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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좌파활동가들은 룰라가 ‘뇌물로 받았다던’ 아파트를 점거했을까
룰라 전 대통령이 이틀간의 대치를 끝내고 구속되기 위해 금속노조를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를 무등에 태우고 꽃을 뿌리며 지지를 재확인했다. 2018.4.7
룰라 전 대통령이 이틀간의 대치를 끝내고 구속되기 위해 금속노조를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를 무등에 태우고 꽃을 뿌리며 지지를 재확인했다. 2018.4.7ⓒAP/뉴시스

지난 4월 7일, 브라질의 전직 대통령이자 노동자당(PT)의 지도자인 룰라가 체포되었다. 룰라가 모종의 공공계약을 따게 해주는 대가로 3층짜리 아파트를 받은 혐의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는 미디어의 인기 스타 세르지오 모로 판사가 제출한 증거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의 체포 후 약 일주일이 지나, 주택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조직된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노동자 운동조직인 ‘집 없는 노동자 운동’(MTST, Homeless Workers Movement)이 그 아파트를 점거했다.

룰라의 것이라던 아파트 점거는 합법인가, 불법인가

MTST는 전선을 잘라 전자식 자물쇠를 열고 그 건물에 진입하였다. 5분 후, MTST와 그의 연대 조직들의 깃발이 발코니에 나부꼈다.

MTST는 주거문제에 대한 요구를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해 많은 점거활동에 나서왔으나 이번의 점거는 독특했다. 1월에 룰라는, 검사가 주장하는 대로 그 아파트가 정말로 자기의 것이라면, MTST의 전국 책임자인 길례르미 보울루스가 조직을 동원하여 그곳을 차지해도 된다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었다. 지난 해 한 도시의 점거 지역에서 한 말을 다시 반복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MTST의 점거는 정치적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매우 현명한 방식의 투쟁이 되었다. 룰라가 그 아파트로 들어오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에, 그 아파트가 정말로 룰라의 것이라면, 그들의 행동은 완전히 합법이다. 그리고 경찰이 결국 그 활동가들을 퇴거시킨 것은, 룰라가 그 아파트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깃발에는, “만약 그 아파트가 룰라의 소유라면, 그것은 우리의 것이다. 그것이 룰라의 소유가 아니라면, 룰라는 왜 지금 감옥에 있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법률가들이 룰라가 그 아파트를 받았다든가, 혹은 그것이 어떤 뇌물의 일부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파트는 룰라의 구속을 불러온 수사의 핵심이었다.

주요한 증거는 ‘라바 자투 작전(Lava Jato는 세차용 고압 분사기를 뜻한다. 일명 세차작전으로 불리는 수사는 브라질 정계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편집자주)’이라고 불리는 부패 수사의 대상이 된 건설업체의 전직 CEO인 레오 핀헤이로의 증언이었는데, 그는 모로 판사와의 플리 바겐(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자신의 형량을 경감하는 제도) 과정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

브라질의 우파는 좌파를 점점 더 심하게 공격해 왔는데, 룰라의 체포는 그런 배경 하에서 이루어졌다.

지배 엘리트들은 강력한 중도 우파 대통령 후보의 부재에서 보여지듯이, 명료한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정치폭력에 의거하여 만회하려 한다.

3월에는 사회주의자유당(PSOL) 소속의 리우시 시의원인 마리엘 프랑코가 살해당했다. 그녀는 리우의 치안조직에 대해 문제(리우는 도시의 치안을 군을 동원해 유지하고 있는데 진보파 정치인들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다/편집자주)를 제기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총알은 군사경찰(Military Police)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파가 그녀에 대한 기억마저 훼손하려 하는 와중에, 이번에는 브라질 남부에서 룰라의 선거운동을 하는 버스를 향해 총알이 날아왔다.

그리고 빌라스 보아스 육군참모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대법원이 룰라의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트위터는 다른 군장교들과 우파 지도자들의 지지 트윗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도 MTST와 다른 좌파의 인물들은 룰라를 옹호해왔다. 그들은 룰라의 투옥을 단지 노동자당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룰라 지지투쟁의 핵심, 브라질 주거 운동

룰라가 3월 7일에 체포됨으로써, 브라질의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후보인 그는 10월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공식적으로 그는 여전히 노동자당의 후보지만, 다가오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풀려나지 못한다면 그가 선거에 참여하여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속이 임박한 시점에, 룰라는 과거 자신이 이끌었던, 자신과 노동자당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상베르나르두 두 캄푸의 금속노조에서 농성을 했다. 상베르나르두에 집결한 2만 명 이상의 지지자들에게 룰라는 그의 40년 정치인생 사상 가장 열렬한 정치연설을 한 후, 위엄을 지키며 연방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거대한 지지가 거리로 표출되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했다.

