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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2위 IT기업’ 오라클... 한국 직원 현실은 암울했다
오라클 자료사진
오라클 자료사진ⓒ뉴시스, AP통신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문화가 유연할 것 같지만, 한국의 기업보다 폐쇄적입니다. 하려면 해보라는 식이에요.”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의 말이다. 'IT업계의 공룡'이라고 불리는 오라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매출 규모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0년째 사실상 동결된 임금수준과 노조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외국계 IT기업에서 일한다고 하면,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환경에서 근무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오라클노조는 임금인상, 고용보장, 노조활동 보장, 직원복지 향상 등을 요구해 왔다. 사측과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9차에 이르는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으나 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결국 노조는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조합원 대상의 쟁의 찬반투표에서 96%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노조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원들은 고객 서비스 지원 등 업무 일체를 중단했다.

한국오라클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앞에서 1차 파업 집회를 열었다. 200여명의 직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김형래(한국오라클 지사장) 아웃', '부당매출 아웃', '욕질 갑질 아웃' 등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1989년에 국내에 오라클 지사를 설립한 이후 지난해 10월 한글오라클노조는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 소속으로 만들어졌다. 한국 오라클 직원 약 1200명 중 절반 이상인 60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앞에서 근로조건 개선 쟁의행위에 돌입, 1차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앞에서 근로조건 개선 쟁의행위에 돌입, 1차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장기간 임금동결...

한국오라클 직원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잦은 야근과 주말 특근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노조는 "회사가 신규 엔지니어는 채용하지 않으면서 기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엔지니어 및 컨설턴트 인력이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비스 지원조직의 경우 1주일에 100시간 이상을 일하는 직원도 있다. 하루에 15시간, 꼬박 일주일 동안 일한 셈이다.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야근 등 추가 근로 수당도 받지 못했다.

한국 오라클은 입사 당시 연봉이 정해지면 이후 임금인상이 거의 되지 않는 특이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9년 입사한 부장 월급은 230만원이지만, 최근 입사한 연차 낮은 경력직은 400만원을 받는 기이한 구조"라며 "기존의 직원 연봉 올려달라고 하면 매니저는 오라클 연봉 인상 없는 거 몰랐냐고 말하면서 재입사를 하라고 대놓고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연봉 인상을 이유로 재입사를 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조는 직원들이 지난 10년 동안 임금 동결 때문에 사실상 임금이 하락됐다고 토로했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약 100명 중 70%가 임금이 동결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외국계 기업이 유한회사로, 매출과 영업이익, 연봉, 배당금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은 배당금과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보내는 식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직원들은 회사가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른 채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오라클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빼돌리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3000억원을 추징받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직장 내 갑질, 찍퇴, 고용불안에 떠는 직원들

노조는 신규채용은 계속하면서 기존 직원에게는 권고 사직을 강요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직원의 재교육, 전환배치가 아니라 필요 없으면 자르고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직원 100여명에 대한 권고 사직과 해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017년 100여명 가까운 클라우드 전담 영업 인력이 채용되었지만 동시에 100여명 가까운 인원이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니저의 경우 직원에게 실적 강요, 폭언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해당 직원이 인사부서 등에 이를 신고해도 회사는 매니저를 옹호하고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특히 회사는 성과향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직원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원의 성과를 향상하도록 돕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지시, 감찰 등을 통해 직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스스로 퇴사하도록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전임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등 노조활동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화사가 노조 활동할 때 회사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고, 업무시간에 활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노조활동 보장 요청을 해도 사측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성실한 교섭에 임하고 있다는 사측의 입장에 대해 "김형래 한국오라클 지사장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본사의 지침과 다르다, 교섭권이 없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대고 시간을 끌며 교섭을 해태했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17일 대의원회의를 거쳐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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