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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자살’까지 시도했던 장위7구역 철거민의 눈물

“죽는 거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에서 만난 철거민대책위원장 조한정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7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할복자살을 시도했다. 그만큼 절망스럽고 세상에 대한 비관과 절망에 가득 찼다고 했다. 그는 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것일까.

13일 그를 만나기 위해 장위7구역을 찾았다. 그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장위7구역은 온통 공사장 펜스가 쳐져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공사 차량들이 들어가는 길목으로 들어서자 안전모를 쓴 건설사 관계자가 뛰어와선 “이 구역에 들어오면 안 된다”며 막아섰다. 이 구역에 사는 조씨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그래도 안 된다”며 “갈 거면 돌아서가라”라고 말했다. 결국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가는 방법을 설명을 들은 뒤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2018년 4월13일 장위7구역을 찾았을 때, 조한정씨의 집에는 이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18년 4월13일 장위7구역을 찾았을 때, 조한정씨의 집에는 이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민중의소리

‘죽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수는 없다’

장위7구역은 딱 3곳을 제외하곤 모두 공사장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신장위교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꿈의숲교회, 그리고 그의 집이었다. 다른 주택 및 상가에 살던 집주인과 세입자들은 모두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떠났다. 교회 빼곤 조한정씨 혼자만 남은 상태였다.

래미안 아파트 공사현장 옆 양쪽으로 공사장 펜스로 쳐진 빛도 없는 골목으로 한참을 들어가자 그의 집이 나왔다. 재개발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이곳으로 장위동 장계시장과 골목이 만나는 모퉁이 지점이었다. 허름한 그의 건물 1층엔 여전히 ‘새한약국’ 간판이 남겨져 있었고, 2층 그가 사는 곳엔 커다란 현수막이 쳐져 있었다. 현수막엔 ‘죽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수는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건물 주변으로 전쟁을 대비하듯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2018년 4월13일 장위7구역 조한정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 담벼락엔 전쟁을 대비하듯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2018년 4월13일 장위7구역 조한정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 담벼락엔 전쟁을 대비하듯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민중의소리

그는 1986년 처음 이곳에 터를 잡고 2층집을 지었다. 이곳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낳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서울시장(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뉴타운 계획을 발표하더니, 언론에서 장위동 곳곳에 타워팰리스를 그려놓은 환상적인 신도시를 그려 보도했다. 자본이 몰리고 재개발이 시작됐다.

서울시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재개발은 멈추지 않고 진행됐다. 평생을 살아온 집은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책정됐고, 받은 보상금은 대출금과 임대보증금, 양도세가 빠져나가니 남는 건 없었다.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었다. 제대로 된 감정평가라도 받기 위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슷한 환경에서 어떻게 공시지가 및 감정평가금액이 책정되는지 공부하고 조사했다. 그렇게 조사한 곳이 면목동 면목시장, 도봉구 창동시장, 쌍문동 쌍문시장, 방학동 도깨비시장에 인접한 주택 등이다. 한 마디로 ‘살기 위해 미친 듯이’였다. 그렇게 낮게 책정된 감정평가금액을 입증했지만, 아무소용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11월7일, 강제집행이 시작됐다. 집이 없으면 살아갈 희망이 없던 그는 그 자리에서 마지막 수단을 선택했다. 칼을 자신을 향해 꽂은 것이다. 곧바로 고대안암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배에는 커다란 수술자국이 남았고 매일 후유증에 시달리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날도 두 아들 얘기를 하던 그는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5분만 쉬겠다며 눈을 감았다. 하루에도 수차례 가슴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어떤 때는 30분 동안 죽은 듯 누워만 있어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눈물’ 그리고 ‘웃음’

장위7구역 조한정씨 집을 지키는 시민들 모습
장위7구역 조한정씨 집을 지키는 시민들 모습ⓒ돌곶이포럼 페이스북

“첫 번째, 두 번째 강제집행 때는 정말 죽는 거 외에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 다음에는 이 나라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비관과 절망, 분노에 빠졌어요. 그런데 네 번째 강제집행이 이어질 때부턴 달랐어요.”

