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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임대주택이 빈민아파트라고?’ 이 청년이 텐트를 친 이유
없음

'5평짜리 빈민아파트', '영등포 이미지 먹칠하는 5평짜리 임대아파트 결사 반대'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안내문과 현수막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청년임대주택) 사업을 반대하는 현대홈타운 주민들이 걸어놓은 것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청년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도심역세권에 시세의 60~80% 수준의 주거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고질적인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가격 폭락, 공사에 따른 안전문제 발생, 교통혼잡에 따른 소음·매연·수면방해, 일조권·조망권·주변환경 훼손, 빈민지역 슬럼화에 따른 우범지대화와 이미지 손상, 보육·교육 취약지역화 등을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임대주택 조성 사업이 좌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한 청년은 "임대주택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며 해당 부지 앞에서 24시간 '철야텐트'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달 온라인에 퍼져 화제가 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의 안내문
지난달 온라인에 퍼져 화제가 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의 안내문ⓒ기타

"청년임대주택은 '혐오시설' 아니에요"

"텐트를 찾아와 한탄하는 청년들을 저는 입주자라고 불렀는데, 하나같이 주거 문제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의 우인철(33) 씨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보름간 텐트에서 먹고 자면서 "임대주택을 반대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스무 살 전북 전주에서 상경한 그가 서울에서 얻은 첫 보금자리는 작은 창문이 달려있는 월 35만 원짜리 고시원이었다. 두 번째로 얻어 들어간 고시원 방은 창문이 없어 22만 원이었다. 우 씨가 그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어두운 얼굴로 마음을 닫은 채 생활했다.

"공간이 존재를 규정합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문제에요. 한 달에 150만~200만 원을 버는 청년들이 가장 많은데, 그들은 어느날 아프면 어떻게 하지, 해고당하면 어떻게 하지, 혹시 가족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하며 삽니다. 특히 월세, 관리비 등 주거비용을 쓰고 나면 주머니에는 불안함밖에 남는 것이 없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처절한 생존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텐트를 찾아오는 청년들과 그런 얘기를 계속 했죠."

우 씨는 자신의 고민이기도 한 주거 문제에 대해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계속 해나갔다. 철야텐트를 이어가는 동안 박원순 시장에게서 전화도 받았다. 우 씨에 따르면 박 시장은 "청년임대주택이 확대돼야 한다.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응원한다"는 말을 건네왔다. 박 시장의 임대주택 추진 의지를 약속 받은 우 씨는 그제서야 텐트를 걷어낼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서울시 주택정책과 자문회의에 참여해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임대주택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아파트 주민들도 설문을 해보니 반 이상은 실제로 반대하지 않더라고요. 50% 넘는 사람들이 세입자거든요. 그들은 집값 폭락을 주장하는 집주인과 입장이 달라요. 오히려 '청년들이 들어와야 동네가 살아나고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저희를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았고, 반대 주민들이 위협하면서 텐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니까 저희를 지켜주겠다고 나선 주민분도 계셨어요."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부지 앞(영등포구청역 6번 출구)에서 청년임대주택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인 우인철 씨와 당직자들.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부지 앞(영등포구청역 6번 출구)에서 청년임대주택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인 우인철 씨와 당직자들.ⓒ우리미래
지난달 21일부터 보름간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부지(영등포구청역 6번 출구) 근처에서 철야텐트 시위를 하던 ‘우리미래’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
지난달 21일부터 보름간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부지(영등포구청역 6번 출구) 근처에서 철야텐트 시위를 하던 ‘우리미래’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우리미래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우리 현실 알까요?"

주거 빈곤의 늪에 빠져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의 고민을 '청년 기본권'으로 표현하는 우 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미래'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수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일상화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 씨는 대학 시절 소위 '운동권'도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듯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학점관리 및 스펙쌓기에 열중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다만 학교 시험과 토익 점수에 목매면서 자신의 주거 빈곤에서 탈출하고자 발버둥치던 그는 '이렇게 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내 행복이 보장될까' 하는 사춘기 같은 고민에 빠진다. 결국 우 씨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던 청년들과 함께 2012년 청년당을 만들면서 제도를 통한 문제해결의 꿈을 꾸게 된다. 돈도 배경도 경험도 없는 청춘들이지만, 자신들의 절박한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인들을 그저 믿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촛불광장의 뜻을 모아 '우리미래'를 창당했고, '미래당'이라는 약칭을 두고 바른미래당(국민의당+바른정당)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바른미래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현실정치의 치열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우 씨는 웃으며 말했다.

"저희들은 정말 절박하게 청년들의 삶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에요. 기성세대 정치인들은 우리들의 진짜 현실을 몰라요. 그들이 삼각김밥 잘 까먹는 방법을 알까요? 지하철 정액권은 마을버스 환승이 안 돼서 아침에 지하철역까지 뛰어가야 하는 고충을 알까요?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얘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청년 기본권'을 외치는 우 씨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만의 '문법'으로 청년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대 감수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두고 호소하는 외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현대홈타운 주민들도…"라고 당부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부지(영등포구청역 6번 출구) 근처에서 철야텐트 문화제를 진행하는 ‘우리미래’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부지(영등포구청역 6번 출구) 근처에서 철야텐트 문화제를 진행하는 ‘우리미래’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우리미래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우리미래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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