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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해·평화의 시대, 다시 ‘금기’를 생각한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가 환송 공연을 보고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가 환송 공연을 보고 있다.ⓒ2018남북정상회담 공동사진기자단

해마다 5월이 되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염원하다 쓰러져간 열사들이 생각난다. 망월 묘역은 성찰의 자리이자 결의의 자리였다. 사회를 개조하는 운동을 하다 벽에 부딪힌 이들이 방황 끝에 찾은 곳 중 하나도 망월 묘역이다. 망월 묘역에는 광주의 5월 영령 외에도 이 땅을, 노동자들을, 농민들을 사랑해 먼저 나섰던 열사들이 다수 묻혔고, 그들의 삶에 자신을 비췄다. 영화 1987로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한열 열사도 이곳에 있다.

이 땅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나섰던 열사들도 많이 묻혔다. 지난 1985년 25살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기일 열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몸에 불을 붙인 상황에서도 "침묵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착취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광주 시민이여, 침묵에서 깨어나라. 민주주의 만세! 민족통일 만세! 뭉칩시다"라고 말했다고 기록에 남았다. 지금은 웃으며 통일을 말하지만, 그 두 글자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이들이 너무나 많다. 촛불혁명을 거쳐 남북·북미 화해의 대격변기를 맞은 지금, 열사들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변화의 시기는 왔으나 그들에게 공을 돌리는 이는 많지 않다.

화해·평화의 시대, 국가보안법으로 여전히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들 중에는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있다. 그는 평화를 말하면 종북으로 몰리던 서슬 퍼런 박근혜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국회에서 언급했던 인물이다. 그가 말한 4자 종전선언의 취지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담겼지만, 이 의원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 외에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목요집회'에서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목요집회'에서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먼저 죽거나 고초를 겪은 이들은 자족과 보람으로 그 길을 걸었을 뿐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가슴 한 구석이 시린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과거에 머물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게 되지만, 냉철한 머리보다 마음이 앞설 때도 때로는 있다. 뻔한 얘기지만, 열사들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고 감옥에 있는 이들이 자유롭지 못하면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중의소리는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온 수사기관에 맞섰던 변호사들과 국보법 문제를 드러내는 연재를 준비 중이다. 남북이 한걸음 더 진전하고, 과거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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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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