할복자살을 선택할 만큼, 절망과 분노만 가득했던 그는 최근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했다. 강제집행이 있을 때마다 달려와 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3월29일 강제집행을 막아냈던 날을 회상하며 그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음 짓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네 번째 강제집행 때, 200여명의 용역들이 왔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강제집행을 포기하고 물러가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서 서 있을 수가 없었어요. 완전히 메말라 버린 줄 알았는데, 내게도 감정이 남아 있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 번째, 네 번째는 강제집행부터였다. 항상 혼자서 막아내야만 했던 이전의 강제집행과는 다르게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모임인 돌곶이포럼과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인 맘상모, 노동당 성북구당원협의회 사람들이 재개발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며 강제집행 당일 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강제집행 이후, 조합 측의 고소고발
증거영상에 담긴 법원집행관의 황당한 지시내용

위 사진을 제시한 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철거용역이 직접 강제집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위 사진을 제시한 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철거용역이 직접 강제집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동대책위원회

강제집행을 막아 낸 기쁨도 잠시, 고소고발장이 담긴 우편물이 날아왔다. 강제집행을 막아내기 위한 연대투쟁을 한 이들에 대한 고소고발장이었다. 증거자료로 제시하는 당일 영상이 담긴 CD도 함께였다.

그런데 증거영상엔 누굴 고소고발하기 위한 증거물인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담겼다. 고소고발의 취지는 ‘대책과 대화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불법적으로 막아섰다”는 것인데, 사실상 조합 측과 서울북부지법 법원집행관이 과도한 강제집행 지시를 내리는 내용이 담겼다. 스스로 불법 강제집행임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밀어붙이는 발언이 영상에 담겼다.

“강제철거를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라”며 신고 된 집회를 하고 있던 노동당 성북구당원협의회와 시민학생들로 인해 강제집행이 여의치 않고, 관할 종암경찰서도 무리한 강제집행에 협조하지 않자 법원집행관은 조합장 등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를 내렸다. “(난간 1층, 옆) 밑에도 셔터 다 따놔요. (불법 우려에 대해) 이것저것 다 따지면… 과태료 있잖아요. 얼마든지 물어요. 다 떼버려요.”

이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동당 성북구당원협의회 관계자는 “법원집행관이 재개발조합의 조합장과 조합 측 법률사무소 ‘정비’ 소속 변호사들과 대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시한 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한정씨는 “이렇게 자기들이 잘못한 지점을 하 나도 감추지 않고 버젓이 드러내는 건 그만큼 그동안 강제집행에서 조합 측이 진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원집행관 인권침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3월23일 강제집행 과정에서 포크레인이 동원되고 있는 모습.
지난 2018년 3월23일 강제집행 과정에서 포크레인이 동원되고 있는 모습.ⓒ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동대책위원회
지난 2018년 3월23일 지게차를 동원해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모습.
지난 2018년 3월23일 지게차를 동원해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모습.ⓒ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동대책위원회

강제집행 과정에서 서울북부지법 법원집행관의 인권침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덕마을 재건축 정비사업 구역에서도 강제집행 과정에서 조합 측이 고용한 철거용역들이 철거민들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당시 노원경찰서 서장에게 경고를 내리고, 북부지법원장에게는 법원집행관 업무 관련 인권지침을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조합 측과 법원 집행관은 서울시가 원칙적으로 동절기(12월~2월) 강제집행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에도 수차례 집행을 진행했다. 이 시기 장위7구역철거민대책공동대책위가 찍은 사진에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철거용역도 다수 보인다. 대책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주민을 위력으로 제압하고 남편에게 합의각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3월23일 강제집행 과정에선 건물 안에 사람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측의 포크레인과 지게차가 건물에 바짝 다가가 위협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찍히기도 했다.

3월14일 강제집행 이후 장위7구역조합원카페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측의 과도한 강제집행 지시 등에 문제제기를 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제집행 현장에 참석했던 조합원 박○○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합원은 카페 게시판에 “그날, 다른 조합원들과 저는 용역들이 몸싸움을 할 수 없어 용역들 앞에서 방패막이 됐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조금 있으니, 용역대장이 저희에게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대문을 막고 있는 두 사람을 끌어내고, 열쇠공이 대문을 딸 거라고요. 겁이 났습니다. 괜히 경찰관도 있는데 문제가 생길까 봐요. …(중략)… 혹시 성추행으로 시비걸 수 있다고, 문제가 생기면 조합 변호사들이 있으니, 걱정 말라고, 경찰서 가도 별거 아니라고 (했습니다.) 용역이나 조합은 나서면 문제가 커지니, 조합원이 나서야 문제가 없다는 얘기까지 했네요. 무섭고, 그 아수라장이 너무 싫고…”

한편, 서울시는 무리한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 시 이해당사자간 사전협의체를 만들어 충분한 대화를 나누도록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지난해 개정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조치에도 재개발 지역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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