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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은, 전격 회담 ‘승부수’...북미정상회담 살리기 총력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후 함께 통일각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후 함께 통일각을 나오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정상회담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는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로 북미정상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파국'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데에는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국내적으로 처해있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모두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적대적 관계의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격식을 깨고 적극 '중재'에 발벗고 나선 것은 북미정상회담 불씨를 살리는 데에 유의미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비핵화 등 북미간 쟁점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관계에서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 정상간 '판문점선언' 이행...북미정상회담 '길잡이' 역할 주목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의 통일각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좌초될 위기에 처한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기 위한 김 위원장의 의지과 자신감이 분명히 드러난 대목으로 평가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초 '남북 핫라인'으로 불리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계속 소통을 유지해 오고 있다가, 지난 24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한 이후 남북 정상간 직접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이라며 '격의 없는 소통' 방안을 제안했고, 이를 문 대통령이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사후에 '깜짝' 발표됐던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실무 준비는 지난 25일 밤부터 급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남북 정상이 전격적으로 직접 만나게 된 것은 판문점선언 이행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실무진 차원을 넘어 정상 차원의 '결정'과 '담보'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남북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4.27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6월 1일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와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한 점은 정상간 약속 이행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본다면, 남북 정상이 더 나아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한 것도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비핵화의 진전이 없고 북미관계가 안 풀리면 남북관계도 없다는 패배주의는 버려야 할 때"라며 "남북이 주인이고 남북관계가 중심이 되어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추동하고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26일 통일각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26일 통일각에서 만났다.ⓒ청와대 제공

남북정상회담, 북미 간 오해 해소하는 기회 제공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적 번영 도움' 의지가 각각 확고하다고 피력하면서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했다.

최근 북한과 미국은 '대화의 진정성'을 두고 설전을 벌이다가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까지 둘 정도로 신뢰관계에 서로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를 다시 회복시키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오해를 해소하고 이해로 전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북한과 미국의 불신의 불을 끄고 다시 신뢰 형성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교수도 "북미간 직접소통과 실무협상을 통한 사전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에게 설명해 주었다는 점에서는 중재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한 것이라 평가한다"며 "우리는 어느 일방의 메신저가 아니라 미국에게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에게는 미국의 보상에 대해 양 측 모두를 안심시키고 이행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확실한 보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다시 '공' 넘겨 받은 트럼프, 일단 긍정적 반응

두 정상간 논의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하루 뒤에 발표한 것 역시 미국과 공유하고 조율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미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다시 '공'을 넘겨 받게 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된 이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검토가 바뀌지 않았다"며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아주 아주 잘 진행돼 왔다"고 언급했다. 이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재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정상회담의 최종적 성사 여부와 합의 방향은 다양한 형태의 북미간 사전접촉을 통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북미정상회담 관련 진행 상황을 공지하면서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이를 준비하기 위해 백악관의 회담 사전 준비팀이 예정대로 싱가포르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북미 간에 그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실무 협상 속에는 의제에 관한 협상도 포함된다. 이 의제에 관한 실무 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또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저는 북미 양국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지금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 협상도, 또 6월 12일의 본회담도 잘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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