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기고] 아직도 유성기업에 들어갈 때면 가슴이 떨립니다
경찰이 공장에 진입해 심야노동 근절 약속을 깬 유성기업에 맞서던 노동자들을 진압하고 있다.
경찰이 공장에 진입해 심야노동 근절 약속을 깬 유성기업에 맞서던 노동자들을 진압하고 있다.ⓒ뉴시스

아직도 현장에 들어갈 때면 가슴이 떨립니다.

한국사회 제조업 사업장 대부분은 2교대나 3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장들이 부족한 월급을 심야수당으로 채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억, 수십억 되는 설비를 8시간만 돌리면 아깝기 때문에 야간까지 20~24시간 돌리려 하는 것입니다.

야간에 들어가야 노동자에게 돈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20년 전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야간노동을 마치고 퇴근하는 퇴근버스에서 50대 형님이 자기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일이 있었습니다. 그 형님은 잠자 듯이 돌아가셨습니다. 13년 전 29살 젊은 노동자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죽었습니다.

심야노동…. 누구나 다 하는 건 줄 알았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220명 되는 현장직 노동자들 중 두 분이 이렇게 돌아가셨습니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 심야노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며 투쟁을 통해 회사와 2011년 1월부터 심야노동을 하지 않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최소한 밤 12시 넘어서는 일하지 말자고 합의를 한 것입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잔업이 없어지는 손해를 감수하고 합의를 한 것이지요.

그러나 회사는 2011년 5월 18일 시행하기로 했던 합의를 깨고 직장폐쇄를 하기에 이릅니다. 당연히 노동조합은 회사 안에서 투쟁을 벌였고 당시 대통령이던 이명박의 “연봉 7000만원 받는 근로자들이 불법으로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용납할 수 없다”라는 말 하마디에 경찰 4000명이 노동자 500여 명을 모두 다 연행을 했습니다.

유성기업 측 인사가 탄 대포차량이 인도에 돌진해 노조원 16명을 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유성기업 측 인사가 탄 대포차량이 인도에 돌진해 노조원 16명을 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민중의소리

조합원들은 공장 앞 비닐하우스 두 동을 빌려 3개월 동안 투쟁을 했습니다. 그동안 지도부는 구속, 수배가 되었고 회사는 개별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복귀하라고 회유와 협박을 했습니다. 한 사람씩 투쟁현장을 떠나 회사에 복귀할 때마다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최소 10년에서 2~30년 동안 형님 아우 하던 사람들이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배반감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시내에서 만나면 화가 났고 미안해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더 화가 나고 힘 들었던 것은 회사와 노조와의 갈등이 아니라 노조파괴라는 거대한 계획이 실행됐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동부에 고발을 해도, 아무리 경찰에 알려도 처벌을 받는 것은 우리였습니다. 도대체 왜? 내가 처벌을 받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기나긴 투쟁 끝에 알게 된 사실은 노조파괴를 지시한 것은 현대자동차였고 그것을 계획한 것은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컨설팅 자료에는 수많은 회원사를 거느리며 노조마다 조합원을 탈퇴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거기에 노동부와 경찰이 함께 탄압을 하도록 하는 정말 거대한 계획이었습니다. 아산, 영동에 겨우 500명짜리 사업장에 노조파괴라니, 더 기막힌 것은 우리가 납품하는 현대자동차에서 직접 지시를 했다니, 그리고 국민들을 보호하는 줄 알았던 정부가 함께 노동조합을 파괴했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습니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인력들이 방패, 곤봉으로 무장한 채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인력들이 방패, 곤봉으로 무장한 채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다.ⓒ민중의소리
유성기업에서 고용한 용역으로부터 많은 노동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부상을 입었다.
유성기업에서 고용한 용역으로부터 많은 노동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부상을 입었다.ⓒ민중의소리

