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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사랑한 헌트리 목사, 편히 잠드소서”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재직하면 신군부와 계엄군 학살만행을 사진으로 전세계에 알리고, 청문회를 통해 ‘광주학살 증언’해 학살자를 단죄하는데 기여했던 헌트리 목사 유해 안장식이 17일 오전 호남신학대학 내 양림동원선교사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재직하면 신군부와 계엄군 학살만행을 사진으로 전세계에 알리고, 청문회를 통해 ‘광주학살 증언’해 학살자를 단죄하는데 기여했던 헌트리 목사 유해 안장식이 17일 오전 호남신학대학 내 양림동원선교사묘지에서 열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5·18 광주학살을 사진으로 세계에 알리고 청문회에서 ‘광주학살 만행’을 증언했던 헌트리(Charles Betts Huntley, 한국명 허철선) 목사가 그토록 바라던 광주에 묻혔다.

허철선선교사기념사업회 안장위원회와 부인 마사 헌트리를 비롯한 유족들은 17일 오전 10시 호남신학대학(남구 양림동) 내 양림동산 선교사묘지에서 헌트리 목사 유해 일부를 안장했다.

헌트리 목사 유골 일부를 안장한 뒤 유족과 함께 안장 예배를 올리고 있다.
헌트리 목사 유골 일부를 안장한 뒤 유족과 함께 안장 예배를 올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재직했던 헌트리 선교사는 계엄군의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시신이 안치된 현장을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번번이 계엄군에 압수당했고, 이를 피해 사택 지하에 암실을 만들어 고립된 광주의 진실을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전세계에 전했다. 기자였던 그의 부인 또한 글로 사실을 전세계에 알렸다.

5·18을 책으로 알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풀빛)에 나온 사진 대부분은 헌트리 목사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군이 휘둘렀던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들 모습이나 시신이 안치된 현장을 잡은 사진이었다. 이 사진들은 국내에서 거짓 보도됐던 것을 고발하고 5·18 진실을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독일어, 영어 등에 능통했던 헌트리 목사는 독일기자 피터를 비롯해 20여명 이상을 남구 양림동 사택에 숨겨 주기도 했다. 그렇게 당시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자 헌트리 목사가 손을 내밀었고 외신기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사택에 피신했다. 나아가 5·18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서 학살자들을 단죄하는데도 힘을 보탰다.

이런 공로로 (사)오월어머니집은 지난해 헌트리 목사에게 오월어머니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지병을 앓고 있던 헌트리 목사는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자택에서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났다.

헌트리 목사 안장식에 참여한 부인 마사 헌트리와 큰 딸이 손을 맞압으며 고인의 안식을 기도하고 있다.
헌트리 목사 안장식에 참여한 부인 마사 헌트리와 큰 딸이 손을 맞압으며 고인의 안식을 기도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안장식은 우선 유골함을 묘지에 안치한 뒤 안장예배로 진행됐다. 유골을 안장하기에 앞서 부인과 유족들은 유골함에 입을 맞추며 고인을 떠나보내는 절차를 진행했다. 안장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부인 마사 헌트리는 옆에 앉아 있는 딸과 손을 맞잡고 고인의 평안을 기도했다.

안장식이 끝난 뒤 마사 헌트리는 남편 유골 일부가 안장된 묘지 표석을 쓰다듬으면서 “당신은 광주를 너무나 사랑했다. 광주에서 편히 잠들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이날 안장식에는 헌트리 목사 유족 외에도 같은 날 입국해 마사 헌트리와 함께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피터슨 목사 부인 바바리 피터슨도 함께 했다. 그밖에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광주지역 기독교계 인사들과 신도, 지인 100여 명도 이날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헌트리 목사 유족과 고 피터슨 목사 부인, 일부 신도들은 안장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이따금씩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슬픔을 표현했다.

헌트리 목사 안장식을 마친 뒤 부인 마사 헌트리가 고인의 유골 일부가 안장된 묘지 표지를 쓰다듬으며 “당신은 광주를 너무 사랑했다. 광주에서 편히 잠들라”고 고인에게 전하고 있다.
헌트리 목사 안장식을 마친 뒤 부인 마사 헌트리가 고인의 유골 일부가 안장된 묘지 표지를 쓰다듬으며 “당신은 광주를 너무 사랑했다. 광주에서 편히 잠들라”고 고인에게 전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안장식을 통해 유골 일부가 안장되고 있다.
안장식을 통해 유골 일부가 안장되고 있다.ⓒ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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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기자

광주(전남·북 포함) 주재기자입니다.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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