 인도양 그리고 대서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광범위한 로드맵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현재 국제경제 질서의 흐름은 양자 혹은 다자 간의 협정을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가 주된 조류이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더욱 강력해 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보이고 있는 이른바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얼마나 더 지속성을 갖고 추진될 것인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강력한 보호무역 드라이브는 미국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주장대로 무역장벽을 쌓고 보복관세 조치들을 취한다고 해서 미국 국내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되거나, 내수시장이 활발해 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중국과의 통상마찰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치들이 실제로 이행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의 부활의 효과 보다는 결국 미국 국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미국내 여론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뉴시스/AP

트럼프와 시진핑, 서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이후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을 위해서 지지율 반등을 꾀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분명한 성과가 있어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자국민(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지지기반)에게 나를 믿고 지지해 달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번 말싸움을 통해 겉모습으로는 시진핑의 양보를 얻어 냈다고 자화자찬 할 수 있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 실현에 구체적인 시기를 규정했다. 그리고 보아오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서 아시아 주요 국가와 전 세계에 중국은 개방의 문을 더욱 더 활짝 열어 놓을 것이며, 국제질서를 위협하지 않고 호혜공영의 세계로 나아갈 것임을 선언했다. 중국의 자신감을 국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중 양국의 관계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중 양국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미중전략경제대화(U.S-China Strategic & Economic Dialogue)’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를 주장하면서 아직까지 이 전략대화 테이블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작년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중전략경제대화의 틀을 더욱 더 확장시켜 △외교안보 대화 △전면적 경제 대화 △법 집행 및 사이버안보 대화 △인문사회 대화 등 4개 채널의 고위급 대화협력기제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전 오바마 행정부 시기 미·중 관계보다 한층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화 기제를 마련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서 이미 보도된바와 같이 이번 미·중 간 갈등 고조 상황속에서 양국 고위층 간의 물밑협상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이번 통상마찰과 무역갈등의 봉합 수순이 이 고위급 대화협력기제를 통해 진행될 것이며, 양국 간의 전략적 대화협력기제는 제도적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미·중 간의 밀월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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