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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영사관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부적절” 공문 논란
외교부가 17일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장에게 보낸 공문.
외교부가 17일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장에게 보낸 공문.ⓒ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건립 추진 중인 강제징용노동자상에 대해 외교부가 부적절하다는 공식입장을 나타냈다. 외교부 관계자는 또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은 그 의미가 다른데다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영사관 앞 건립 안 돼” 외교부 공문
외교부 관계자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

외교부는 17일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장에게 관련 공문을 보내 “귀 단체가 추진 중인 노동자상 설치에 대해 정부는 외교공관 보호 관련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로 인해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큰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건립 우려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대체장소로는 일본영사관 앞이 아닌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제안했다. 외교부는 “일제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후세에 대한 역사교육을 위해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관련 지자체에서 대체지로 제시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선 “역사관 내에 노동자상이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최대한 제공코자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장관 발신 명의의 이날 공문은 오전에 팩스를 통해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가 있는 민주노총 부산본부로 발송됐다. 외교부는 이 공문을 민주노총 위원장, 한국노총 위원장, 부산시장, 동구청장, 경찰청장, 국토부장관, 국토부 장관, 행안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에게도 함께 보냈다.

외교부가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한 적은 있으나, 공문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의 이번 입장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소녀상 건립 논란 당시를 떠올린다. 외교부는 2017년에도 소녀상 관련 입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외교부는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곧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왜교부’라는 비난까지 사야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녀상 이전 요구와 철거에 대해 당선 전 SNS를 통해 “청산되지 못한 친일행위”라며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사회는 외교부의 이같은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애초 모금액을 상회하는 시민모금 열기를 공개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는 “외교부의 권고는 지난 주 고노다로 외무상이 다녀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외교적 예의보다 사죄배상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건립특별위는 “일본의 전쟁범죄는 반드시 밝혀지고, 바로 잡혀야 한다. 지난 정부가 못했기에 국민이 나섰다”며 “적폐가 저지른 외교참사를 바로잡기 위해 이곳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의 ‘간섭’에 대해서는 “방해말라”며 “아베 말만 들을 것이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받을라”고 충고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 15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과거 전쟁침략 역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 15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과거 전쟁침략 역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17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가 노동자상 모금운동 최종액과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대형 인명판 펼침막에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며 웃음꽃을 피우는 참가자들.
17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가 노동자상 모금운동 최종액과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대형 인명판 펼침막에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며 웃음꽃을 피우는 참가자들.ⓒ민중의소리

노동·시민사회 “친일적폐 또 확인, 왜교부냐”
1일 예정대로 노동자상 건립 강행

외교부의 입장은 부산시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더 크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소녀상에 대해 “도로법 상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최근 부산시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장소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일본의 눈치만 보는 행동이라며 이를 적폐로 규정하고 계속적으로 규탄해왔다.

외교부는 대체지를 국립강제동원역사관으로 제안하면서도 정작 역사관 측과는 별다른 상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사관 측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부산시나 외교부든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소녀상을 세웠던 시민사회단체는 달라지지 않은 외교부의 태도에 실망스런 반응을 보였다. 소녀상을지키는 시민행동 관계자는 “촛불로 새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한 친일외교적폐를 확인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가 역사관에 세우는 이유로 추모와 교육의 장이라고 말하는데 왜 우리가 소녀상과 마찬가지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영사관 앞에 세우려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1일 오후 2시 128주년 세계노동절 기념행사와 함께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대회를 연다. 건립특별위는 “우리 선조를 강제로 끌고 가 노예처럼 부리다 학살하는 등 민족을 말살하려 했던 일본 정부에 대해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강제징용노동자상도 준열한 꾸짖음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외교부 측은 공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은 다른 면이 있다”라며 “지난 2005년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간공동위에서 위안부, 원폭, 사할린 관련 문제를 미해결로, 강제징용은 해결된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노동자상을 세우려면 적법한 규정과 절차를 밟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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