노동자당은 집권한 14년 세월 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불만을 국가의 제도를 통해 표출하도록 했고, 역설적으로 지금은 사람들을 투쟁에 동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상파울로에서 열린 집없는노동자운동(MTST)의 시위 모습. 2013.12.11
상파울로에서 열린 집없는노동자운동(MTST)의 시위 모습. 2013.12.11ⓒ신화/뉴시스

MTST가 룰라의 가장 유력한 옹호자로 등장한 것을 신기한 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호셰프와 룰라가 대통령을 지낸 기간 동안, 그 운동은 정권과 확고하게 분리되어 있는 사회주의운동으로 분류되었다. 그 운동은 ‘무토지 농민운동(MST)’이나, 처음부터 노동자당의 결성에 참여했던 노동조합들과는 달리, 전혀 노동자당에 우호적인 사회운동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노동자당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부분적으로는, 당의 지도자들이 사법부에 대한 비현실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기인한다. 노동자당의 고위 간부들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대법원에서의 구속적부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확고히 믿고 있었다.

또 노동자당은 시민불복종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반대했다. 대법원이 노동자당 출신의 대통령, 지우마 호셰프를 물러나게 했음에도, 그 당 소속 의원의 상당수는 법원에 로비를 하는 것이 룰라를 석방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으며, 거리에서의 투쟁을 회피하고 있다.

제도화된 노동자당, 이들 대신한 좌파대중운동

금속노조에서의 농성은 노동자당이 아니라 MTST의 활동가들이 주도했으며, 그들 중 다수는 상베르나르두에서 벌어진 최근의 ‘두려움 없는 인민운동’의 점거투쟁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두려움 없는 인민운동(PSM, People Without Fear)’의 점거자들 중 다수는 집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그들은 불안정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많은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그 점거에는 3만 3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가하였고, 6개월 가까이 진행되었으며, 브라질의 도시운동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상파울로 주에는 37퍼센트의 흑인이 있지만, 그 점거운동 참여자의 62퍼센트가 흑인이었다. 그 운동 참여자의 41퍼센트 이상이 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그 수치는 상파울로 주의 실업률의 두 배보다도 더 높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이 운동이 브라질의 경제적 위기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약 삼분의 일이 한 달 최저임금 280달러 이하로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 점거운동의 결과, 중도 우파인 상파울로 주지사 헤랄두 알크민은 네 구획의 땅을 그들에게 내어주고, 그 땅위에 노동자의 가족들을 위한 집을 짓도록 양보했다. 물론 이 조치는 노동자당이 도입한 ‘나의 집, 나의 삶’(MCMV) 이라는 이름을 가진, 적정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에 이미 들어 있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어떻게 MTST가 비폭력적인 점거 활동을 통해, 연방 권력, 주 권력, 지방자치권력이 종종 충돌하는 브라질의 다양하고 복잡한 정부조직에 압박을 가하여, 주택정책의 변화를 추동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감소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은 또한, 땅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브라질 헌법의 한 조항을 강조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땅투기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MTST가 수행한 (‘두려움 없는 인민운동’ 이외의) 다른 점거활동에 참가한 사람들도 금속노조 주변에 캠프를 차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핵심 활동가로서의 자기의 역할을 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람들 중에는, 상파울로 남부의 교외지역에서 활동하는, 8천명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는 강력한 ‘새 팔레스타인 점거운동’ 출신의 사람들이 있었다. 폭력에 시달리는 가든 앤젤라 인근의 30만 평방킬로미터의 땅에 위치한 ‘새 팔레스타인’은 2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빈민주택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 운동이 이처럼 사용되지 않는 땅을 점거한다고 해서, 그 운동이 그 지역에 집을 짓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 운동의 목표는 새로운 빈민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조직하고, 압박을 가하여, ‘나의 집, 나의 삶’ 프로그램을 통해 적절한 가격의 양질의 주택을 쟁취해 내겠다는 것이다.