검찰이 유성기업과 현대차를 봐주고 있었다
10개월 동안 재판 열리지도 않는데, 재벌 건드릴 수 없나

우리의 투쟁이 왜 이리 힘든가 보았더니 검찰이 회사를 봐주고 있었습니다. 2013년, 천안노동지청은 2차례 유시영 회장 등 3명을 구속의견으로 올리지만 검찰은 반려를 했습니다. 검찰의 압력에 노동부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노조파괴 범죄는 그대로 묻히는 줄 알았으나 검찰의 압수수색 자료에서 현대자동차가 직접 지시한 범죄, 창조컨설팅과 매일 회의를 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노조를 깨고 안 깨지면 징계 해고하라는 내용들이 만천하에 공개됐습니다. 그래서 유시영 회장이 처벌을 받은 것이고 창조컨설팅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검찰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런 명확한 증거들이 있었음에도 기소독점권을 이용해서 불기소했냐고. 답이 없습니다.

마침 정권에서 검찰 과거사 재조사에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을 다룬다고 했을 때 정말 세상이 바뀌는 건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료가 방대해서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제는 현대자동차 재판과 창조컨설팅 재판에 영향을 준다고 보류한다고 합니다. 현대차 재판은 이미 10개월 동안 열리지도 않고 있는데 언제 한단 말입니까? 검찰이 봐준 사건으로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인가요?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재벌은 건드릴수 없는 존재여서 인가요?

금속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파괴 사업주 불기소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파괴 사업주 불기소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노조파괴는 인간파괴, 가정파괴
우리의 요구는 원상회복과 처벌, 너무나 소박해

인간관계가 다 깨져 버렸습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배신한 사람들을 봅니다. 차별받아서 임금이 삭감되고 2011년, 14, 15, 16, 17년 임금인상이 안돼 아이들 대학도 잘못 보내고 학원도 끊게 하고 있는데 동료였다는 사람들은 회사 편에서 호의호식을 하는 것이 보여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회사에서 말합니다. “뭐하러 거기서 고생해? 이리로 오면 잘해줄 텐데”, “더운데, 추운데 뭐하러 투쟁해? 다 끝났는데”라고 할 때마다 속이 뒤집힙니다. 노조파괴가 인간관계를 망가뜨렸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가정으로 전해질 때 죽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끝끝내 아산공장에서 1명, 영동공장에서 1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했습니다. 검진 결과 정신건강 고위험군이었습니다. 아산에서 한분은 어용(회사가 만든 노조)이었는데 산재로 치료받던 중 자살을 합니다. 그리고 회사가 얼른 접근해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영동공장의 한광호 열사는 지금까지 회사의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인과 유족을 모욕하는 망발을 저질렀습니다.

더 이상 죽을 수 없어서 우리는 서울로 갔습니다.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처절하게 싸웠습니다. 경찰에게 다 뺏기고 종량제 쓰레기봉투 뒤집어 쓰고 잤습니다. 현대차가 책임지라며 현대차 본사 앞에도 분향소를 차렸습니다. 현대차 깡패 경비보다 서초서 경찰들이 더 난리였습니다. 2주 동안 70여 명이 연행돼도 파업을 하고 또 올라가서 싸웠습니다. 거기서 열사를 모실수 있는 허름한 천막 하나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한광호 열사의 자살은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유성 노동자 8명은 정신 건강 문제로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7명, 한광호 열사를 포함해서 산재 승인 취소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으로 산재 신청하기도 어렵고, 산재 승인을 받기는 더 어려운데 노조파괴를 포기하기는커녕 2차, 3차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제공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올해 4월 19일 출소를 했습니다. 유 회장의 출소 즈음해서 사측은 그동안 현장에서 싸웠던 부분으로 다시 개인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노조 파괴 행위로 처벌받은 아산공장장이 모욕으로 개별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잘못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곧 8년입니다.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합니다. 원상회복, 잘못한 사람은 처벌, 이제 현장에 들어갈 때 가슴 졸이고 싶지 않습니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사무장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