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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냉전이 사나운 기세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차이점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새로운 갈등은 2014년에 이미 시작됐고, 줄곧 고조돼 지난 13일 미국이 주도한 시리아 폭격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의 탓으로 돌렸고 필요하다면 공습을 무기한 지속할 것이라 공언했다. 이에 대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의 공습이 “침략 행위”로 “국제관계 체제 전반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했다.

이렇게 미-러의 새로운 갈등은 그 첫번째 “미사일 위기”의 순간에 이르렀다. 이번 일이 어떻게 처리될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여부는 전세계의 중대한 문제다.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앞두고 공중급유를 받고 있는 미국의 B-1폭격기. 이 사진은 시리아 공습 이후 미국 국방부가 제공했다. 2018.4.13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앞두고 공중급유를 받고 있는 미국의 B-1폭격기. 이 사진은 시리아 공습 이후 미국 국방부가 제공했다. 2018.4.13ⓒAP/뉴시스

서방은 러시아를 테러와의 전쟁의 시각에서 본다

과거의 냉전은 오늘날의 미-러 대립과는 매우 달랐다.

이제는 더 이상 둘 간에는 대칭이나 균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다. 게다가 이제는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멸망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되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얘기다.

많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대결을 테러와의 전쟁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푸틴을 사담 후세인의 자리에 넣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 소련과는 달리, 러시아는 테러 지원국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미국은 이 자격 없는 상대와는 전략적으로도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사실상 표명하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이 러시아와의 타협을 굴복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러시아로서는 이번 대결에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달린 것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다루어온 전문 관료나 장성들은 정치인이나 국민 여론 주도자들에 비해 현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훨씬 잘 안다.

시리아에서는 미-러 갈등의 ‘비군사화’가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러시아 합참의 최고 책임자는 미국 합참의 최고 책임자, 미 국방부 장관와 직접적인 만남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서로 연락했고, 조만간 NATO의 유럽 책임자와도 만날 예정이었다.

또 연초에는 연방보안국, 대외정보국, 그리고 정보총국 등 러시아 정보 당국의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함께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히스테리와 호언이 만연한 속에서도 이들의 연락망이 존재한 것이다. 그것도 예전 존 F. 케네디와 니키타 후르시초프 간의 가교 역할을 했던 로버트 케네디와 러시아 정보원의 연락망보다 훨씬 튼튼하게 말이다.

이젠 과거와 같은 대리전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대리전 형식을 취했던 원래의 냉전과는 달리, 이번 미-러 갈등은 훨씬 더 직접적이라는 게 문제다.

정보, 경제와 금융, 정치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같은 나라(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2차 대전 당시와는 달리 둘의 목표나 전략은 크게 다르다. 양측의 군사 지도자들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결국 정책은 입안하는 것은 그들의 수중 밖의 일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자국 병사들을 앞에 두고 연설하고 있다. 이 기지는 라타키아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러시아 공군이 사용하고 있다. 2018.2.13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자국 병사들을 앞에 두고 연설하고 있다. 이 기지는 라타키아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러시아 공군이 사용하고 있다. 2018.2.13ⓒAP/뉴시스

어쩌면 이번 공습은 예측됐던 시나리오 중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시리아의 군사 시설 몇 군데를 잇따라 폭격했지만 애써 주요 지휘 통제 기관과 러시아인이 있을 만한 곳을 피했다. 러시아 기지나 군시설 뿐만 아니라 시리아의 군대와 정부에 널리 퍼져 있는 러시아 직원들과 민간인들을 고려한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이 주도한 이번 폭격은 대체로 상징적이었다.

이번 폭격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더 많은 보복과 제재, 또 그것에 맞서는 보복으로 이어지겠지만 그렇다고 양국 사이의 평화 자체를 위협하는 정도에 이르진 않을 것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평화는 완전히 깨진다.

시리아 두마 지역에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이 일어나기 몇 주 전에 러시아 합참의 발레리 게라시모프 장군이 했던 경고를 돌이켜보자. 그는 미국이 자신들이 지원하고 있는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을 조작해서, 이를 구실로 다마스커스에 있는 시리아 지도부를 대대적으로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게라시모프 장군은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러시아인이 목표물이 되면 그 지역에 있는 러시아 군대는 미사일을 요격하고 미사일이 발사된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 경고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런 경고를 허풍이라 치부했다. 그들은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가 미국의 것보다 훨씬 뒤처졌다고 강조한다. 러시아가 만일 게라시모프 장군의 말대로 한다면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 전부가 몇 분 되지 않아 전멸할 것이며, 러시아는 이런 수모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되면 푸틴은 미국의 세력에 맞먹겠다는 꿈을 바로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들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의 갈등이 지역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차원의 대결로 고조될 가능성 또한 있다.

시리아에서의 미-러 대결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양국 관계는 매우 비관적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낙관도 없다.

미국은 러시아가 언젠가는 꺾일 수 밖에 없다는 희망으로 아마 전방위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러시아는 어떨까? 러시아는 설령 미국이 승리한다고 해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절대로 항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기사출처:The New Cold War Is Boiling Over in Syria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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