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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심판’과 ‘광주정신의 승리’ 확인한 5·18 민주묘역
이낙연 총리가 제38주년 5·18 기념식에서 5월영령들에게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묵념을 올리고 있다. 이로써 기념식이 시작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제38주년 5·18 기념식에서 5월영령들에게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묵념을 올리고 있다. 이로써 기념식이 시작되고 있다.ⓒ김주형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2번째로 맞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다시 새로워졌다. 대통령 대신 이낙연 총리가 참석했지만, 감동은 지난해 대통령 참석 때에 못지 않았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38주년 5·18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은 이낙연 총리가 참석해 기념사를 했으며, 피우진 보훈처장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이 총리를 의전했다.

이낙연 총리가 5·18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날 이 총리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라고 하면서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힘줘 말하고 있다. 이날 이 총리는 순간 울컥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낙연 총리가 5·18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날 이 총리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라고 하면서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힘줘 말하고 있다. 이날 이 총리는 순간 울컥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김주형 기자

5·18 왜곡·폄훼에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 강조

이낙연 총리는 이날 기념식에서 진실규명과 역사의 복원과 보존 등 남겨진 과제 해결을 약속했다.

이 총리는 “요즘 들어 5·18의 숨겨졌던 진실들이 새로운 증거와 증언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불완전했던 진실규명이 이제 채워져 가고 있다”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위원회가 9월부터 가동되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않고, 진실을 완전히 밝혀줄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당시 국방부가 진실의 왜곡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앞으로 사실이 규명되고, 책임도 가려질 것”이라고 정부 범죄 행태에 유감을 표하면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곧 사실 확인한 뒤 정부 입장을 발표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옛 전남도청이 5·18의 상징적 장소로 복원되고 보존되도록 광주시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자료를 더 보완하도록 광주시 및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사를 읽어내려가던 이 총리는 어느 순간 울컥 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80년 5월, 광주는 광주다웠다”고 했으며, “광주는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역사를 우회하지 않았다.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광주는 언제나 역사를 마주했다. 옳은 일에는 기쁘게 앞장섰고, 옳지 않은 일에는 기꺼이 맞섰다. 그것이 광주다”라고 광주의 항쟁 정신과 역사를 추켜세웠다.

끝으로 안도현 시인의 시와 고 윤상원 열사의 말을 빌어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이 총리는 “(안 시인은)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고 읊었다”고 하면서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믿는다. 5·18 이후 38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지만, 그러나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믿음을 내비쳤다.

또한 “(윤상원 열사는)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고 하면서 “결국 광주는 승리자가 됐다. 앞으로도 광주는 승리할 것이다. 역사에서 정의가 끝내 승리하듯이, 광주정신은 끝내 승리할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이낙연 총리가 기념사를 하는 동안 많은 시민들은, 특히 5·18 유족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끼거나 자주 눈물을 훔치곤 했다.

이낙연 총리 기념사 뒤 시네라마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공연을 보지 못하고 5·18 유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낙연 총리 기념사 뒤 시네라마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공연을 보지 못하고 5·18 유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김주형 기자

뮤지컬과 영화 형식 도입,
당사자 참여로 감동 더 한 기념식

이어서 ‘시네라마’라는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공연 또한 시민들을 울렸다. 행방불명 당시 8살이었던 이창현군을 모티브 삼아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 헤맨 세월을 극으로, 노래로 퍼포먼스가 이루어졌다. 끝내는 아버지의 말을 통해 “아들아, 네 손을 끝까지 잡고 있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는 말이 끝까지 여운을 남겼다.

또한 공연 속에는 5·18 유족 이야기도 담겼다. 과거 기념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끝에는 고 찰스 베츠 헌트리 목사 일부 유골을 광주에 안장한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가 고인에게 전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하늘도 슬퍼해서 비를 내리는 날이다”라고 운을 떼면서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한 말을 전했다.

지난 17일 고 헌트리 목사 유해 일부를 광주 양림동산 선교사묘지에 안장한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가 기념식에서 남편을 추모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고 헌트리 목사 유해 일부를 광주 양림동산 선교사묘지에 안장한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가 기념식에서 남편을 추모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공연 앞 부분에서는 기독병원에서 헌혈하고 돌아가던 길에 배에 총을 맞고 다시 병원으로 실려와 숨진 고3 박금희 열사, 총을 맞고 숨진 초등학교 4학년 전재수 열사, 임신 8개월 거의 만삭의 몸으로 퇴근하던 남편을 기다리다가 총맞아 숨지고, 당시 뱃속 아이는 살릴 수 있었지만 아이마저 살리지 못했던 최미애 열사 등 5월 열사들의 이야기를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출연 배우 김채희씨 나레이션으로 들으며 시민들을 울컥하게 했다.

