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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투쟁’ 대신 ‘파이팅’ 외치던 탠디 노동자들의 파업 승리
탠디 하청업체 소속 제화 노동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부근의 탠디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탠디 하청업체 소속 제화 노동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부근의 탠디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4월 초 탠디 라는 구두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살고 있는 관악 지역의 지인이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목소리는 매우 들떠있었다.

제화공들은 탠디나 하청업체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구두 한 켤레를 만들 때 마다 한 켤레당 공임을 하청업체에서 받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고용구조는 아니었다. 2000년 이전에는 탠디 직원이었고, 4대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받는 노동자였다. IMF 이후 탠디가 세금을 아끼기 위해 직원들에게 일괄 사업자등록을 강제 종용하여 소사장이 되었다.

말은 ‘사장’이지만 ‘노예’처럼 노동·임금 착취

소사장이 된 이후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그야말로 노예와 같은 삶이었다.

하루 16시간의 노동, 주말도 없이 잠자는 시간을 빼고 노동해야 가족들의 생계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5분 만에 점심을 먹었고, 성수기에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찜질방에서 본드냄새로 물든 몸을 잠시 뉘일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피고름을 흘리는 동안 탠디는 제화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제화분야 백화점 매출 1위를 탈환, 유지했다. 탠디의 곳간에 현금만 400억이 쌓였고, 지분 100%인 정기수 오너일가는 매해 20억의 배당금을 챙겨 갔다.

“금잔의 맛좋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찾아온 10여명의 하청업체 노동자 대표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현실은 1970년대 청계천 봉제노동자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탠디는 ‘소사장제’를 도입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걱정 없이 세금을 줄이고, 임금을 착취할 수 있었다. 탠디 사장은 8년간 개수공임은 한푼도 올리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특수공임마저 없앴을 뿐 아니라, 3년전 노동조합을 가입하려고 할 때 물량 차별 협박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무력화시켰다.

4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탠디 노동자 몇몇이 술집에서 대폿잔을 나누며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이렇게 살순 없다’며 다음날부터 5개 하청업체를 돌며 노동자들에게 공원에 모이자고 했고, 뜻밖에 100여명의 모든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공원으로 모였다.

파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파업을 돌입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이곳 저곳을 수소문 했고, 일반노조 제화지부를 통해 민중당 관악구 위원회, 일반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로 소식이 전해졌다.

막상 파업을 시작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찾은 당시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 경험 많은 분들이 우리를 지도해 달라!’고 이야기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한번도 ‘투쟁’은커녕 팔뚝질도 한 적이 없었던 분들이 파업에 나섰으니 할 수 있는 건 ‘파이팅’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역의 활동가들이 집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파업가 등 노래도 가르쳐 드리고, 집회도 사회를 맡아 주면서 틀이 잡혀갔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빠르게 사무처 회의, 운영위를 통해 투쟁결합을 결의하고 부본부장과 조직담당자를 지속적으로 결합시켜 함께 대응하였다.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의 창문에 '제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현수막'이 붙어있다. 탠디의 하청업체 5곳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제화공 47명은 ‘8년간 동결된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며 14일째 탠디 본사직영매장 3층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직영매장의 창문에 '제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현수막'이 붙어있다. 탠디의 하청업체 5곳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제화공 47명은 ‘8년간 동결된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며 14일째 탠디 본사직영매장 3층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투쟁’ 대신 ‘파이팅’ 외치며 시작한 파업
본사 점거 17일 만에 얻은 승리

20여일 길거리 농성을 이어가던 탠디 노동자들이 일반노조와 함께 전격적으로 본사 점거에 들어갔다.

마침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의 오랜 파업이 ‘직고용’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여기에 몰두했던 일반노조가 탠디 투쟁에 적극 결합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외곽 지원을 맡았다. 역할 정리를 위해 민주일반연맹-일반노조-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책회의를 중심으로 대응해 나갔다.

대책위는 발 빠르게 집중 집회와 매장 타격 선전전을 전개했고, 무엇보다 서울본부 동부지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성수동 제화노동자 공장방문과 아침·저녁 선전전을 이어 나갔다.

이는 투쟁 초기부터 탠디 투쟁이 제화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한 판단에 따른 실천이었다.

