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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한국 록만의 사운드, 아시안체어샷의 타령 록
공연 중인 아시안체어샷
공연 중인 아시안체어샷ⓒ아시안체어샷

평론은 평가하는 일이다. 음악 평론은 음악을 평가한다. 곡과 음반과 뮤지션과 공연과 트렌드와 이슈를 평가한다. 작품 비평으로 한정한다면 먼저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하려는 이야기를 어떤 방식과 언어로 표현하는지 살펴본다. 표현 방법과 이야기를 잘 연결했는지, 하려는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뮤지션이 사용한 표현 방법이 해당 뮤지션의 음악과 장르 등에서 어떤 특징과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하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뮤지션의 작품, 장르, 예술 전반, 한국 사회에서 뮤지션의 작품 속 메시지가 어떤 특징과 의미와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본다. 뮤지션의 음악을 음악 언어의 프레임으로 들여다보고, 현실과 연계해 해석한다.

밴드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을 평가한다면 그들이 록 밴드라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시안체어샷의 록 음악은 그런지와 개러지, 사이키델릭과 하드록을 결합해 강렬하고 호쾌하며 묵직하다. 여기에 아시안체어샷만의 개성과 차이를 만드는 방법론의 화룡점정은 한국 전통음악 장단의 결합이다. 아시안체어샷이 특별히 한국 전통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노래하지는 않는다. 대신 아시안체어샷은 한국 전통음악에서 사용하는 장단과 공기를 활용해 자신들의 음악에 전통의 신명을 불어넣는다. 이들은 장단만 차용하지 않는다. 전통음악 가운데 민속악에서 느낄 수 있는 질펀함과 혼곤함, 흥겨움까지 자신들의 록음악으로 끌어안으며 록 음악의 사이키델릭과 연결함으로써 여느 사이키델릭 록과 다른 한국 사이키델릭 록에 어울렁더울렁 도달한다. 덕분에 아시안체어샷은 현대의 대중음악에 더 많은 시간을 쌓아 올린다. 아시안체어샷은 록이 전통음악과 결합하면서 한국화 할 때 어떤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근 사례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신중현과 김도균을 비롯 한국 록의 전통 결합 시도와 비교해볼만한 음악이다.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은 특히 전통음악 가운데 민속음악의 질감을 강하게 내뿜는다는 점에서 ‘타령 록’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전통음악의 지분과 개성이 압도적이다. 이러한 사운드만 한국 록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분명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은 한국 록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사운드이다.

공연 중인 아시안체어샷
공연 중인 아시안체어샷ⓒ아시안체어샷

아시안체어샷이 4년만에 발표한 정규 음반 [Ignite]에서도 아시안체어샷의 개성은 이어진다. 음반의 수록곡은 총 9곡. 음반의 첫 번째 곡 ‘뛰놀자’의 도입부에서부터 아시안체어샷은 한국 세마치 장단을 연주한다. 드럼이 선도하는 장단에 일렉트릭 기타가 붙으면서 더 풍성해지는 사운드는 일순 록킹해지면서 흥건해진다. 노랫말은 “아이들아 뛰놀자/어른들아 뛰놀자/우리 함께 뛰놀자/미친 듯이 뛰놀자//소년들아 뛰놀자/소녀들아 뛰놀자/온 세상아 뛰놀자/미친 듯이 뛰놀자”라는 가사가 전부. 그런데 아시안체어샷은 이 노랫말의 배후와 사이에 쿵떡쿵떡한 장단을 넣고, 한 판의 난장 같은 연주들로 놀아 제끼는 사운드의 향연을 펼치면서 단순한 곡의 구조를 마술처럼 변화시킨다. 장단을 유지하면서 연주의 완급을 조절해 연주의 맛을 충분히 보여주고, 폭발과 이완을 조율해 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 밴드의 연출과 앙상블 덕분이다. 겨우 3분 31초밖에 안되는 짧은 곡임에도 넋을 놓고 뛰놀기는 충분하다. 아시안체어샷이 자신들의 방법론을 더 강력하게 갈고 닦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곡이다.

아시안체어샷의 타령 록 스타일은 두 번째 곡 ‘빙글뱅글’에서도 이어진다. 이 곡에서도 한국 장단의 흥과 록의 강렬함이 사이키델릭으로 연결되면서 “빙글뱅글 돌고 도는 현실의 목줄”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해진다. 아시안체어샷은 금수저 같은 극히 일부 특권 계급을 제외하고는 이 땅에 사는 사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흥겹고 강렬한 사운드에 실어, 노랫말 속 삶의 분주함과 악착같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아시안체어샷의 멤버들
아시안체어샷의 멤버들ⓒ아시안체어샷

그런데 아시안체어샷은 이번 음반에서 한국 전통 장단에 기반한 음악만 들려주지는 않는다. 아시안체어샷은 또 다른 타이틀곡 ‘꿈’에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운드로 변화를 만든다. 이 곡도 곧 강렬하고 거대한 사운드 스케이프로 이어지지만, ‘꿈’은 좀 더 유려하고 영롱한 사운드를 터트리면서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이 전통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음반이 이전 음반과 다르고, 진일보했다거나 더 아름답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꿈’의 구조와 사운드 덕분이기도 하다. ‘무감각’에서도 아시안체어샷은 발라드 스타일을 은근하고 영롱하게 소화하면서 밴드의 또 다른 능력을 숨기지 않는다. 강렬한 폭발에 이르기 전부터 만들어내는 감성 충만한 멜로디는 곡의 절정까지 흘러 아시안 체어샷의 분출을 더 가슴 시리게 한다. 마지막 곡 ‘그땐 우리’의 따뜻하고 풍성한 사운드도 아시안체어샷의 음악 영토를 확장하는데 기여한다.

그렇다고 아시안체어샷의 타령 록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거나 동어반복이라고 표현할 근거는 없다. 미디엄 템포의 곡 ‘친구여’에서도 아시안체어샷은 묵직한 드럼 연주와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압도적으로 펼친다. 그 후 리듬을 변주하면서 화려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시안체어샷의 노랫말 속 우정과 기개는 당위적임에도 음악의 힘으로 강력해진다. 노랫말의 명쾌함을 소리로 옮기는 음악의 변화무쌍함과 힘은 결국 없는 힘이라도 낼 수밖에 없도록 밀어붙여버린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현실의 압박을 표현한 ‘각성’과 ‘산, 새 그리고 나’. ‘봄을 찾으러’를 비롯한 곡들에서도 아시안체어샷의 강력한 근기는 숨겨지지 않는다.

아시안체어샷의 ‘Ignite’ 앨범 표지 이미지
아시안체어샷의 ‘Ignite’ 앨범 표지 이미지ⓒ아시안체어샷

트렌드와 거리가 있고, 예스럽다고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당대의 음악은 트렌디한 몇 개의 장르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트렌드와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을 펼치는 이들로 인해 한국의 대중음악은 비로소 앙상해지지 않는다. 보라, 한국 대중음악의 동시대성은 얼마나 다르고 풍성한가. 이 많은 음악들이 모두 2018년의 음악이다. 우리는 그 많은 즐거움을 다 맛보고 있는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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