공식 기념식에 앞서서는 사전행사와 함께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본명 전춘심) 씨가 당시 방송 멘트를 그대로 재연해 시민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기념식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는 행방불명자 묘소에 있는 이창현군 위령비, 박관현 열사 묘,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 김경철 열사 묘, 최미애 열사 묘를 잇따라 참배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낙연 총리가 기념식을 마친 뒤 행방불명자로 이날 기념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고 이창현(당시 8세)군 위령비를 찾아 양손으로 감싸쥐며 고개 숙여 애도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기념식을 마친 뒤 행방불명자로 이날 기념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고 이창현(당시 8세)군 위령비를 찾아 양손으로 감싸쥐며 고개 숙여 애도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날 기념식에는 김상곤 교육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무부 장관 등 정부부처 장관, 박주선 국회부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 정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도 함께 했다.

주빈인 5·18 유족들도 50여 명이 함께 했다. 특히 5·18 첫 희생자 고(故) 김경철 열사 어머니 임근단씨,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고(故) 윤상원 열사 아버지 윤석동씨,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수배됐다가 구금돼 장기간 단식투쟁하다 사망한 고(故) 박관현 열사 누나 박행순씨도 이 총리와 나란히 앉았다.

이밖에도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씨, 2018년 광주인권상 수상자 난다나 마나퉁가, 고 피터슨 목사 부인 바바리 피터슨 여사, 고 헌트리 목사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 등도 참석해 기념식을 빛냈다.

뿐만 아니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세월호참사 희생자 유족 40여 명,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를 비롯한 민족민주열사 유족 20여 명도 참석해 외연을 풍부하게 했다.

38주년 5·18 기념식장 앞에 서주석 국방부 차관 해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 차관 문제는 광주 시민사회가 1개월여 전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최근 송영무 장관이 광주를 찾았을 때도 문제를 제기하려 했으나 국립5·18묘지를 참배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38주년 5·18 기념식장 앞에 서주석 국방부 차관 해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 차관 문제는 광주 시민사회가 1개월여 전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최근 송영무 장관이 광주를 찾았을 때도 문제를 제기하려 했으나 국립5·18묘지를 참배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김주형 기자

한편, 이날 기념식장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민주의문 앞에는 일부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은 5·18진실왜곡 주범, 511위원이었던 서주석 차관을 즉각 해임하라’는 현수막이 ‘이낙연 총리를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과 나란히 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현수막 내용이 이 총리가 기념사에 밝힌 “당시 국방부가 진실의 왜곡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거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는 부분과 일치하는지 궁금증을 일게 한다.

1980년 5·18당시 ‘가두방송’을 맡았던 전옥주씨가 18일 오전 제38주년 5·18 기념식에서 당시 가두방송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1980년 5·18당시 ‘가두방송’을 맡았던 전옥주씨가 18일 오전 제38주년 5·18 기념식에서 당시 가두방송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소복 차림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5·18 유족들이 이낙연 총리의 헌화와 묵념을 지켜보다가 눈물을 글썽거리거나 훔치고 있다.
소복 차림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5·18 유족들이 이낙연 총리의 헌화와 묵념을 지켜보다가 눈물을 글썽거리거나 훔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낙연 총리 기념사 뒤 시네라마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공연을 보지 못하고 5·18 유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거나 울음을 삼키고 있다.
이낙연 총리 기념사 뒤 시네라마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공연을 보지 못하고 5·18 유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거나 울음을 삼키고 있다.ⓒ김주형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념식에서 기념공연을 통해 자식을 잃은 아픔을 증언한 5·18 유족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념식에서 기념공연을 통해 자식을 잃은 아픔을 증언한 5·18 유족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낙연 총리와 5·18 유족들이 제38주년 5·18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모두 일어서서 손을 맞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와 5·18 유족들이 제38주년 5·18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모두 일어서서 손을 맞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낙연 총리가 행불자 이창현 군, 고 박관현 열사, 고 윤상원 열사 묘를 찾아 참배하는 동안 한 5·18 유족이 비명에 가까운 절규 속에 울음을 터뜨리자 진선미 의원이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행불자 이창현 군, 고 박관현 열사, 고 윤상원 열사 묘를 찾아 참배하는 동안 한 5·18 유족이 비명에 가까운 절규 속에 울음을 터뜨리자 진선미 의원이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시민들이 국립5·18민주묘지에 헌화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시민들이 국립5·18민주묘지에 헌화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김주형 기자

광주(전남·북 포함) 주재기자입니다.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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