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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외주의의 뻔뻔한 사례 : 이란핵협정 파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파기 문서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5.8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파기 문서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5.8ⓒ신화/뉴시스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파기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누구, 혹은 무엇 때문인가? 자신에 의해 성사되지 않은 어떤 협상도 사기일 뿐이라는 트럼프의 생각, 버락 오바마의 유산을 무효화해야만 한다는 그의 강박관념, 미국과 이란의 어떤 관계개선도 막으려 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망 등이 핵협상의 파기에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근저에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놓여 있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정을 파기한 것은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에 대한 트럼프식의 해석방법으로부터 기인한다.

미국 예외주의:권리의 측면, 책임의 측면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예외주의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책임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힘이 특별하고, 미국의 민주주의의 전통이 특별하기 때문에, 미국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져야만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미국이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것은 이러한 특별한 책임과 관련되어 있다. 왜 미국이 먼 나라의 전체주의와 싸우기 위해 생명과 재산을 바쳐야 한단 말인가? 왜냐하면 많은 것을 가진 자에게는 많은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미는 미국의 세계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권리를 강조한다. 미국은 특별하므로, 자기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대로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예외적인 권리를 가져야 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연맹에 가입하기를 거부한 것이 이 예외적인 권리와 관련되어 있는 사례다. 다른 국가들은 국제기구와 국제법의 구속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깊숙이 자리 잡은 민주주의의 전통과 타고난 도덕성 덕분에, 자기 자신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존재다. 미국은 오직 스스로에게만 책임을 지면된다.

예외주의의 두 가지 의미가 서로 배타적이지는 않다. 정도는 달라도,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두 가지를 모두 거론하였다.

조지 W. 부시는 예외적 권리의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미국이 기후 변화에 대한 교토의정서, 유엔 고문반대협약, 그리고 예방전쟁에 대한 국제적 규범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미국이 반체제인사들을 위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세계적인 빈곤과 에이즈에 맞서 싸울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오바마는 예외적 책임의 방향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부시와는 다르게, 전 세계에서 환경을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나라이자, 핵무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인 미국이, 온실가스와 핵무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노력을 선도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미국은 특별한 힘과 특별한 도덕적 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제법에 의해 제약받지 않을 특별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다른 정부가 사법절차에 의거하지 않고 드론으로 지구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처형했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권리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행위를 일상적으로 저질렀다.

트럼프식 예외주의: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책임에 대한 예외주의”는 없고, “(거의 모든) 권리에 대한 예외주의”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트럼프가 선거운동과정에서 내세운 핵심 주제는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켜주기 위해 너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오바마의 믿음이나 외국에 대한 원조를 경멸한다.

지난 9월 유엔연설에서 트럼프는, “주권국,” “주권”이라는 말을 19번이나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는 국제법과 규범이 미국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이란, 북한, 시리아, 베네수엘라 같은 미국의 적대국들이 그들의 내부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교하였다.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훨씬 더 극단적이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이란, 북한과 같은 다른 나라들을 폭격해야 한다는 요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적대자들의 주권을 무시하면서도, 미국의 주권은 극도로 소중히 여긴다.

사실 볼턴은 자기의 이력을 다 바쳐, 미국은 국제법과 심지어는 이미 서명한 국제적 합의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볼턴은 2001년에 부시행정부가 러시아와 맺은 탄도요격미사일감축협정을 파기하는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맹렬하게 활동했는데, 심지어는 국제형사재판소가 다르푸르의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반대의 이유는 그러한 활동을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의 법적 정당성이 강화되어 언젠가 미국을 기소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볼턴은 지난해에, “우리 지도자들은 세계의 고상한 자들의 승인을 기대하거나 추구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볼턴의 말은, 미국은 환경이나 인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멸시해야 한다는 주장의 점잖은 표현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이 고문을 자행했다는 신뢰할 만한 고발에 대해, 이를 국제형사재판소가 조사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되며, “초기단계에 국제형사재판소의 목을 졸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볼턴은, “미군은 민간인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미국은 인권과 전시법규를 존중하도록 그 어떤 나라들보다도 많은 교육을 미군에게 실행해왔다. 미국은 군인들이 우리의 법에 맞게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이 있다. 국제재판소가 이러한 법들과 절차들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고문을 감독하고, 그 증거를 파기하는데 일조했음을 인정한 지나 하스펠을 CIA의 책임자로 앉히려 하고 있는 사람이 하고 있는 말이다.

이란 의회의 의원들이 미국의 핵협정 파기 소식에 분노하며 미국 국기와 핵협정문을 불태우고 있다. 2018.5.9
이란 의회의 의원들이 미국의 핵협정 파기 소식에 분노하며 미국 국기와 핵협정문을 불태우고 있다. 2018.5.9ⓒAP/뉴시스

이란과의 협정 파기는 미국예외주의의 뻔뻔한 사례

이란과의 협정을 대놓고 지키지 않겠다는 결정, 그리고 이란이 미국에게 보다 유리한 새로운 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이러한 “권리 예외주의”의 뻔뻔한 사례다.

트럼프와 볼턴은 다른 나라가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들은 둘 다, 북한과 이란 같은 미국의 적대 국가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해왔다. 그들은 국제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트럼프는 행복해 하며 국제법을 끌어들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국제법과 국제적 약속은 미국보다 힘이 약한 나라에게만 구속력이 있고, 미국에게는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그의 경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으며, 어린 시절의 일부를 보낸 인도네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미국 정부가 태생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수도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미국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추악한 역사를 뛰어넘어 진보를 이루는 미국의 능력이었다.

오바마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와 볼턴은, 아마도 미국 바깥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특권적인 백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미국의 그러한 역사를 생각해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CIA의 도움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몰아낸 후, 수천 명을 학살한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에 대해 질문을 받은 볼턴은, “칠레인들은 자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의해 살아왔다” 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독재와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공산당 가입을 불법화하고, 매파의 지식인들이 소련에 대한 예방전쟁을 주장하던 냉전 초기,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는 “강대국의 자만과 독선은 적대자들의 계략보다 그들의 성공에 더 큰 위험요소다”라고 경고했다. 이 말은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금과옥조로 새겨야할 말이다. 자신이 한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는 미국에게 한 약속을 수행하라고 요구하는 편협하고 자기만족에 빠진 자들이 지금 미국을 이끌고 있다.

미국 예외주의가 그들에 의해 좌우되는 한, 그것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요소다.

기사출처:The Iran Deal and the Dark Side of American Exceptionalism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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