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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상 초유의 파열, 뻔뻔한 검찰총장과 무력한 법무장관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처리 과정을 둘러싸고 검찰 조직 초유의 파열음이 일고 있다. 그런데 ‘부당한 수사개입’의 당사자인 문무일 검찰총장은 오히려 “정당한 지휘권 행사”라며 버티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정상 절차에 따라 처리해 달라”며 원론적인 언급만 하는 등 다소 무력한 모습이다.

문 총장은 16일 오전 9시 3분께 출근길에서 부당한 수사개입 파문을 두고 “검찰권이 바르게 행사되도록,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검찰총장이 부당 개입했다”는 수사단의 문제 제기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 “권성동 국회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알리자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전문자문단’(가칭)을 구성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당초 문 총장은 지난 2월 수사단 발족 지시를 하면서 수사 전권을 단장에게 위임하고 수사 상황을 보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속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된 것이었다.

수사단은 외압 의혹에 연루된 고위 검사들을 기소하기로 결정하고 객관적 검증을 받고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문 총장에게 요청하기도 했었다. 당시 ‘보고’가 아니라 ‘요청’을 한 것은 수사단이 문 총장의 공언대로 ‘독립적’인 수사 주체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수사심의위 회부는 검찰총장이 하게 규정돼 있어 이 요청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문 총장의 부당한 압력 행사 문제는 비단 강원랜드 수사단 활동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도 전날 수사단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장이 작년 강원랜드 비리와 관련한 춘천지검 수사 과정에서도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는 “문 총장이 작년 12월 8일 이영주 춘천지검장의 대면보고에서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일반 사건과는 달리 조사가 없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 조사를 못 한다’며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수사 지휘는 총장의 직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 문 총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휘라인에서 문 총장을 비호하면서 파열음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대검 반부패부 김후곤 선임연구관(차장)은 16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반부패부 전체가 이 사건의 성공을 위해 각종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검이 재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비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희도 창원지검 특수부장도 “총장이 이견을 갖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들어 외압이라 하는 것은 총장의 존재, 권한 자체를 몰각한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대검 반부패부가 압수수색에 반발했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 참 황당했다. 책임과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검찰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 글을 반박했다.

이미 문 총장의 리더십에 금이 가 있는 상태에서 검찰 자체적으로 내분이 진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 총장이 아무리 ‘나는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일선 검사들에게 안 먹힌다는 이야기다. 특히 양부남 수사단장의 경우 이미 공개적으로 문 총장의 압력 행사에 문제 제기를 한 만큼 기존 입장을 굽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며 사태 진화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임화영 기자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 인사제도 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강원랜드 수사 외압 파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총장에게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만간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강원랜드 사건을 결론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단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수사단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 수사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문 총장의 애초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점과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 총장의 행위가 ‘정당한 권한 행사’인지 ‘부당한 개입’인지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박 장관의 ‘원론적’인 주문은 현 사태 수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박 장관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 관계자의 의견이나 주장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그로 인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쳤다. 그 결과 국민들이 우려하고 계시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히려 문 총장의 수사 개입에 대한 강원랜드 수사단이나 안미현 검사의 문제 제기를 겨냥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브리핑 현장에 참석한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은 안미현 검사의 기자회견을 겨냥해 “원칙적으로 공직 기강상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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