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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세상으로] 청년교사들 담을 넘기로 작심하다

청년, 이라는 단어는 아름답다. 물불 안 가리는 열정과 당당함. 그러나 교사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빠르면 스물셋, 많아도 서른 안팎의 열정 넘치는 청년교사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학교라는 직장에 ‘적응’하는 것이다. 일단, 관료적이고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학교 안 계급과 구조에 적응해야한다. (교감실 나갈 때 뒷걸음으로 나갈 것을 종용한 교감도 있었다. 조선시대 상궁인 줄.)

신규교사가 온다 하면 학교에서는 이미 ‘신규교사용 학년과 업무’를 빼놓는다. 가장 기피하는 학년, 그리고 가장 기피하는 업무. 학교에 막 발령 난 신규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에 앞서 행정 업무를 먼저 익혀야한다. 안 그러면 민폐를 끼치는 ‘일못’ 교사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적응은 교실에 있다. 수업도, 아이들에게도, ‘남들만큼만’ 하기. 새로운 상상은 늘 “좋긴 한데, 너무 힘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라는 관례나 학부모, 편리의 벽에 가로막힌다. 내가 할 자신은 없고, 비교되고 싶지는 않은 교사들에게, 청년교사의 열정은 다른 교사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시대도, 아이들도 저만큼 앞서가는데, 교사들은 아직도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가장 훌륭한 교사라는 청년교사들의 열정은 교실 안에 갇혀있다.

작심‘하다’ 회원들과 정보람 교사(서 있는 이)
작심‘하다’ 회원들과 정보람 교사(서 있는 이)ⓒ정보람 제공

2014년 3월, 첫 발령을 받고 아이들 앞에 섰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저 교사라는 이름 하나에 믿음과 사랑을 담고 있는 그 눈빛들이 고맙고 무거웠다. 아이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배려, 존중, 진심. 함께 하라고 가르친다. 평화롭고 따듯한 우리 반, 그러나 교실 문을 열고 나간 세상은 그렇지 못 했다. 세월호는 침몰했고, 특성화고 아이들은 죽어갔다. 교실 문을 닫고 내 공간의 행복으로 자위하기에는 너무나 미안하고 괴로운 현실이었다.

한 해 잘 가르치고 올려 보내면 남이 되지 않기에, 아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껴안고 그들이 살아갈 세상까지 책임져야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우리’가 필요했다. 교실 문을 열고, 학교 담장을 넘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까지 책임지겠다는 교사의 마음을 가진 우리. 그렇게 [작심‘하다’] 가 시작되었다.

따듯한 마음으로 만드는 청년교사 사회참여 행동 프로젝트 작심‘하다’

작심하다는 봄여름, 가을겨울로 나누어 구성원이 함께 프로젝트를 주제와 내용을 설정하고 완성해가는 모임으로, 2018년 봄여름프로젝트 주제는 “교사, 위안부 할머니 손을 잡기로 작심하다”이다.

함께 할 사람을 찾아야했지만, 과연 몇 명이나 모일지 걱정이 되었다. 교실 문을 닫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에, 학교 담장을 넘는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기에. 그리고 첫 모임 1주일 전, 다른 걱정을 하게 되었다. “어쩌지? 자리가 모자르겠는데.”

윤미향 정대협 대표 강연을 들은 작심‘하다’ 청년 교사들
윤미향 정대협 대표 강연을 들은 작심‘하다’ 청년 교사들ⓒ정보람 제공

35명의 청년교사가 첫 모임에 함께 했고, 27명의 청년교사가 작심하다에 함께 하기로 했다. 먼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로 했다. 6월에는 수요시위에 참여하기도 하고, 나눔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뵙고 말씀을 듣기로 했다. 7월에는 공부하고, 보고, 들은 것을 나누기 위해 교육과정 분석, 수업지도안과 활동 자료를 개발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작심하다 일본군 ‘위안부’ 엽서(초등)·뱃지(중·고·교사) 디자인 공모전‘을 계획 중이다. 작심하다가 보고 듣고 배우고 행동한 것은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일에 전시될 것이다.

우리는 당당히 교실 문을 열고, 학교 담장을 넘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까지 책임지겠다고 결심했다. 지우려는 자들이 그들의 논리로 바꿔나가는 역사에 맞서, 에 맞서, 제대로 알고 제대로 가르치며 우리 손으로 역사를 기록하자고 약속했다. ‘나’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는 상상하고 있다. 청년의 열정과 힘으로, 학교를 들썩이고 교육을 바꿔 갈 것이다.

정보람 경기 평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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