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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국내 1호 ‘팔씨름 체육관’ 관장, 왼팔 랭킹 1위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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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다이너마이트 팀장 김도훈
팀 다이너마이트 팀장 김도훈ⓒ사진출처 = 팔씨름 팀 다이너마이트 페이스북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팀 다이너마이트’의 체육관에서 김도훈(32)씨를 만났다. 만나기로 했던 날 연락한 그는 “갑자기 잡힌 야근 때문에 시간을 다시 내 달라”라고 요청했다. 한 번의 기다림 후에 그의 체육관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팀 다이너마이트’의 체육관은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팔씨름 체육관’이다. 지난해 12월로 4회째를 맞이하는 팔씨름대회 ‘실비스 클래식’의 올스타부문 왼팔 우승자인 김도훈씨가 책임을 맡고 있다.

팔씨름을 전문으로 연마한다는 체육관이라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인터넷에 갖은 검색어를 넣어 봤다. ‘팔씨름 선수’, ‘팔씨름 체육관’, ‘팔씨름 김도훈’, ‘팀 다이너마이트 김도훈’. 가까스로 찾은 몇 가지 영상에서 그가 ‘팔씨름 기술’을 가르치는 걸 보았다. 영상을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힘 쎄면 이기는게 팔씨름이지 무슨 체육관까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팀 다이너마이트 팀장 김도훈
팀 다이너마이트 팀장 김도훈ⓒ사진제공 = 김도훈

“팔씨름 기술끼리도 ‘상성’이 있어요”

“제가 처음 팔씨름에 열중하게 만든 사람은 키 170cm 정도에 몸무게70kg 정도밖에 안 됐어요. 슬럼프에 빠져 빈둥거리느라 100kg이 넘은 저의 팔을 단숨에 넘어뜨리는 걸 보곤 불이 붙었죠.”

“일본에 가면 나이 지긋한 팔씨름 선수들께서 친절하게 맞이해 주세요. 그러면서 ‘한 판 해보자’라고 하셔요. 체형도 작고, 힘도 없어 보이시는데 까딱하면 져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게 팔씨름이에요.”

팔씨름에 열중하는 김도훈 팀장
팔씨름에 열중하는 김도훈 팀장ⓒ사진제공 = 김도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김도훈 씨는 구체적으로 기초 기술을 알려 주었다.

“기술을 상-중-하 난도로 나눌 수 있어요. 가장 기초적인 기술 갈래로 ‘훅(손목을 말아 상대방 손목에 힘을 빼는 기술)’, ‘탑롤(손목을 바깥으로 풀어 상대방 손가락을 푸는 기술)’, ‘프레스(어깨부터 손끝까지 완전히 고정해 찍어 누르는 기술)’가 있어요. 사용하는 사람의 수준이 높을수록 이 기술들이 하위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가령 ‘로우 훅’과 ‘로우 탑롤’이 붙으면 ‘로우 탑롤’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요. ‘하이 훅’과 ‘로우 탑롤’이 붙으면 ‘하이 훅’이 이길 가능성이 높죠. ‘하이 훅’을 이기려면 ‘하이 탑롤’을 써야 합니다. 꼭 가위바위보 같은 거죠.”

“팀 대회에 나가면 테이블 앞에 선 선수들 옆에 팀원들이 빙 둘러싸고 응원을 하며 지켜봐요. 그 때 상대편 선수의 어깨 방향, 발의 위치 등을 보면 무슨 기술을 쓰려는지 보여요. 그래서 팀을 만들고, 체육관에서 함께 연습하고 기술을 공유하는거죠.”

팀 다이너마이트 팀원들과 함께 사진 찍는 김도훈 팀장
팀 다이너마이트 팀원들과 함께 사진 찍는 김도훈 팀장ⓒ사진출처 = 팔씨름 팀 다이너마이트 페이스북

한참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팀 스포츠’로서의 팔씨름을 머리로나마 조금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궁금증이 생겼다. ‘팀 스포츠’인데 김도훈 이전에는 팔씨름 체육관이 없었던 걸까.

“힘 쎄다고 체육관 와서 거들먹거리는 분들, 아직도 많아요.”

“작년에 대구에 출장을 다녀올 때 일이었어요. 공항동에 체육관이 생긴 뒤로 대구에도 팔씨름 체육관이 생겨서 다녀왔는데 저희 체육관에 온 지 얼마 안 된 학생들 몇몇이 완전히 풀이 죽어 있더라고요.”

헬스로 몸이 단련된 2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와서 학생들을 모두 이기고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팀장님 다음 주에 오시니 그 때 오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약속대로 다시 찾아온 그는 ‘다이너마이트’ 부팀장과 팔씨름 대결을 했고, 완패했다고 한다.

“마음이 좀 아프죠. 힘 세다고 거들먹거리는 분들 정말 많거든요. 사실 제가 처음 팔씨름 할 때도 그런 분들이 많았어요. 기술을 알더라도 공유하지 않고 이기는 데에만 관심들이 있어 보였죠. 힘자랑만 하고. 그러니까 모임이 제대로 운영이 되질 않았어요.”

