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기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 : 자유한국당 벽에 막힌 청소년 참정권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시민들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시민들ⓒ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제공

나는 올해 만 18세인 청소년이다. 우리는 농성을 한지 43일이 지났고, 4월은 이미 지나갔다. 4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이 이루어져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청소년이 처음으로 함께 투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외쳤던 ‘4월 통과 6월 선거’는 이제 물거품이 되었다. ‘어차피 기다려서 나이 먹으면 투표권 생기잖아’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분들께 묻고 싶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이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빼앗는다면 어떨까? 당신이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빼앗긴다면 어떨까? 나는 만 18세라는 이유로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이것은 심각한 권리 침해이자 기본권 탄압이다.

농성을 하며 내게 선거연령 하향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끝나자마자 농성장을 오는 이유, 학교를 빼고 농성장을 오는 이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농성장을 오는 이유는 내 생활을 하는 것, 밥을 먹지 못하는 굶주리는 것보다 사회가 나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과 사회 구성원으로 배제 되어온 삶에 더 굶주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7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19살에 고등학교 졸업을 했다. 나의 권리가 없는 그 12년은 내게 너무 끔찍했다. 성폭력, 직접 체벌, 폭력, 반인권적인 행위로부터 안전한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학생회장을 하며 학교, 지역을 바꿔가려 노력해도 돌아오는 것은 더 큰 폭력들이었다. 학교는, 지역은, 사회는 단지 청소년을 아무것도 모르는 애, 입시 공부하는 기계 취급해 왔기에 계속된 차별 속에 갇혀서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참정권이 없는 만 18세 청소년으로 사는 삶은 너무 답답해서 밤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 현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표 및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등이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들의 기습 피켓 시위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 현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표 및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등이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청소년들의 기습 피켓 시위를 바라보고 있다.ⓒ정의철 기자

인권을 짓밟은 정치인들

이 답답한 삶을 끝내기 위해선 길바닥에서 농성을 하고, 자유한국당에 찾아가 기습시위를 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더없이도 굶주렸기에 43일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나도 자유한국당을 찾아가서 기습 시위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지는 않다. 끌려나는 것도 무섭고, 욕설을 듣고 짓밟히는 일도 무섭다. 하지만 저는 늘상 무시되어 왔던 청소년의 삶과 청소년 인권이 짓밟히는 상황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기 위해 이런 두려움을 딛고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홍준표에게 돌려받은 것은 비웃음과 ‘좌파들은 저런 거 잘해’라는 말, 김성태의 외면뿐이었다. 자유한국당 당직자의 폭력적인 행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났을 때, 그들은 이야기 했다. 나는 만 18세 선거권 지지한다고, 당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본인은 소신 있는 정치인인 척 지지해주는 척 연기하지 마라.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라고, 당의 이야기에 졸졸 따르면 본인의 이익만 챙길 거면 정치 그만 두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끝까지 선거연령 하향을 가로막은 정치인을 기억하며 누군가의 인권을 앞으로도 짓밟을 정치인은 정치에 발 들일 수 없게 해야 된다.

이외에도 “나에게도 참정권을 달라”고 천막에서 농성을 하는데 밤늦은 시간 대한애국당 당원들이 찾아와 막말을 하며 얼굴을 카메라로 찍어가곤 했다. 농성장 안에도 허락 없이 들어오려 했고 소리 지르며 욕설을 사용하며 위협감을 주었다. 인간대우 조차 받지 못한 나는 선거연령을 한 살 낮추기 위해 주장하는 것, 요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나를 비롯한 청소년들이 이렇게 절실하게 발버둥 칠 때에도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그들은 저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선동 당한거야’, ‘청소년 참정권 외치지 말고 공부나 해.’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게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나를 한 인간으로, 한 사람으로 바라본 적은 있는지.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우리의 농성은 끝났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청소년의 가만히 있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청소년도 스스로의 삶을 정치적으로 대변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우리가 더 단단하게 뭉쳐 싸워야 되는 이유를 43일간의 농성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학제개편 조건부 선거연령 하향' 개헌안과 정치개혁소위 합의 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대형 천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학제개편 조건부 선거연령 하향' 개헌안과 정치개혁소위 합의 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대형 천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관련기사

이은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