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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정치한다③] 우리 동네에 ‘육아하는 아빠’ 구의원이 생긴다면?

편집자주

국민들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된 촛불혁명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제7차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새로운 정치인을 뽑는 선거인 만큼 어느 선거보다도 규모가 크다. 전국적으로 시·도지사 17명, 구·시·군의 장 226명, 시·도의회의원 824명, 구·시·군의회의원 2,927명, 교육감 17명, 교육의원 5명, 모두 합하면 4,016명에 달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리이지만 그동안 토호 세력에 의해 누구나 당선되기는 힘든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촛불혁명 이후 정권교체처럼 이번에는 지방권력교체의 시간이고, 실제 삶을 움직일 직접민주주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취지에서 “에잇, 더러워서 내가 정치한다!”를 외치며 직접 정치에 도전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전한다.

"어, 사람이다."

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초보 아빠'가 내뱉은 첫 마디다. 그만큼 아이라는 존재에 무지했던 아빠는 어느덧 어린이집 등·하원을 신경 쓰고, 알림장과 준비물을 챙기고, 소풍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빠가 됐다.

10시 등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려다주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에도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부터 하는 아빠, 어린이집이 끝나면 아이와 손잡고 집에 오면서 젤리나 사탕 같은 군것질을 사 먹는 아빠. 평범한 '육아하는 아빠' 김민수(38) 씨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육아에 첫 발 뗀 아빠의 숱한 고민들
'내 동네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출마 결심

환경단체에서 활동가로 근무하던 김민수 씨는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자신이 '주양육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우리 동네의 부족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임은 적은 건지, 육아하는 아빠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지…. 김민수 씨는 여전히 양육의 의무를 엄마에게만 주어지는 현실을 내 동네에서 먼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이러한 생각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은평구 구의원으로 출마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양육하면서 내 아이만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특히 엄마에게 일방적인 양육의 부담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아빠도 육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요. 사실 선거때마다 많은 정치인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공약하잖아요.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육아의 부담을 줄어들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공약 속에서도 여전히 엄마가 양육의 주체가 되더라구요. 양육은 엄마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인데, 아주 작은 구의회에서부터 그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평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며 느꼈던 부족함도 김민수 씨가 구의원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은평은 어느 도시보다도 '동네 민주주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곳 중 하나다. 시민들 스스로가 의제를 만들고 수행하는 풀뿌리 운동이 활발하다는 것이 김민수 씨의 설명이다. 김민수 씨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과 구의원들에게 에너지 전환과 도시농업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구청과 구의회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은평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구청장과 구의원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을 한 경험이 있어요. 생태환경과 문화, 노동인권, 주민자치, 장애 등 10개가 넘는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후보자들과 협약식을 맺었었죠. 그런데 오랜 시간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생활 정책들이 구청장과 구의회의 이익에 맞게 선택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보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주민들의 삶에 녹아든 정책이 왜 구행정에 반영되지 못할까 의문을 가지게 됐고 제가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 중 하나가 됐죠."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김민수 씨 제공

육아하는 아빠가 구의원이 된다면?
우리동네는 이렇게 바뀔 수 있다

'육아하는 아빠'가 바라는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김민수 씨는 시간제 돌봄센터를 통해 '독박육아'에 갇힌 엄마들에게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각종 지원제도를 통해 아빠들의 육아를 장려하는 은평구를 꿈꾸고 있다. 크고 작은산으로 둘러싸인 은평구 특색에 맞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마을형 공동육아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김민수 씨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아빠도 얼마든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빠 육아 지원조례'를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아빠가 양육에 대한 교육을 일정 시간 이수한다면 아이에게 필요한 비타민이나 예방주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면제해준다거나 감액해주는 거죠. 여전히 독박육아에 힘겨워하는 엄마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엄마들도 육아가 아닌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 시간제 돌봄센터를 만들어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또 은평에는 북한산 같은 큰 산부터 작은 산들이 군데군데에 있어서 아이들이 생태환경과 만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 수 있는 마을형 공동육아 정책도 만들고 싶습니다."

'선거판'에 뛰어든 지 이제 고작 이주일 째. 김민수 씨에게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을 던지니 자연스레 아이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아내는 선거운동 기간에는 자신이 양육에 더 시간을 내어보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육아에 책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김민수 씨 마음에는 짐으로 남아있다.

"이번 주에 딸이 깨어있는 모습을 48시간이나 보지 못했더라고요.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 나가고, 또 아이가 잠들어있을 때 들어오니까요. 선거운동 하기 전에 아이 양육을 분담하기 위해 충분히 이야기 나눴는데도 예전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의 육아를 하니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내에게 육아의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 미안하네요. 저는 적어도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는데, 선거가 되니 아내에게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요. 앞으로는 선거운동과 병행하면서 아이에게 좀 더 시간을 낼 수 있는 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구의회에서도 녹색당의 가치, 충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김민수 씨는 수많은 정당 중 군소정당인 '녹색당' 후보로서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녹색당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은 정당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8년간 환경단체에서 일한 김민수 씨는 녹색당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입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개발이 한창인 은평구는 더더욱 생명과 생태, 평화 등을 추구하는 녹색당의 가치가 필요한 곳 중 하나였다.

"녹색당은 개발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정당입니다. 작은 의제부터 거대 담론까지 이야기하지만, 구의회에서도 녹색당의 가치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세먼지가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데 기존의 정치인들은 표면적인 현상에 대한 문제만을 해결하려 해요. 전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평구만이라도 미세먼지가 높은 날에는 관급공사를 중지시킨다거나 공공기관 주차장에는 노후 경유차 진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 등으로요. 이런 일들은 구의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녹색당의 육아하는 아빠.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래서 명함도 녹색당을 강조하는 명함과 육아하는 아빠를 강조하는 명함, 두 가지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김민수 씨는 출마를 결심하고 동네를 바꿔나갈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상상해봤다. 물론 구의원이 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녹색당의 육아하는 아빠'라는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일들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한다.

"저는 은평에서 우리 아이와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입니다. 그런데 보통사람이 하는 게 정치더라고요. 특별한 사람이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하는 정치는 제가 가진 고민을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내가 가진 고민을 해결하려는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일 테고, 저는 그 고민을 혼자 해결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해결하고 싶은 것이고, 녹색당의 가치로 해결하고 싶은 겁니다. 저는 은평이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나눌 수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 아이에게도 은평이 그런 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녹색당 김민수 은평구의원 예비후보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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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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