답답했던 그는 2014년, 인천에서 지하방을 얻어 팔씨름 테이블 두 개를 가져다 놓고 동호회를 시작했다. 기술이 궁금하면 알려주고, 힘이 약해도 뒤에서 쭈뼛거리지 않도록 친절히 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금요일에 모인 사람들이 일요일에 귀가하는 일이 잦았죠. 함께 기술 연마하고 서로 공유하고, 밥 먹고 또 팔씨름하고. 그러다보니 인원이 늘고 단칸방이 미어 터지더라고요. 아무리 배제하지 않으려고 해도 멀리서 오신 분들이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뒤에서 쭈뼛대는 일도 많았고요. 그래서 좀 더 넓은 곳을 찾다가 공항동에 체육관을 열게 된 거죠.”

팀 다이너마이트 체육관
팀 다이너마이트 체육관ⓒ사진제공 = 김도훈

그는 사람이 모여들자 성과가 필요했다고 했다. 기술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됐는데 그 선생이 유능해야 증명이 된다는 거였다. 그렇게 단련해 온 그는 결국 2017년 12월 ‘실비스 클래식’ 왼팔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의 체육관은 회비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경비를 받는다. 체육관 유지가 되긴 할까 싶을 정도다. 가장 많은 체육관 관원이 학생이라 많이 받지도 못한다고 했다. 국내 왼팔 랭킹 1등이지만, 체육관 운영을 위해 낮에는 직장인으로 생활한다. 그의 체육관에는 직접 제작한 팔씨름 단련용 기구들이 즐비했다.

직접 만든 기구들 보여주는 김도훈 팀장
직접 만든 기구들 보여주는 김도훈 팀장ⓒ민중의소리

그가 이렇게 팔씨름에 모든 걸 걸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상대방을 다치지 않게 해서 좋아요.”

“학생 땐 B-Boying(비보잉)을 했는데, 1류 중 1류가 아니면 손가락 빨겠더라고요. 관뒀죠. 그러고 공부를 하자니 익숙하진 않고, 그러다가 격투기 운동에 취미를 붙였어요. 입식 타격이니 권투니 합기도니 유도니 따라다니며 대회를 나가기도 하면서 지냈죠.”

“스물 여섯 쯤에 염증을 느꼈어요. 격투기가 재미있으려면 이겨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상대방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그만두고 나왔는데 20대 중반이다보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겨우 아르바이트나 하며 시간을 보냈죠. 한 2년쯤.”

그러다가 ‘그립 보드’라는 모임을 통해 처음 시작한 팔씨름은 그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웬만해선 상대방을 다치게 하질 않아요. 피해는 주지 않고, 손 잡고 하는 것이다보니 유대도 쌓여요. 동호회에 흔히 있는 비싼 장비 경쟁도 없죠. 다른 것 없이 팔뚝 하나만 갖고 밤을 샐 수 있는 이런 모임은 없을거에요. 맘이 편해요.”

2015년 5월 개관한 그의 체육관에는 주로 학생들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힘이 세고 약하고는 중요하지 않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착한 심성이면 받아준다고 한다. 아니, 그런 사람만 체육관에 남는다고 했다. 그렇게 학생들을 모은 덕인지 최근에는 학생부 대회에서 ‘다이너마이트’ 출신들이 상을 많이 타 온다고 자랑을 했다.

팀 다이너마이트 팀원들과 함께 사진 찍는 김도훈 팀장
팀 다이너마이트 팀원들과 함께 사진 찍는 김도훈 팀장ⓒ사진제공 = 김도훈

“마동석은 팔씨름 이해하는 사람.. ‘챔피언’을 기대해”

김도훈 씨를 발견하게 된 건 배우 마동석의 SNS였다. 대한팔씨름연맹의 명예 이사로 취임하던 날 찍힌 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팔씨름연맹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팔씨름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들도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가 자문한 마동석의 영화 ‘챔피언’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김도훈 씨는 마동석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동석이 팔씨름을 진지하게 대해줬다는 것이다.

“만나는 거의 모든 이들이 ‘팔씨름에 무슨 기술이 있느냐’고 해요. 그런데 동석이형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저의 팔씨름 자세나 버릇 같은 걸 짚어내더라고요. 신기했죠. 팔씨름 동호회 사람들 말고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열심히 알아보고 오신 게 감사했죠.”

팔씨름연맹 이사 임명된 마동석
팔씨름연맹 이사 임명된 마동석ⓒ사진출처 = 마동석 인스타그램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대중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팔씨름 체육관 국내 1호 관장인 그의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챔피언’ 이후엔 더 큰 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일단 ‘실비스 클래식’에서 ‘양팔 통합 1위’를 차지하고 싶습니다.”

실비스 클래식에서 왼손 1위 차지한 김도훈 팀장의 트로피
실비스 클래식에서 왼손 1위 차지한 김도훈 팀장의 트로피ⓒ민중의소리

그를 만나고 나오면서 ‘참 순수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팔씨름에도 기술이 있다’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이 글을 쓰면서도 옆에 앉은 기자들에게 한참을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챔피언’이라도 빨리 개봉했으면 바람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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