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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새로운 대중음악 페스티벌들이 온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좋아한다. 세상 일이 그렇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다. 좋은 일, 나쁜 일, 슬픈 일, 화가 나는 일 모두 지나간다. 이대로 영원했으면 하는 순간도 지나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지나간다. 나의 삶 역시 지나가리라. 함께 했던 기억이 지나가고 머물렀던 흔적도 지나가 허공의 바람만 남으리라. 우리가 하는 일은 어쩌면 허공에 모래성을 지으려 애쓰는 일. 날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윗돌을 옮기는 일.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지나가는 일은 지나가게 둘 뿐이다.

2017 지산 밸리록 뮤직앤아츠 페스티벌
2017 지산 밸리록 뮤직앤아츠 페스티벌ⓒ2017 지산 밸리록 뮤직앤아츠 페스티벌

지산밸리·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선도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역사도 지나가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듯 올해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을 이끌면서 숱한 음악팬들을 불러 모았던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중단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는 한국의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더 이상 인기를 끌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여름의 록 페스티벌을 이끌고, 그랜드민트페스티벌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가을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이끌기 시작한 후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그 성장은 관객 수의 증가와 페스티벌 컨셉트의 변화를 동반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봄 야외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최강자로 등장했고, 봄부터 가을까지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과 하이네켄 프리젠츠 스타다움을 비롯 젊은 관객들이 운집하는 대형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이 늘어났다. 기존 음악 팬들은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 발표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달구었지만, 정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야외 대형 음악 페스티벌은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그리고 울트라뮤직페스티벌과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었다. 컨셉트와 트렌드, 장르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현실이다. 애시당초 높지 않았던 록의 인기가 새로운 스타의 부재와 함께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발목을 잡았을 수도 있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중단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선도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올해에도 서울재즈페스티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울트라뮤직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을 비롯한 인기 음악 페스티벌에는 계속 많은 관객들이 몰릴 것이고 별 다른 타격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흥미로운 지점은 새로운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공연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2016년 기준 60여개에 이른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역 대도시에 집중되었던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이제 지역의 중소도시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열차와 자동차 등으로 몇 시간 안에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대도시의 힙한 분위기를 찾아 다녔지만, 이제는 중소 도시의 덜 분주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힙’으로 소비하면서 찾아다니는 추세이다. 대도시의 깔끔하고 트렌디한 분위기만이 아니라 중소도시의 소박하고 고졸하며 퇴락해 남다른 분위기까지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묻혀있던 도시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공간의 소비를 과시하게 해 여행을 부채질하고, 방송도 거든다. 대도시에서 탈주한 이들이 중소도시에서도 대도시와 다르지 않은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매장들을 찾고 열면서 전국의 모든 도시들이 대동소이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는 라이프 스타일의 상향 평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어디에서든 핸드 드립 커피와 수제 빵, 깔끔한 식사와 근사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 늘어났고, 전국 어디에서든 홍대 분위기나 가로수길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인디 뮤지션들이 지역의 라이브 클럽 뿐만 아니라 지역의 카페까지 순회하면서 음악팬들을 만나는 추세는 이러한 경향과 직결된다.

옥천뮤직페스티벌
옥천뮤직페스티벌ⓒ옥천뮤직페스티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페스티벌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페스티벌들 역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았던 지역에서 열린다. 5월 11일~13일 충북 옥천에서는 옥천뮤직페스티벌이 열리고, 오는 6월 21일~24일 서울과 강원도 철원에서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http://www.dmzpeacetrain.com/)이 열리며, 8월 의정부에서는 블랙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에서 처음 열리는 옥천뮤직페스티벌에는 강아솔, 권나무, 김목인, 백자, 솔가와이란, 새소년, 슬릭, 예람, 옥상달빛, 제리케이, 허클베리 핀을 비롯한 국내 뮤지션들과 Namibian Tales를 비롯한 해외 뮤지션들이 참여한다. 옥천지용문학공원에서 열리는 옥천뮤직페스티벌은 그동안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드물었던 충청권에서 새로 시작한 페스티벌이라는 점과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군 단위 지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대전과 멀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 출연진의 매력 등에서 기대를 모은다.

그리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최근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많은 기대가 쏠리는 페스티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강원도가 함께 진행하는 이 페스티벌은 민통선 안에서도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점과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그래머인 마틴 엘본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에는 강산에, 김수철, 강산에, 빌리카터, 세이수미, 씽씽, 이디오테잎, 잠비나이,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키라라, 히치하이커 등 국내 라인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앞으로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기꺼이 함께 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군기지 부지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의정부 블랙뮤직페스티벌도 수도권 인근 도시이지만 미군 부대가 오래 주둔하면서 만들어진 도시의 분위기와 흑인음악에 집중한 컨셉트가 차별적인 매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이밖에도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롤 플레이 뮤직 페스티벌, ㅍㅍㅍ 페스티벌, 사운드 시티, 그린플러그드 동해 등 최근 새롭게 시작하는 음악 페스티벌은 지역, 장르, 컨셉트를 분명히 해서 차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지역화, 특성화 전략이다. 이는 5월에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등 기존 유명 페스티벌을 모방하기보다는 명확한 타깃 마케팅을 함으로써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안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을 볼 수 있다. 수도권에 너무 많은 자본과 인구가 집중되고, 여전히 음악 장르의 쏠림 현상이 뚜렷한 현실에서 늘어나는 페스티벌이 더 많은 지역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까? 단지 음악만 듣기 위해 페스티벌을 찾지 않는 현실에서 새로운 음악 페스티벌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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