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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직고용·노조 보장, 변화의 바람 부나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왼쪽)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오른쪽)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했다.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왼쪽)과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오른쪽)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했다.ⓒ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소속 애프터서비스(A/S) 기사 8천여명을 직접고용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무노조 80년’이라는 비상식적인 삼성그룹 역사에서 ‘민주노조’가 노사 합의로 들어서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삼성전자서비스의 고용 형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게 됐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벌이는 ‘여론전’이거나 검찰의 부당노동행위에 압박을 느낀 삼성의 ‘고육지책’이라는 의혹의 시선은 여전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빠른 시일 내에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한다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 △회사는 노조 및 이해당사자들과 빠른 시일 내에 직접 고용 세부내용에 대한 협의를 개시한다 △양 당사자는 본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한다 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의 가장 큰 의미는 삼성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조’가 노사합의를 통해 들어선다는 점이다.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무노조 삼성’의 자회사가 노동조합과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관리자를 동원해 노동조합의 동향 정보를 수집하고 개별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조탈퇴를 압박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오늘 비로소 삼성그룹이 80년간 이어온 무노조경영을 폐기시켰다”고 강조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는 ‘노조 활동 보장’이라는 대원칙만 합의했을 뿐이다. 노조 관계자는 “법적으로 노조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단체협약 체결 교섭 등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합의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합의서ⓒ제공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서비스는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그간의 간접고용형태를 직고용으로 전환키로 했다. 90여개 협력업체에 소속된 A/S기사 8천여명이 직고용 대상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그간 A/S업무를 도급 형식으로 외주화했다. 실제 A/S 업무를 하는 기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형태다. 원청은 삼성전자서비스고 하청은 협력업체다.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나 인사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되어있지만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불법적인 업무지시가 일상적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위장 도급’ 즉 불법파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간접고용을 직고용으로 바꾸겠다고 합의하면서 ‘위장 도급’ 논란은 사라지게 됐다.

다만 합의 이전 저질러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 노조는 “수사가 진행중인 노조와해문건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일벌백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을 직고용한다. 재계는 보통 새로 자회사를 만들고 기존 비정규직을 신설 자회사로 옮긴다. 이른바 ‘편법 정규직화’다. 삼성이 이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은 눈에 띈다.

앞서 SK나 신세계 등 재벌그룹이 발표한 ‘정규직화’는 대부분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그룹에 비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향후 구체적인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직접고용한 후 처우와 인사 등에서 차별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이번 결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분 99.3%를 소유한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직고용 결정에 입김을 미쳤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복귀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복귀에 앞서 이미지 쇄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 수사가 삼성전자서비스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노조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사측과 진행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자리에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위원장도 참석해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되고 있다.ⓒ양지웅 기자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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