MTST이 점거한 공간들은 교육, 보건, 그리고 심지어는 사법서비스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대부분 브라질의 공립 대학에 다니는 좌파의 학생들로 구성된 젊은 자원봉사자들은 음악과 스포츠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들을 위한 문맹퇴치활동과, 학교생활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국선변호인들, 의사들, 간호사들이 또한 매달 합류한다. 그 운동은 또한 정신건강 문제에도 특별한 관심을 돌려, 정신건강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대통령 예비후보이자, 젊은 시절부터 MTST에 합류한 이 운동의 지도자, 길례르미 보울로스가 전문적인 심리분석가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직 다수에 의한 대중투쟁의 전망은 어둡다

3층 짜리 ‘룰라의 소유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아파트를 점거함으로써, MTST의 활동가들은 검사 측의 주장의 취약성을 폭로했다.

검사 측은 룰라의 사망한 아내 마리자 레치시아가 10만 달러 이상의 사치스런 주방용품을 구매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그 물건들이 아파트에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MTST의 활동가들은 거기에서 보통 크기의 냉장고, 전자렌지, 그리고 작은 오븐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마리자 레치시아가 20만 달러를 들여 아파트를 수리했다는 검사들의 주장 역시, 그 아파트의 낡은 상태를 볼 때, 터무니없는 주장임이 드러났다. 이번의 점거를 통해, 여태 그 아파트를 보지 못한 룰라의 변호인들은 새로운 사진과 증거를 확보하게 되었고, 좌파 대중운동은 새로운 활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아파트 점거 하루 후, MST는 오스카 마로니라는 자의 농장을 점거하였는데, 그 자는 국회의원 후보이자 유죄판결을 받은 포주로서, 지난 달 룰라의 구속을 축하하는 음란한 파티를 벌인 바 있다.

또한 룰라와 노동자당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조작하는데 관여한 독점적인 미디어 그룹인 글로보에 항의하는 수많은 시위가 벌어졌다. 모로 판사의 고향이자 룰라가 수감되어 있는 보수적인 도시 쿠리치바에서는, 룰라의 지지자들이 캠프를 차렸고, 여기에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캠프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아르헨티나의 1980년 노벨상 수상자인 아돌포 에스퀴벨, 그리고 브라질의 신학자이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감하고 있는 인물인 레오나르도 보프같은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룰라를 면회하려 했으나 당국에 의해 거부당한 후 최근 캠프의 활동에 참여하였다.

우파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4월 28일에 캠프를 향해 총격이 가해져, 룰라의 지지자가 치명상을 입었고, 며칠 후 쿠리치바의 메이데이 행사에는 대략 2만 명의 사람이 운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좌파들은 2년 동안의 패배에 지쳐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에 대한 현재의 공격들에 대항하는 시위나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10월까지 브라질의 정치적 에너지는 아마도 선거를 향해 쏠려있을 것이다.

좌파 세력 재구성의 가능성은?

노동자당은 네 차례의 선거에서 우파에게 패배를 안김으로써 헤게모니를 확립했다. 노동자당은 2002년과 2006년에는 룰라와 함께, 그리고 2010년과 2014년에는 호셰프와 함께 승리했다. 이러한 승리는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진보세력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룰라가 선거 기간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지 아직 분명치 않다. 룰라를 대신하는 인물이 결선투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있지만, 룰라의 부재는 좌파 전체에게 짙은 먹구름을 던질 것이다.

체포되던 날, 룰라는 아내 마리자 레치시아의 추도식을 마친 후, 자기의 마지막 대중연설이 될지도 모르는 연설을 했다. 지나가는 말로 그는 룰라를 대신할 후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파울로의 전직 시장 페르난도 하다드와, 브라질공산당의 대통령 후보 마누엘라 다빌라를 언급했다.

그러나 룰라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사람은, 그가 “가장 뛰어난 동지”라고 말한 바 있는, MTST의 길례르미 보울로스였다. 룰라는 보울루스에게 “결코 포기하지 마시오, 나의 형제여. 그대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소”라고 말했다.

룰라의 지원에 의해 그 젊은 후보자는 획기적 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소속된 정당인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선거 전망은 현재로서는 그리 밝지 않다. 사회주의자유당(PSOL)과 브라질의 좌파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브라질 진보세력의 재조직화는 이미 전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해부터, MTST과 사회주의자유당, 그리고 노동자당의 좌파를 통합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인터넷 상의 토론공간인 ‘전진!’(Vamos!)을 통해 노동자당 이후의 새로운 좌파의 출현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보울로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에 의해 힘을 한 군데로 모을 수만 있다면, 그 토론의 장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사출처:In Lula’s Place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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