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기자수첩] ‘별이 된 선생님’ 아버지의 끝나지 않은 싸움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故) 김초원 선생님의 자리에 놓인 꽃과 학생들의 편지들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故) 김초원 선생님의 자리에 놓인 꽃과 학생들의 편지들ⓒ민중의소리

"그 선생님 기간제라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난 버스 안에서 우연히 그 말을 들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현실에 씁쓸해졌다.

10년 전을 떠올려보면, 나는 학교에 기간제 선생님이 있다는 걸 몰랐다. 내겐 모두가 똑같은 선생님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던, 못 하는 학생이던 선생님들의 눈에는 제자이듯이.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차별이 없다고 믿고 싶었다.

스승의 날이면 떠오르는 그리운 선생님도 있다. 수능을 망치고 채점을 하다 펑펑 울던 내게 "포기하지마.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등을 토닥여주던 고3 담임 선생님. 학생들을 딸처럼 안아주시던 모습은 선명하다.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이 있다. "선생님은 너희 다 구하고 나중에 나갈게 걱정 마", "배에서 빨리 탈출하라",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학생들을 구하던 선생님들의 마지막 모습. 단원고 학생들은 하늘의 별이 된 12명의 선생님을 기억한다.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유니나 선생님, 2학년 2반 전수영 선생님, 2학년 3반 김초원 선생님, 2학년 5반 이해봉 선생님, 2학년 6반 남윤철 선생님, 2학년 7반 이지혜 선생님, 2학년 8반 김응현 선생님, 2학년 9반 최혜정 선생님, 2학년부장 박육근 선생님, 인성생활부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강민규 교감선생님.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단원고 故이지혜·김초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단이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아버지인 김성욱·이종남씨를 선두로 조계사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단원고 故이지혜·김초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단이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아버지인 김성욱·이종남씨를 선두로 조계사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하늘의 별이 된, 고(故) 김초원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였다.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자 화학 선생님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은 김초원 선생님의 생일이었다.

김초원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인 김성욱씨는 "살아서도 차별, 죽어서도 차별"이라며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달라며"고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쟁했다. 딸의 죽음을 밝히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울고 소리치고 고통스러워했다. 아버지의 망가진 목에는 인공성대가 자리 잡았다. 마침내 지난해 스승의 날, 문 대통령의 지시로 기간제 교사도 순직 인정을 받게 됐다. 김초원 선생님은 지난 1월 16일 대전 국립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아버지는 스승의 날을 사흘 앞둔 12일 대전 국립 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을 찾았다. "묘역에 안장된 희생교사들은 하늘나라에서 제자들이 건네주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우리의 교육을 걱정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스승도 제자도 없다는 냉소적인 현실 속에서 진정 교육이 무엇이 생각해봅니다" 아버지의 추도사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아버지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막고자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6년 4월 13일부터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가 공립학교 교사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생명·상해보험의 단체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급했지만, 기간제 교사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간제 선생님인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에게만 수학여행 중 사고에 대비할 어떠한 보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기간제 교사 전체의 권리를 위해 다시 투쟁하고 있다. 딸이 바랐던 학교 안에서 차별받지 않고 학교 밖에서도 차별받지 않는 교육을 위해서.

양아라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