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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첫 번째 시선] 정신질환 유발하는 장시간 노동

업무 관련한 자살, 과로한 업무는 정신질환의 요인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가능한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이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기준은 단순한 선언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건강권 기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소가 바탕이 되어 도출된 결론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주 44시간 노동에서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축소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적정한 노동시간이라는 사회적 합의 결과물은 그저 우리 모두의 상식으로만 자리 잡고 있다. 상식이 실현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많은 예외조항을 통하여 우리나라는 주 68시간의 노동을 허용하고 있고 최근에 와서야 이를 52시간으로 축소하는 일련의 노력과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은 건강 악화에 주요한 문제요소로 지목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질환은 심·혈관계 질환인데, 드라마와 같은 곳에서 직급이 높은 부장급 직원이 회사에 밤늦게 혼자 남아 일하다 의자에서 돌연사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는 신체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또 장시간 근로는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통한다. 특히 업무의 강도(양적, 질적)가 높은 노동자가 상당한 책임을 지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충분한 성과를 내었음에도 조직에서 밀려나거나 그 성과를 폄훼 당하는 일을 경험한다면 그 노동자는 정신질환 유발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실제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정신질환 산재 사건의 대부분 배경은 평소 높은 실적을 유지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가 어느 날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으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가 '통계조차 없는 과로 자살'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가 '통계조차 없는 과로 자살'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자발적 ‘과도업무’란 없다

장시간 과도한 업무, 사용자 회사는 이에 대하여 강제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의 법상 처벌을 피하고 그에 수반되는 각종 가산임금 등의 주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사용자의 이러한 주장은 현실적 법률분쟁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가 사용자의 필요 때문에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이것이 비자발적이었다는 부분에 대하여 소명해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노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사업주의 의사에 반해서 스스로 비자발적인 노동을 할 사람은 없다. 예컨대 우리는 임금통장에서 소정 금액을 출금하기 위해서는 각종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등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계좌에 입금할 때는 상대방 계좌번호만 알면 된다. 이는 아무런 원인 없이 금전을 계좌에 입금할 이유가 없다는 기대에 기초한 것이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이익 관계가 없는 노동을 무료로 노동자가 사용자의 의사에 반해 자발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왕증 등 정신질환 상병에 취약적 요소가 있는지 살펴봐야

과도한 업무에서 유발되는 정신질환은 그 입증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평소에 그가 수행하는 업무, 강도, 책임, 타 노동자들과 비교를 하여 객관적 합리적 수치를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신질환의 유발요인에 대한 부분인데 정신질환과 관련한 임상의 선생님들은 정신질환 그 자체를 유년기부터 형성된 자아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분명 강하다. 그 때문에 과거에 좋지 못했던 기억에 대한 부분이 치료과정을 통하여 의무기록에 실릴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신경 쓸 필요는 있다.

한편 과거에 정신질환에 관한 과거력이 있으셨던 분은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말씀드렸지만 정신질환의 상병은 주기를 반복하여 증상이 강화되고 약화하는 현상이 있다. 이러한 경우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무 스트레스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여도 과거에 이미 존재한 질병이 단지 악화하는 현상이라고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필자는 기왕증이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그 과거에 질병이 발병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필요하다. 보통 가족 간의 문제 기타 발병요인에 대하여 분명한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어느 정도 과거의 치료가 완료되었으면 치료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과도한 직무로 인하여 발병한 정신질환과 기존 질병의 치료 시점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며, 일단 산업재해의 피해로 보아야 함이 타당함

과도한 직무 나아가 직무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정신질환에 대하여 필자는 단언해 이야기한다. 쉽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산업재해를 통한 보상을 이야기하기 전 필자는 꼭 이런 말씀을 드린다. “병원에서 진료를 적극적으로 받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하여 분명하게 의무기록을 남기길 노력하셔야 합니다.”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사안이다.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질병은 관리되고 치료하면 그 증상이 완화된다. 나아가 당사자가 살아있어야 억울함이나 문제를 풀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미 극단적 선택으로 인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 남은 자들이 그 발자취를 따라 여러 가지 개연성을 수소문해 보지만 억울함을 풀어줄 단서는 부족하기만 하다. 치료는 적극적으로, 기록은 분명하게. 필자가 수차 강조하는 부분이다.

김승현 노무사가 자신의 노무상담 경험 등을 바탕으로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주-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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