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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 연 北 종업원들…새 국면 맞은 ‘기획탈북’ 사건
집단입국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
집단입국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통일부 제공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닷새 앞두고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입국’한 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10일 JTBC ‘스포트라이트’에서는 “한국으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부 종업원들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방송에서는 ‘집단입국’ 당사자이자 종업원들을 데려온 지배인 허강일씨가 “국정원에 이용당한 것”이라고 말한 내용도 보도됐다.

이는 “종업원들은 모두 자유 의지로 왔다”던 그동안의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입장과 다른 내용들이었다. 따라서 통일부와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당국은 그동안 베일에 꽁꽁 싸여 있던 그들의 입국 경위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어렵게 접촉한 지배인 허씨의 전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적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국정원에 포섭돼 종업원들을 회유해 데려왔을 것이라는 추론은 공공연하게 제기되어왔으나, 종업원들의 행적과 입장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취재해 보도한 이들의 입국 경위는 이랬다.

허씨는 2013년 12월 북한 내에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등 대규모 숙청 사태가 발생할 당시 학교 동창 5명을 잃은 일을 계기로 북 체제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이듬해 12월 초 남측 국정원과 연계하게 됐다고 한다. 중국 현지에서 국정원 직원과 접선하게 된 허씨는 ‘대한민국을 위해 끝까지 충성하고 싸우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고, 대형 태극기를 든 채 사진까지 찍었다. 이후 그는 국정원의 ‘비밀 정보원’으로도 이중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2년여 동안 해온 비밀 활동이 주변 사람에게 들통 났고, ‘1억원을 주지 않으면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북측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면서, 국정원에 ‘남한으로 입국시켜 달라’는 내용의 SOS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때가 2016년 초였다. 그러자 국정원 측은 ‘종업원들을 모두 데리고 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측은 허씨에게 “말 못할 사연이 있지만, ‘큰 작전’이 있다. 오면 알 것이다. 여기 오면 대통령이 무공훈장도 주고, 국정원 직원으로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다.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다”고 회유했다.

당초 김씨는 국정원 측과 입국 시점을 5월 30일로 약속했지만, 갑자기 4월 3일 국정원 직원의 전화를 받고 ‘5일에 무조건 출발하라. 이번에 이 작전을 실패하면 끝이다’는 말을 전달받았다. 종업원들의 여권을 모두 갖고 있던 허씨는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4일 오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행 항공권을 서둘러 예매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종업원 다섯 명이 식당을 도망쳤다. 당연히 북 대사관에서도 류경식당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컸다.

허씨로선 신속히 중국을 빠져나와야 했다. 허씨는 종업원들을 데리고 국정원이 보내준 택시 4대에 나눠 타고 상해공항으로 향했고, 그제서야 종업원들에게 여권과 티켓을 나눠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업원들은 콸라룸푸르를 거쳐 한국으로 가게 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 국기가 휘날리는 대사관 건물과 마주했을 때서야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종업원들은 ‘가족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배인의 위협과 협박에 한국 대사관에서 ‘자유 의사로 탈북했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다.

종업원들은 대부분 평양에 본가를 두고 있는 북 중상층 가정의 자녀들이었다. 종업원 윤모씨는 “‘나가서 많이 배우고 와야지’, ‘중국어 어학도 배우고 와야겠다’는 느낌으로 나갔던 것 같다”고 했다. 한국 대학생들이 외국 생활을 경험하고 어학을 공부하고자 해외에서 중장기 체류를 하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은 해외 출국이 비교적 제한돼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에 있는 고국의 식당에서 일을 하더라도 북측 관리인 격인 지배인의 다소 엄격한 관리 속에 생활을 해왔다는 점 등이다.

‘연길’에서 ‘닝보’로 이동했을 때처럼 지배인의 통솔 하에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는 과정도 처음엔 단순히 ‘식당을 좋은 곳으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접촉한 종업원들은 일제히 “한국에 갈 거라는 건 아예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대사관 건물 앞에 다다른 순간 엄습한 불안감 역시 누구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다시 과거로 되돌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종업원 권모씨)
“지금이라도 부모들 있는 집으로 도망쳐서 가야 하는지 고민했다”(종업원 윤모씨)

종업원들은 ‘한국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종업원들은 “여기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부모님이 보고싶다”,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적어도 ‘스포트라이트’가 만난 이들은 ‘자유 의지’로 입국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했다.

이들을 데려온 지배인 허씨는 “내가 주도해 유혹 납치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국정원에 속아서 이 사건을 주도하게 됐는데, 지금은 양심적 가책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기획탈북’ 사건
정부 차원의 ‘공식적’ 후속 조치 불가피

그동안 정부당국은 종업원들이 ‘자유 의지’로 입국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정원과 통일부의 일관된 입장이 그랬다.

그동안 민변과 통일단체가 제기한 ‘기획입국’ 의혹과 국제사회의 진상규명 권고도 배척당했다. 심지어 종업원들의 구체적인 입국 경위와 ‘자유 의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각종 소송마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에 한해서는 국제사회의 중재나 사법 절차 등 어떠한 수단도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사건 이후 2년여 만에 ‘자유 의지’로 오지 않았다는 일부 종업원들의 입장과, “유혹 납치했다”는 지배인의 고백이 공개됨에 따라 “모두 자유 의지로 왔다”던 국정원과 통일부의 일관된 해명은 전부 ‘거짓’임이 드러났다.

결국 정부당국의 전면적인 진상조사 등 공식적인 후속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변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 “국정원이 기획하고 지배인을 내세워 실행한 천인공노할 범죄행위가 자행됐음이 드러났다”며 “지금이라도 이 사안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계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같은 날 “집단 탈북 종업원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입국 경위, 자유의사 등에 대한 지배인과 일부 종업원의 새로운 주장이 있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진상규명 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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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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