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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지난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동을 가졌다. 북한과 미국은 사전 만남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정했다. 여러가지 의견들이 오갔던 장소와 시간이 정해졌다는 것은 북미 관계 정상화의 ‘큰 그림’이 합의됐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파안대소에 악수를 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 “큰 성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성공적인 개최를 예감할 수 있는 좋은 징조들도 있다. 북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 측에 사전 예고 없는 미사일 실험은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또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고, 이를 한국과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달 22일로 정해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핵 시험장 폐쇄는 동시에 전 세계에 타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억류 중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여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 본토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신뢰를 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로 평가된다.

더욱이 눈길이 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석방한 미국인 3명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전체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우 의미 있는 시그널이다. 그동안 주로 의제화되었던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전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개석상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라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적대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해 전진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70년이 넘게 지속된 한반도에서의 냉전을 불가역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을 넘어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종전선언은 휴전 상태에 머물고 있는 한국전쟁을 정치적으로 끝내는 방법이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을 위한 관련국가 사이의 정치적 협상도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남북의 문제이면서 북미의 문제이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 역시 당사자로서 참여하고 결정할 문제이기도 하다.

북미정상회담은 탈냉전 이후 30년 가까이 지속되어왔던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한 고립정책, 압박정책이 실패했음을 상징한다. 2000년의 6.15공동선언 이후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던 클린턴 정부의 정책이 중단되면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간주했고, 정권교체로 등장했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 고립정책, 북한 붕괴정책을 고집했다. 핵이나 인권처럼 다양한 의제들이 등장했지만 결국 미국이 목표로 한 것은 북한의 붕괴였다. 하지만 이 정책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이제 비핵화 담판이라는 형태를 띠고 북미관계의 재정립이 시도되는 건 일방이 다른 일방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의 반영이다.

그렇다면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 지도 확연하다. 그것은 각 나라의 자주성을 보장하면서도 다시는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자신의 야심을 이 땅에 투사하지 않고, 남북이 손을 잡고 평화와 협력의 가치를 내세울 때 가능하다. 북미정상회담은 낡은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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