성수동이 들썩였다. 제화 업계의 고용형태가 다르지 않고, 제화노동자들이 서로 구면인 관계가 많아 탠디 투쟁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탠디 투쟁의 향배가 자신들의 문제에 직결된다는 본능적인 각성이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종편과 일간지들이 투쟁 시작부터 앞 다투어 보도를 이어갔고, 지상파가 메인뉴스로 보도하면서 여론의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름 아닌 가족들이었다. 부인과 자녀들, 하물며 자녀의 애인이 지지와 응원의 발언을 이어가며, 온라인 여론은 더욱 뜨거운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었다.

비상식적인 ‘가짜 사장제’, 30만원 구두에 만드는데 7,000원 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딱한 현실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고,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탠디 사장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수 있었다.

본사 점거 17일 만에 탠디 제화공들은 완승했다.

비록 소사장제를 폐지하지 못했으나, 개수공임 1,300원 인상에 특수공임도 되찾아 왔다. 파업기간 폐업한 업체의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대책도 마련했다.

5월 11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최한 성수동 집회는 승리한 탠디 노동자들의 기쁨과 성수동 제화노동자들의 기대와 희망이 어우러져 밤늦도록 거리에서, 대폿집에서 노동자들의 웃음과 함성이 흘러넘쳤다.

이번 투쟁의 승리의 요인은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완강한 의지였다. 모든 것을 걸고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을 본다’는 그들의 결의는 하늘을 찔렀다.

또한 연대한 동지들의 진정성이 빛났다. 관악과 성수동 지역의 노동, 시민, 진보정당 활동가들은 100% 진심을 다해 절박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다. 점거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은 매일 창밖에 매달려 누가 오는지, 얼마나 오는지를 기다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번 승리의 또하나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유독 다른 투쟁들과 달리 가족들이 스스럼없이 달려왔고 마이크를 잡았다. 사연 하나, 글 한 줄이 주옥같았다.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주장과 아빠·남편에 대한 깊은 사랑은 듣는 이를 감동시켰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합원들이 탠디 사측과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합원들이 탠디 사측과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서울일반노조 제공

촛불혁명 이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자각된 노동자들

누구는 노동조합이 막 생겨난 1987년도 상황과 같지 않느냐고 묻는다. 촛불 혁명이후 민중들은 자신의 삶을 바꿀 방법을 찾고 있다. 광장의 촛불이 정권을 바꾸었다면 자신의 삶을 바꿀 촛불을 들 곳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억눌려 이야기 하지 못했던 자기를 이야기 하는 것을 시작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 민중들의 흐름을 옳게 바라보는 눈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지역의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전의 경험과 주관으로 “된다, 안 된다”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히 역동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탠디 투쟁을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으로 보는 것은 투쟁의 의의에서 일면일 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조법 2조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탠디 노동자들의 투쟁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비롯된 투쟁이라고 한정짓기보다 비인간적인 착취의 굴레를 벗어나 자기 운명을 바꾸는 노동자의 의식의 변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화 노동자들, 특수고용노동자들 뿐 아니라 이런 자각된 노동자들의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촛불혁명 이후 민주노총에는 7만 6천명의 조합원이 늘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은 여전히 편한 조직이 아니고,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조직 확대에 나선 시기가 아님에도 조합 조직률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어떤 의미겠는가? 노동활동가들의 헌신적 노력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3.24 총력결의대회’, ‘5.1 노동절’에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실력과 무관하게 예상을 넘는 노동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6.13 지방선거 때문에 ‘가능할까?’ 우려했던 6.30 비정규직철폐 노동자 대회에는 이미 비정규직조합원만 3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최근 민주노총 법률 상담의 70%가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 문의이다. 이전에도 노동조합 가입을 문의하는 상담이 많았지만, 예전의 상담이 개인적이었다면, 최근 들어 조직적인 상담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 설립을 실제로 준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어제의 탠디가 오늘의 전국 제화노동자들이 되고, 오늘의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이 내일의 전국 IT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너도나도 모두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도와야한다. ‘된다 안 된다’ 할 것이 아니라, 몸을 대고, 돈을 대고, 글을 대주어야 한다. 영상과 앰프로, 선동으로, 노래로, 몸짓으로 구체적으로 도와야 한다.

투쟁에 승리한 탠디의 노동자들이 진심을 다해 연대한 당의 당원이 되어주고,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춘천에서 청와대로 온 생면부지의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연대란 이런 것이며,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가 민중의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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