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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ISD 소송이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한국경제신문 헛소리에 대하여

요즘 ‘한국경제신문’이 아주 신이 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nvestor-state dispute)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소식을 ‘단독’ 마크를 달고 전하더니 이후 잇따라 ‘단독’을 남발하며 이번 소송이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열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적폐"라고 판단한 것이 엘리엇의 강공을 자초했다는 논리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보도의 주요 제목이 이렇다.

[단독]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ISD 소송' 나섰다
[단독]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적폐”라는 정부 판단이 엘리엇 강공 자초
엘리엇의 'ISD 기습'… 정부, 딜레마에 빠졌다
[현장에서] 엘리엇 ISD 빌미 제공하고 “내용 잘 모른다”는 복지 장관
[사설] 투기자본에 멍석 깔아준 ‘적폐몰이’, 정부는 예상 못했나?

한국경제신문의 황당한 논리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현지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차별대우로 손해를 봤을 때 그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기관(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ISD는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왜냐하면 첫째,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되면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면 국가의 공공정책을 국제 중재기관으로부터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꼴이 된다.

둘째, 한 나라의 사법 주권이 침해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인데 국제기구가 소송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FTA를 체결할 때 보수적인 한국의 사법부조차 이 제도에 강하게 반발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이번 엘리엇의 ISD 소송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해석은 매우 신박하다. 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가 지난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을 내린 것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한 것이 엘리엇 강공이 계기가 됐다는 논리다.

이 신문 기사에는 “정부 스스로 적폐로 생각하는 마당에 외국계 투기자본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개입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니까 엘리엇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는 논리다

한국 사법부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구속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 장관이 유죄를 받았다는 것은 한국 정부의 오류를 사법부가 인정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시장에 대한 부당한 정부의 개입이므로 엘리엇이 ISD 소송을 하게 됐다고 이 신문은 주장한다.

허접해도 너무 허접한 주장

그런데 이런 주장은 심각한 사실 왜곡을 담고 있다. ISD는 ‘정부의 잘못’이 전제다. 정부가 잘못해 외국 투자기업이 손해를 봤을 때 가능한 소송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번 소송의 전제인 ‘정부의 잘못’은 곧 국민연금의 부당한 합병 개입을 뜻한다. 그런데 그 일이 이뤄진 때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다.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시비 걸고 있는데 그게 왜 문재인 정부 탓인지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다.

또 ‘한국경제신문’은 엘리엇의 ISD 소송이 마치 현 정부 들어와서 새로 불거진 이슈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민중의소리’는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부터 엘리엇이 ISD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했다. 본지 2015년 6월 12일자 기사 중 한 대목이다.

경제민주화실현 전국네트워크와 반올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2015년 국민연금공단 강남사옥 앞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부결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
경제민주화실현 전국네트워크와 반올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2015년 국민연금공단 강남사옥 앞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부결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양지웅 기자

“삼성그룹과 벌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엘리엇 측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번 주 중반부터 ISD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벌처펀드인 엘리엇은 각종 국제 소송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린 ‘소송의 달인’이다.”

기사에 나와 있듯 엘리엇은 이미 2015년 6월부터 ISD를 준비했다. 당시 법무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대답하기 어렵다”며 발을 뺐다.

이걸 몰랐다면 박근혜 정권이 매우 무식했거나, 아니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가결시키는 데 눈이 멀어 진실을 외면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무식한 것은 문재인 정부 탓이 아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가결된 때가 2015년 7월 17일이다. 당시 표결에서 국민연금은 11.21%의 찬성표를 던져 사실상 합병을 성사시킨 1등 공신이 됐다. 이때도 본지는 이 투표가 ISD소송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기사 내용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 사건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확대시킬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단순한 민간기업의 합병이었다면 ISD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 등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찬성을 선택했다. 그것도 평소와 달리 의사결정을 위한 외부 전문회의(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투표 방향을 정했다.”

이듬해인 2016년 12월 28일에도 우려는 계속됐다. 당시 본지의 기사 내용이 이랬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그것도 월가 자본이 일으킨 경영권 분쟁에서 결정적 투표권을 행사했다? 월가 입장에서 보면 이건 너무나 명백한 ‘정부의 부당한 시장 개입’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그것이 ISD 소송 대상임을 몰랐다는 것은 더 말이 되지 않는다. ISD 소송에 걸려 패소하면 한국 정부는 막대한 손해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이건 국익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몰락을 자초하는 자살 행위에 가깝다.”

한마디로 엘리엇의 이번 ISD 소송은 3년 전부터 예견된 지속적인 이슈였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순간 이 사건은 무조건 ISD 소송 대상이었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국민연금의 개입을 적폐로 규정했다. 범죄는 적발하고 처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적발과 처벌이 ISD의 빌미라고 주장하면, 범죄를 처벌하지 말자는 논리가 된다.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 소송을 안 당하는 거지, 범죄를 처벌했기 때문에 소송을 당한다는 논리는 어느 별에서 통하는 논리인가?

소송 우려가 지속됐던 3년 내내 한 마디도 안 하다가 지금 와서 허접한 논리를 꺼내는 <한국경제신문>의 내심은 이것일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이재용의 3세 승계도 정당하니 대법원은 제발 상고심에서 이재용을 봐 달라.”

아닌가? 양심이 있다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요주주는 현대자동차(지분 20.55%), LG(14.03%), SK텔레콤(13.8%), 삼성물산(5.97%) 등 국내 4대 재벌이다. 이 신문의 지배구조를 보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는지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제호를 ‘한국경제신문’이라고 하지 말고 ‘한국재벌신문’이라고 하는 게 자신들에게도 더 떳떳하지 않겠나?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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