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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체 한반도 비핵화” 확언, 북미관계 개선 ‘큰 그림’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AP

북한이 12일(이하 현지시간) 오는 23~25일 사이에 북부(풍계리)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오는 6월 12일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바로 북미관계 정상화의 실제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의 변화이다.

그는 지난 10일, 북한이 석방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맞는 자리에서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전체 한반도를 비핵화하는(denuclearize that entire peninsula)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늘 주장하는 ‘북한 핵폐기’ 등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입에서 ‘전체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26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물론 “미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denuke the Korean Peninsula)’를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데, 유엔 안보리와 전 세계 국가의 단합을 이끈 역사적인 노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은 언급했지만, 여전히 ‘최대한 압박(maximum pressure)’에 초점이 맞춰진 발언이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입장을 선회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지난 4월 27일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밝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encouraged)”고 강조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잘 지적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또 이에 “고무됐다”고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직접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용어 사용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나 전적인(전체) 비핵화에서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로 방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와 궤를 같이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전체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명분이고, 또 북한이 핵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명분이기도 하다. 즉, 이 말은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이제는 ‘일치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벌써 일부 언론이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하기도 전에’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나 핵우산을 치워버렸다고 여론을 호도하며 겁(?)을 먹고 있다. 또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북미 정상회담 훼방꾼 노릇을 자초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제는 일부 언론의 바람에서도 서서히 떠나가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이번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부 언론에게는 절망스러울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이 나온다는 전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과감한 비핵화 조치에 경제 번영 협력할 것” 입장 선회
미 국무부 관계자, ‘북미 빅딜 합의설’ 묻자 부인하지 않아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 혼자의 입에서만 나오는 것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놀라운 발언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를 달성한 이후에나 제재 해제, 경제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AP/뉴시스

한마디로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를 취하는 동시에 미국도 북한 체제 보장 및 경제지원 등 양국 간에 이미 ‘빅딜’이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날 기자들에게 “이러한 과정이 완료되고, 한반도 미래에 대한 좋은 이해(understanding)가 있고, 궁극적인 목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완전한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러한 언급이 북한과 이러한 궁극적인 목표에 관해 합의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한국 언론은 “북한과 궁극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해석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12일,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러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강경화 외교장관도 만났고, 북한과 궁극적인 목표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물밑이나 사전 합의를 장관을 포함한 미 행정부 관계자가 확인해 주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 몫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자도 익명을 전제로 이를 확인해 줄 만큼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북 선제공격’ 초강경파 볼턴도 ‘낙관론’으로 돌아서는 중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입장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과의 ‘협상 무용론’과 ‘군사공격 불가피론’을 주장해온 그는 지난 8일, 이란핵협정 탈퇴를 브리핑하면서, “이란 핵협정 탈퇴는 북한과 진짜 협상을 원한다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더 나아가 “그것은 부분적으로 북한이 그들 스스로 동의한 1992년 북남 비핵화 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직 ‘북한 비핵화’만 강조하던 그가 처음으로 북미 협상의 목표를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밝힌 것이다.

그는 또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주장하면서도, “북한과의 합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이것은 그들이 진지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AP/뉴시스

‘협상 무용론’을 주장하던 그가 “협상은 매우 빠를 것이다. 양측은 서로 평가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위원장)을 실제 눈으로 보면서 진정성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대북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를 비롯해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 행정부 강경파들이 늘 하던 말이 “김정은은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다”였다. 그래서 11일에는 한 기자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김정은이 합리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그런 질문은 품위가 없다(undignified)”라고까지 지적하면서, “그렇다(Yes)”고 뚜렷하게 답할 만큼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이제 그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chairman)’이라고 꼬박꼬박 존칭도 사용한다.

또 초강경파 볼턴 보좌관도 북한에 관해서는 ‘낙관론’을 피력한다. 한때는 북미관계의 걸림돌로까지 여겨졌던 이들 강경파들의 이러한 입장 변화가 일회적인 임명권자(대통령) ‘흉내 내기’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들이 또 언제 입장을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말폭탄과 함께 전쟁 일보 직전의 첨예한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그러나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대북 강경파마저도 입장을 선회할 만큼 북미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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