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계란 투척’ 김경배는 왜 원희룡을 괴물이라고 불렀나
2015년부터 일방적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외쳐온 김경배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를 폭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일방적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외쳐온 김경배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를 폭행하고 있다.ⓒ제주의소리 동영상 캡쳐

제주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이 14일 원희룡 무소속 예비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폭행을 한 뒤 자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주민은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 그는 결행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에 '공항 하나 더 지으면 박수받고 훈장 받을 줄 알았다'던 그 괴물과의 긴 악연을 여기서 끝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 괴물은 원 후보다. 그간 김 부위원장 주변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던 걸까.

고향 터전 빼앗긴 주민들, 정부·제주도청과 싸우다

김 부위원장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2015년 11월 10일 박근혜 정권 시절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 혼잡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제주 성산읍 온평·신산·난산·수산·고성리 등 마을 일대에 4조8천700억 원을 들여 24시간 운영되는 두 번째 국제공항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제2공항 예정지에서 600m 정도 떨어진 성산읍 수산1리에서 동굴이 발견됐지만 누락되거나 오름 훼손 가능성 등이 발견되는 등 정부가 진행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 점이었다. 지역에서 관광 인프라 확대 등의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 순간에 신규 공항 건설 계획이 나왔다. 주변 지역 토지 소유자나 투기 세력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였지만, 농사를 지으며 마을에 대대로 살아오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에서 나가라는 소리일 뿐이었다. 그러나 제주도청은 국토부 발표 뒤 곧바로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을 샀다.

김 부위원장은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전면에 나섰다. 포클레인 기사인 김 부위원장은 노모(86)와 함께 고향인 성산읍에서 살아왔다. 그는 포클레인 기사여서 공항을 건설할 때 이득을 볼 수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일방적으로 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도청에 맞서는 일이었다. 그는 생계 수단인 포클레인을 팔고 청와대와 도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투쟁을 벌여왔다.

김 부위원장은 마을 동의 없이 건설을 강행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와 도청은 외면했다.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맞섰던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사전 타당성 조사 재시행 등을 요구하며 42일간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벌였다. 그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인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국토부와 도청은 반대 측과 협의를 통해 타당성 조사에 대한 재검토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번엔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관련 용역업체가 과거 제2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에 참가했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가 정식 계약을 앞두고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신공항 타당성 재검토 연구용역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지역 주민들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

제2공항 건설 반대 단식 농성 15일차 때 김경배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제주도청 앞 천막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2공항 건설 반대 단식 농성 15일차 때 김경배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제주도청 앞 천막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삶의 터전' 지키겠다는 절규 외면하고 '자해 쇼'로 몰았던 원희룡 캠프

폭행은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로 김 부위원장은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고향에서 노동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온 그가 왜 폭력을 저질렀는지를 주목하지 않는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주민 동의 없이 공항 건설이 진행될 경우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됐던 강정마을처럼 장기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김 부위원장도 1인시위에서 단식, 자해로 투쟁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원희룡 캠프는 "자해 쇼", "명백한 정치테러"로 분위기를 몰았다. 원 후보는 사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공항 문제는 도민의 숙원사업이자 이해와 관심이 큰 사안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서는 안 된다"는 글을 남겼다. 그의 딸은 "(아빠를) 미워하셔도 좋으니 제발 목숨이나 신체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두 말에는 "'중요 환경 훼손이 우려될 땐 (공항 건설을) 중단 요청하겠다' 말해 놓고는 오름 열 개가 잘릴 위기인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괴물"(페이스북)이라고 원 후보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던 김 부위원장의 질타에 대한 답변이 담기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이 원 후보로부터 받은 상처는 더 있다.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13일 차 단식을 벌이고 있을 때 당시 도지사였던 원 후보는 그를 찾아가 대화를 하다 "기운이 아직도 많이 있다"고 했다. 이후 원 후보는 "건강을 먼저 챙겨주길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정혜규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