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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정세 악화시킨 미국의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 이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팔레스타인은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반대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대형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14세 소년이 포함된 팔레스타인계 주민 52명이 숨졌고 2400여명의 다쳤다. 그야말로 피의 학살이 벌어진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의 군 기지도 공습하는 등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사관 이전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으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도시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분리될 수 없는 영원한 수도”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역사적 근거도 없고 현실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선언일 뿐이다. 미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는 UN안보리가 1980년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정도다. 지금도 동예루살렘에 사는 주민의 다수는 팔레스타인계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일관되게 이스라엘을 후원해왔던 미국은 1995년에 이른바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물론 미국 역시 예루살렘으로의 대사관 이전이 낳을 위기를 모르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예루살렘 대사관법’ 이행을 미룬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사관 이전을 공식 선포하고 이스라엘 건국 70년인 14일 이를 실행했다. 갈등의 도화선을 불을 붙인 셈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는 국제법과 인권, 민주주의 따위를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역대의 미국 행정부가 대부분 이런 성향이 있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엔 유독 이 같은 일방주의가 두드러진다. 이런 일방주의는 겉으로 보면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쇠락해가는 스스로에 대한 즉자적 반발일 뿐이다. 미국의 잘못된 결정은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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